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만큼 사람도 아름다운 강화도 매화마름 자생지

이은주 2016. 05. 02
조회수 22358 추천수 0
초지리 매화마름 자생지, 시민 자연유산 확보 14돌 맞아
매화마름 유기농쌀 판매 등 주민 참여…겨울 논 물대기 필요
 
03912976_R_0.jpg » 인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의 매화마름 자생지. 제초제를 쓰지 않는 재래 논에서 자라는 희귀식물이다. 사진=강재훈 기자
 
벚꽃은 벌써 지고 요즘은 조팝나무, 수수꽃다리, 철쭉이 한창이다. 봄꽃의 향연은 5월까지 쭉 이어질 것이다. 
 
일반인에게 낯선 4월 말부터 피는 꽃이 있으니 그 이름이 매화마름이다. 꽃 모양은 매화를, 잎 모양은 물속에 사는 붕어마름을 닮아 매화마름이다.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로 한해 또는 두해살이 풀이며 주로 논이나 습지에 자란다. 줄기는 속이 비고, 가지가 갈라지며, 주로 물속에서 자란다. 
 
물속의 잎은 가는 실처럼 갈라지고, 물 위로 올라오는 잎은 통통하다. 흰색의 작은 꽃은 4~5월에 피며, 꽃자루가 물 위로 나오며 꽃잎은 5장이다. 
 
03036378_R_0.JPG » 초지리 논에서 매화마름이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다. 2008년 5월 촬영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논에서 한꺼번에 피는 하얀색의 매화마름 꽃은 장관이다. 매화마름은 1998년 2월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했으며 현재까지 서해안 일대 몇 곳에서 매화마름 군락지가 보고되었다. 
 
매화마름은 1960년대만 해도 서울 영등포에서도 채집이 되었을 만큼 비교적 흔한 식물이었다. 그 이후 매화마름에 대한 보고가 없다가 1998년 5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조사분과위원회가 인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일대 논에 분포하는  매화마름 군락지를 발견해 보고했다. 
 
하지만 당시 초지리 일대의 매화마름은 주민들의 민원으로 논 경지정리가 예정되어 있어 어렵게 발견한 매화마름 군락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매화마름이 멸종위기 식물이라는 점과 절박한 자생지 훼손의 위험을 고려하여 보전 대상지로 선정하였다.
 
이때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경지정리 시기의 연장 및 최소한의 매화마름 군락지를 확보하기 위해 주민 간담회와 자치단체장 협의를 진행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매화마름이 분포하는 농지를 소유하고 있던 지역주민인 사재구 씨가 매화마름 보전 의사를 밝히면서 본격적인 매입활동에 착수하였다. 
 
마침내 2002년, 시민 모금을 통해 총 3009㎡(약 912평) 중 2640㎡를 매입하였고 369㎡를 소유주인 사재구 씨로부터 기증받아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자연유산 1호로 2002년 5월12일 확보하였다. 
 
05051741_R_0.JPG » 멸종위기종인 매화마름. 잎은 붕어마름 모양이고 꽃은 매화를 닮았다. 사진=이병학 기자

오는 5월12일이면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가 시민 자연유산으로 확보된 지 14돌이 된다. 또한 2008년 10월, 람사르 협약에 의해 논 습지로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람사르 사이트가 되어 보전·관리되고 있다. 
 
생태적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고 있는 논 습지로는 세계 두 번째다. 현재 다른 국내 람사르 등록 습지가 습지보호구역인 것과 달리 시민이 보유해 관리하는 유일한 곳으로, 지역주민의 합의를 거쳐 관리가 되고 있다.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에는 천연기념물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능구렁이, 금개구리, 맹꽁이 등 각종 희귀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매화마름 분포지를 더 알리기 위해 2010년 강화군에서 자체적인 국제 매화마름 학술대회가 열린 바 있고 같은 해 한·일 국제 환경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01129546_R_0.JPG » 매화마름 군락지의 모내기. 매화마름은 모내기 이전에 신속하게 꽃을 피워 한살이를 마친다. 사진=이종근 기자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지키기에는 강화 초지리 주민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매화마름 군락지를 중심으로 25가구가 동참해서 친환경 논농사를 짓고 있다. 매화마름을 지키고 주민들과 상생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 결과 자연유산 1호로 확보된 매화마름 자생지뿐 아니라 주변 논에서도 매화마름을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참했던 농민들의 고령화로 점점 친환경 논농사를 포기하고 관행 농사로 전환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이 스스로 강화매화마름협동조합을 만들어 친환경 유기농 쌀 판매에 나서고 있다. 800명의 조합원을 확보하고 생산된 친환경 매화마름 쌀 소비를 통해 7만평 매화마름 논 습지의 생태 보호를 하자는 것이다. 
 
매화마름 자생지를 보전하는 것이 결국 다른 생물종 및 환경보전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였음이 밝혀지고 있는데도 매화마름 보전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제품이미지합성(쇼핑몰).jpg » 주민들은 매화마름 보전에 적극 동참하고 이곳의 유기농 브랜드를 활용한다. 사진=한국내셔널트러스트
 
근래 들어 매화마름은 왜 점차 사라지고 있을까? 그 답은 매화마름이 자랄 수 있는 적합한 자생지의 감소와 훼손에 있다. 또한 매화마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주민을 지원하는 정책도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물종을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접근 외에도 생물종 특성에 따른 과학적 보전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매화마름 보전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별로 없었다.  2007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서울대 공동연구 결과는 매화마름 군락지 보전에 대해 몇 가지 과학적 접근 방안을 제시해 준다. 이런 연구가 매화마름 보전지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것도 정책적 지원과 함께 필수적이다.
 
첫째, 매화마름은 겨울 동안 물을 채워 두는 논과 가을에 추수가 끝난 뒤 논갈이를 하여 물을 채워 둔 경우에 잘 자랐다. 논갈이를 하고 물을 채워 주면 땅속에 있던 매화마름 씨앗이 땅 위로 올라오거나 땅이 물러져서 매화마름이 쉽게 땅을 뚫고 발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 동안 물 깊이를 50㎝ 정도 유지했을 때 수면이 얼어도 물 아래에서 생육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둘째, 빛을 가려주면 매화마름 키가 작아지고 개화시기가 늦어진다. 따라서 잡초 제거와 거름용으로 볏짚을 논에 덮어 두면 매화마름이 잘 자라지 못했다.
 
셋째, 매화마름은 제초제 처리에도 민감해서 발아가 크게 억제되었다. 따라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이 매화마름 생육에 중요하다.
 
01624293_R_0.JPG » 매화마름은 농지개량과 제조체 살포 등을 하지 않은 전통논에서만 살아남았다. 사진은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일대에서 발견된 대규모 매화마름 군락지.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매화마름은 논농사에 잘 적응한 식물이다. 추수가 끝난 뒤부터 모내기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기간을 잘 활용해서 빠른 속도로 생육하고 모내기 전에 결실을 하고 다음해를 기다린다. 
 
우려되는 것은 최근의 겨울철 가뭄 현상으로 물이 부족해서 매화마름이 사는 논의 수위도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뭄 현상이 이어지면 매화마름 생육에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 된다. 
 
매화마름은 조건이 되면 비교적 잘 자라지만 논 면적이 감소하고 저수지 확충으로 인해 겨울철 담수하는 논의 감소로 서식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현명한 매화마름 서식지 보전과 관리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매화마름이란 아름다운 생물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지 생물종 하나를 잃는 것 이상의 환경생태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주/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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