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개미 감염 동충하초, 좀비 퍼뜨려 번식한다

조홍섭 2014. 08. 22
조회수 41687 추천수 0

좀비 된 개미, 둥지 들머리 나무 위에서 매달린 채 죽어 포자 떨어뜨려

개미는 둥지 청소 철저, 기생자 침입 막아…동충하초 균은 둥지 밖 감염 전략

 

College of Agricultural Sciences, Penn State_s.jpg » 브라질 열대우림에 사는 불개미 일종에서 자라난 동충하초. 개미는 나뭇잎을 꼭 물고 죽었다. 사진=펜실베이니아대 농대

 
많은 수의 동물이 몰려 사는 곳엔 어김없이 기생 동물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개미는 사람 다음으로 많은 개체가 한 곳에 몰려 사는 동물이다. 곤충 종의 2%에도 못 미치면서도 지구 생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개미는 성공한 동물이다.
 

개미는 특히 둥지 침입자를 깔끔하게 제거하는 행동을 진화시켰다. ‘사회적 면역’이 그것이다.
 

둥지 안에 곰팡이 등이 자라지 못하도록 꼼꼼하게 점검하고 감염된 개체는 굴 밖으로 제거한다. 그런데 어떤 균류는 이런 청소 행동에 맞서는 전략을 고안했다.
 

Camponotus_rufipes_casent0173444_head_1.jpg » 연구 대상인 불개미. 브라질의 대서양 연안 열대림에 많이 산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브라질 남동부 열대우림에는 불개미의 일종(캄포노티 루피페디스)이 많이 산다. 이 개미를 전문적으로 감염시켜 번식하는 균류(오피오코르디세프스 캄포노티 루피페디스)가 있다. 이른바 동충하초다.
 

불개미의 몸속에서 이 균류의 포자가 자라면 개미가 죽고, 포자는 개미의 주검을 양분삼아 버섯으로 자라난다. 그 버섯의 포자가 다른 개미를 감염시킴으로써 이 균류의 생활사가 마무리된다.
 

문제는 개미의 청결행동을 어떻게 피하느냐이다. 이 균류가 채택한 전략은 개미를 좀비로 만들어 조종하는 것이다.
 

David Hughes, Maj-Britt Pontoppidan, PLoS ONE _Ophiocordyceps_unilateralis_g001.png » 동충하초 균이 숙주인 개미가 나뭇잎 뒤에 매달려 죽어 포자를 바닥에 떨어뜨리도록 한 모습. 이번 연구 대상인 균류와는 다른 종류의 동충하초이다. 사진=데이비드 휴 외 <플로스 원>

 

균류가 자라면서 신경계통을 조종당하는 개미는 열대우림의 낮은 나뭇가지에 기어오른다. 개미는 잎사귀 뒤에서 잎맥이나 잎 끄트머리를 주둥이로 꼭 문 채 죽는다.
 

나무에 매달린 개미의 주검에서 동충하초가 피어난다. 개미의 몸에서 자라난 버섯은 포자를 내어 나무 아래에 쏟아 붇는다. 그곳은 바로 개미집의 들머리이다.
 

라쿠엘 호레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곤충학 박사과정생 등 연구진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 18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불개미와 동충하초 사이의 기생 관계를 자연상태에서 장기간 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
 

Figure_S1.jpg » A. 동충하초균에 감염돼 갓 죽은 불개미. B. 포자를 흩뿌리는 단계로 다 자란 동충하초. C. 동충하초(화살표)가 자라기 시작한 불개미. D. 개미 둥지 속의 동충하초는 열흘이 돼도 잘 자라지 못했다. 사진=호레토 외, <플로스 원>

 

연구진은 동충하초에 감염된 개미 주검을 개미굴에 넣었더니 포자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을 뿐더러 주검의 대부분이 개미에 의해 제거됐다고 밝혔다. 동충하초 균에 감염돼 갓 죽은 개미 주검 28구를 개미가 있는 굴과 없는 굴에 절반씩 놓은 실험에서 동충하초는 두 곳 모두에서 자라지 못했다. 개미가 살고 있는 굴에 넣은 14구의 주검 가운데 9구가 제거됐다.
 

공동 저자인 데이비드 휴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개미는 질병을 막기 위해 둥지 안을 깔끔하게 청소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 연구에서 동충하초 균은 개미굴 속에서는 물리적 공간과 미기후 탓에 잘 자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Susanne Sourell (Suse) _2013-01-01_Cordyceps_locustiphila_Henn_399301.jpg » 메뚜기 동충하초. 사진=Susanne Sourell,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20개월에 걸쳐 연구장소 주변의 개미둥지 17곳을 조사해 개미의 동선과 감염돼 죽은 개미의 위치를 3차원 지도로 작성한 결과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우선 모든 둥지가 동충하초 균에 감염돼 있었다. 또 죽은 개미의 위치는 개미가 드나드는 통로 위에 집중됐다. 동충하초의 포자는 먹이를 구하러 드나드는 일개미의 머리 위에 뿌려지게 되는 것이다.
 

휴는 “좀비 동충하초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다음 목표물이 지나갈 길목에 저격병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생자는 개미 둥지 안에서 사회적 면역을 이겨내는 수고를 피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동시에 자신의 후손을 길러낼 숙주를 끊임없이 공급받는 길을 고안했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치밀하고 광범한 감염에도 불개미 둥지가 붕괴한 사례는 없었다. 논문은 개미가 나이에 따른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기생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개미는 어릴 때 집안 일을 주로 하고 나이가 들어 위험한 먹이 구하기에 나선다. 따라서 동충하초 균에 감염되는 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 많은 일개미일 가능성이 크다.
 

조사 결과 개미 둥지마다 다달이 동충하초에 감염돼 죽는 일개미는 14.5마리 정도였다. 연구진은 동충하초균이 개미에게 퇴치할 수도 없고 무리를 심각하게 위협하지도 않는 “만성 질환”과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oreto RG, Elliot SL, Freitas MLR, Pereira TM, Hughes DP (2014) Long-Term Disease Dynamics for a Specialized Parasite of Ant Societies: A Field Study. PLoS ONE 9(8): e103516. doi:10.1371/journal.pone.010351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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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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