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개구리는 ‘건축가’, 새끼 양육 연못 만들어

조홍섭 2019. 08. 27
조회수 10992 추천수 1
자기 체중 절반 넘는 2㎏ 돌 옮기며 둥지 조성…대형화 배경인 듯

go1.jpg » 세계에서 가장 큰 골리앗개구리는 새끼를 안전하게 돌보기 위한 둥지를 짓느라 덩치가 이렇게 커졌는지 모른다. 마빈 쉐퍼 제공.

세계에서 가장 큰 개구리인 아프리카의 골리앗개구리가 다양한 연못을 만들어 새끼를 돌보는 ‘자상한 건축가’임이 밝혀졌다. 몸통 길이만 34㎝에 몸무게 3.3㎏에 이르는 이 거대 개구리는 아프리카 적도의 카메룬과 적도 기니에만 분포하는 멸종위기종이다.

마빈 쉐퍼 독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등 독일 연구자들은 카메룬 서부 음포울라 강변의 골리앗개구리 서식지를 현장 연구해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자연사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쉐퍼는 “골리앗개구리는 거대할 뿐 아니라 자상한 부모임이 이번 연구로 밝혀졌다”며 “이들이 급류가 흐르는 개울가에 만드는 작은 연못은 알과 올챙이가 급류에 떠내려가거나 포식자에게 먹히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한 요람 구실을 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또 “웅덩이를 파고 돌을 치우는 힘든 일을 하기 위해서 이 개구리가 거대한 몸집으로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go2.jpg » 골리앗개구리 둥지의 세 유형. a는 기존 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것, b는 일부 확장, c는 새로 만든 둥지이다. 마빈 쉐퍼 외 (2019) ‘자연사 저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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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과 소가 반복해 나타나는 열대우림 계곡에 서식하는 이 개구리는 3가지 유형의 둥지를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강가 암반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웅덩이에서 바닥에 쌓인 낙엽과 찌꺼기를 쳐내고 쓰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강가에서 가까운 패어나가거나 우묵한 곳을 확장해 웅덩이로 만든 것이다. 바닥의 유기물 찌꺼기나 잔돌을 웅덩이 가장자리에 밀어놓는다. 두 번째가 기존 지형을 살린 둥지라면, 세 번째 유형은 강가의 움푹 팬 곳을 완전히 개수해 파낸 돌과 찌꺼기를 가장자리에 댐처럼 쌓아 웅덩이로 만든 것이다.

첫 번째 유형의 연못은 만드는 데 힘이 별로 안 들지만, 홍수 때 쉽사리 범람해 새끼들이 쓸려나가거나 천적인 새우나 물고기가 들어올 위험이 있다. 반면, 두 번째와 세 번째 유형의 둥지는 홍수피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가뭄 때 말라버릴 위험이 있다.

연구자들은 “자연적 지형을 그대로 번식지로 쓰지 않고 변형하거나 새로 만들어 쓰면 번식 기간을 연장하거나 번식 장소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말하자면 가뭄이 예상되면 첫째 둥지를, 홍수가 올 것 같으면 둘째와 셋째 유형의 둥지를 지으면 된다.

go3.jpg » 골리앗개구리의 서식지 모습. 홍수에 휩쓸리거나 가뭄에 마르지 않을 산란지를 더 확보하기 위해 둥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마빈 쉐퍼 외 (2019) ‘자연사 저널’ 제공.

연구자들은 이 강변 400m 구간에서 19개의 둥지를 발견했는데, 그 가운데 14개에서 바닥의 돌 등에 붙여놓은 골리앗개구리 알이나 올챙이를 확인했다. 또 적외선 카메라로 어미 개구리가 밤새 둥지 근처에 머물며 둥지를 지키는 듯한 모습도 관찰했다.

개구리가 판 웅덩이 가운데는 지름 1m, 깊이 10㎝ 규모인 것도 포함됐는데, 가장자리로 밀어낸 돌덩이 가운데는 개구리 몸무게의 절반이 넘는 2㎏짜리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힘겨운 일을 하는 것이 거대한 몸집의 개구리가 출현한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go5.jpg » 거대 개구리의 일종인 아프리카황소개구리. 물길을 파 올챙이를 더 큰 웅덩이로 옮기는 행동을 한다. 스티븐 존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실제로 어미가 산란 터를 만들거나, 올챙이를 돌보는 다른 종의 개구리도 몸집이 거대한 경우가 많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황소개구리 수컷은 23㎝ 길이에 몸무게가 2㎏을 웃돌기도 하는데, 올챙이를 돌보다가 웅덩이가 마를 상황이 오면 다리와 머리로 물길을 파 이웃의 큰 웅덩이로 올챙이들을 이주시키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골리앗개구리는 세계에서 이 지역에만 분포하는 멸종위기종이지만, 지형이 험한 계곡을 빼고는 숲을 태워 바나나농장이 들어섰고, 지역주민이 마구 잡아 지난 10년 동안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go4.jpg » 골리앗개구리는 지역주민들이 결혼식 등에 별미로 먹기 위해 많이 사냥한다. 낚싯바늘을 계곡에 매달거나(a, c), 덫을 놓아 잡는다. 마빈 쉐퍼 외 (2019) ‘자연사 저널’ 제공.

사실, 연구자들에게 골리앗개구리의 둥지 짓는 행동을 제보한 것도 개구리 사냥꾼들이었다. 수컷이 둥지를 만든 뒤 휘파람 소리로 암컷을 유인해 짝짓기하면, 암컷이 알을 낳고 둥지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개구리가 둥지를 지어 번식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암·수 중 누가 둥지를 짓고 지키는지 등은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비정부기구인 ‘개구리와 친구들’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의 공동 사업이다. 마크-올리버 뢰델 ‘개구리와 친구들’ 대표는 “둥지 짓기 행동이 이제야 발견됐다는 것은 골리앗개구리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개구리에 관해서조차 우리가 얼마나 아는 게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rvin Schäfer, Sedrick Junior Tsekané, F. Arnaud M. Tchassem, Sanja Drakulić, Marina Kameni, Nono L. Gonwouo & Mark-Oliver Rödel (2019) Goliath frogs build nests for spawning–the reason for their gigantism?, Journal of Natural History, 53:21-22, 1263-1276, DOI: 10.1080/00222933.2019.164252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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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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