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송곳니 지닌 초식 공룡 발견

조홍섭 2012. 10. 05
조회수 25361 추천수 0

2억년 전 남아프리카 살던 소형 공룡, 60년 전 발굴 화석에서 '재발견'

고슴도치처럼 억센 강모 덮이고, 앵무새 부리 모양 입 지녀

 

dinosaur-sketch-121003.jpg » 2억년 전 초식공룡 페고마스탁스 아프리카누스의 상상도. 날카로운 송곳니가 눈길을 끈다. 그림=토드 마샬

 

턱 위·아래로 삐죽 튀어나온 긴 송곳니와 앵무새 부리처럼 생긴 입, 여기에 고슴도치 모습의 억센 강모를 가진 초식 공룡이 발견됐다.
 

폴 세레노 미국 시카고대 고생물학자는 생물다양성 분야의 동료 평가 온라인 공개저널인 <주키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세레노 교수는 이 논문에서 조반류 공룡인 헤테로돈토사우르에 속하는 공룡의 분류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두 발로 걸어다니는 고슴도치 같은 독특한 모습의 이 공룡은 길이 60㎝, 몸무게 6~7㎏으로 고양이 비슷한 크기였다. 초대륙 판게아가 갈라지기 시작하던 약 2억 년 전 남아프리카에서 서식하던 종으로 ‘페고마스탁스 아프리카누스’란 학명을 붙였다.

 

dino-skull-121003.jpg » 페고마스탁스 아프리카누스 복원도(위)와 두개골. 스테고사우루스나 트라케라톱스와 같은 부류에 속한 초식공룡이다. 그림=타일러 케일러

 

세레노 교수는 “공룡시대 초창기 때 다른 공룡의 발목 부근에서 잽싸게 돌아다녔을 것”이라고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스>에서 밝혔다.
 

이 공룡은 0.8㎝ 길이의 송곳니가 두드러지는데 그렇지만 포식동물은 아니라고 세레노는 밝혔다. 턱을 다물 때 송곳니가 다른 이와 빗기거나 맞물려 고기를 찢는 기능을 하는 게 아니라 빈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ZooKeys-226-001-g072.jpg » 페고마스탁스 아프리카누스의 전체 골격을 복원한 모습. 사진=폴 세레노, 주키스

 

세레노 교수는 “멧돼지 등 다른 초식동물처럼 송곳니는 방어나 동료와의 경쟁, 땅 파기 등에 사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초식동물인 고라니에게서도 긴 송곳니를 볼 수 있다.
 

앵무새 부리와 비슷한 입으로는 식물의 씨앗이나 견과류를 깨물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공룡의 화석은 1960년대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발굴한 것인데 최근 이를 다시 분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룡을 찾아낸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axonomy, morphology, masticatory function and phylogeny of heterodontosaurid dinosaurs
Paul C. Sereno
ZooKeys 226: 1?225, doi: 10.3897/zookeys.226.284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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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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