24시간만에 1283가지 생물 확인 ‘보물 창고’

조홍섭 2011. 07. 12
조회수 24159 추천수 0
[연인산 생물번개] 곤충 575종·관속식물 428종 등
걸음마다 새로운 종 ‘버섯 천국’…너도나도 “신천지”
                                            ▶[제1회 문수산 생물번개] 00:00~00:00:00 937종+1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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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일반인이 식물 조사를 하고 있다. 헤이즐 넛을 만드는 참개암 나무를 살펴보는 참가자들.

전 세계에서 하루에 멸종하는 생물은 150종에 이른다. 무슨 생물이 살고 있는지조차 미처 모르는 상태에서, 10분에 1종꼴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한가하게 생물조사를 할 겨를이 없다.
 
지난 9~10일 국립수목원과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가 경기도 가평군 연인산(해발 1,068m)에서 연 생물다양성 탐사 대작전(바이오블리츠, 일명 생물번개)은 그런 급박한 상황에 걸맞은 새로운 방식의 생태조사였다.
 
조사 시간은 꼭 24시간, 모든 분야 전문가가 일제히 모여 조사에 나선다. 일반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하는 것도 특징이다. 멸종사태를 막기 위해 어린이를 비롯한 일반인이 생태지식을 갖추고 인식을 높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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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난 용추계곡에 찾아온 행락객들. 생물다양성 보고로서 연인산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9일 오후 2시 연인산 도립공원에 국립수목원과 대학 등에서 온 90여 명의 전문가가 모였다. 이들의 전공은 포유류부터 어류, 조류, 거미, 토양동물, 버섯, 지의류, 고등식물 등 생태조사를 위한 모든 분야를 아울렀다. 
 
가족이나 개인 단위로 참가한 일반인 200여명도 함께 작전에 나섰다. 이들의 손에는 포충망과 채집통이 들려 있었고, 전문가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들으며 수첩에 받아 적는 모습도 보였다.
 
연인산은 인근 명지산과 함께 중부지방의 생태계를 잘 갖춘 도립공원이지만 용추계곡으로 더 유명한 유원지일 뿐, 제대로 된 생태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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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충망으로 쓸어 잡은 작은 곤충을 흡충기로 빨아 채집하는 전문가의 모습.

곤충팀은 등산로 양쪽의 풀과 나무 위로 포충망을 훑는 쓸어 잡기 방법으로 곤충을 채집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곤충을 다양하게 채집하는 방법이다. 
 
곤충들을 털어놓은 뒤 입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흡충기로 잡아 독병에 집어넣는 모습을 참가자들이 유심히 지켜봤다. 일반인 참가자 김유정씨는 “전문가들이 조사하는 것을 옆에서 직접 보고 궁금한 것은 물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곤충 조사를 한 임종욱 국립수목원 박사는 “연인산의 곤충상을 연구한 논문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인산에서 하룻동안 무려 575종의 곤충이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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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꽃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로 꽃이 아니고 가운데 작은 부분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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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다래.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잎의 일부분이 흰 빛을 띠고 있다.

양종철 국립수목원 박사가 이끈 식물팀은 용추폭포 근처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보랏빛 꽃을 매단 산수국과 잎이 부분적으로 희게 물들어 멀리서 보면 꽃이 만발한 것처럼 보이는 개다래가 숲을 화사하게 장식했다.
 
“이건 헤이즐넛을 만들 수 있는 참개암나무이고, 저건 잎이 고추를 닮았다고 해서 고추나무라고 부릅니다.” 참가자들은 양 박사의 설명을 흥미롭게 들었지만 개고사리, 뱀고사리, 족제비고사리 등 비슷비슷한 양치류를 구분하는데 애를 먹었다.
 
간밤에 온 비로 동물의 발자국과 배설물이 씻겨나가 포유류 조사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노루나 고라니가 물봉선의 여린 순을 잘라먹은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미끄러진 발자국도 눈에 띄었다. 최태영 국립환경과학원 박사는 “아마도 조사팀에 놀란 노루나 고라니가 황급히 달아나다 미끄러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산로를 가로지른 두더지의 굴도 관찰됐다. 최 박사는 “평소 단단해 굴을 파기 힘든 곳에서 비 온 뒤 땅을 파곤 한다”며 “터널을 지나던 지렁이가 굴 바닥에 떨어지면 잡아먹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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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름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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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제비눈물버섯

연인산은 버섯의 천국이었다. 올해 비가 잦은데다 낙엽이나 나뭇가지를 분해하는 버섯이 많이 출현할 시기여서 몇 걸음마다 새로운 종의 버섯이 눈에 띄었다.
 
한상국 국립수목원 박사의 버섯 조사팀은 만 하루 동안 지난해 5월 경북 봉화 생물다양성 탐사 대작전 때 관찰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69종의 버섯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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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린재동충하초. 죽은 노린재에 돋은 버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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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버섯. 당귀 냄새가 난다.
 
이날 발견한 버섯 가운데는 실오라기처럼 가는 애주름버섯, 갓 위에 눈물방울 같은 얼룩이 있는 족제비눈물버섯, 생선 비린내가 나는 큰낭상체버섯, 당귀냄새를 풍기는 땅콩버섯, 죽은 노린재에 피어난 노린재동충하초 등이 참가자의 눈길을 끌었다.
 
한 박사는 “우리나라에 있는 1700여 종의 버섯은 유기물을 분해해 무기물로 돌리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며 “연인산의 버섯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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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집한 누룩뱀을 만져보며 즐거워 하는 일반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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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의 대화 시간에 한 참가자가 궁금한 것을 묻고 있다. 

아이들은 잎 도장 찍기, 놀이로 먹이사슬 이해하기 등 재미있게 생물다양성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는가 하면 전문가들의 텐트를 방문해 누룩뱀을 만져보기도 하고, 곤충표본이나 식물표본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과학자들의 얘기를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인기를 모았다. 자신의 몸까지 새끼의 먹이로 제공하는 애기염낭거미, 왜 곤충은 독버섯을 먹어도 괜찮은지(독이 작용하는 간이 없기 때문), 벌의 독침은 산란관이 변한 것이어서 암컷만 쏜다는 얘기 등을 참가자들은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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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곤충채집. 자외선 등을 켜 몰려든 곤충을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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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에 몰려든 곤충을 참가자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사 첫날의 밤이 깊어지자 자외선 램프로 불을 밝혀 곤충을 유인해 관찰하고 채집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곤충이 있다는 사실이 모두 놀라는 표정이었다.
 
새벽의 조류 탐사로 시작한 둘째 날 오후 2시, 조사 잔여시간을 표시한 전광판이 0을 가리키자 생물다양성 탐사 작전의 결과가 집계됐다. 모두 1283종. 곤충 575종, 관속식물 428종, 균류 69종, 지의류 43종, 조류 37종 등의 순서로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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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탐사 대작전의 결과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와 이재석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장이 발표하고 있다.

이재석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장은 “지난해 경북 봉화의 금강소나무 숲에서는 937종을 발견했지만 연인산에선 그보다 많은 생물을 확인했다”고 전과를 발표했다.
 
일반 참가자인 김지원(30·회사원)씨는 “전문가들과 가깝게 만나 배울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며 “몰랐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기분을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가평/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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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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