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공룡은 세렝케티 누 떼처럼 장거리 이동했다
카마라사우루스, 건기 닥치면 고지대로 먹이와 물 찾아 300㎞ 이상 이동
육식공룡이 뒤따랐을까 다음 연구 과제, 미 연구자 <네이처> 논문
▲이동하는 카마라사우루스 상상도. 사진=드미트리 보그다노프, 위키미디아 커먼스.
아프리카 세렝게티 평원에선 철 따라 누, 얼룩말 등 초식동물이 큰 무리를 지어 장거리 이동에 나선다. 약 1억 5000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의 북미 평원에서도 공룡들이 무리지어 대이동을 했을까.
공룡의 대이동은 <쥐라기 공원> 등 영화의 상상력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과학자들의 엄밀한 연구 결과 그것이 사실임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헨리 프리케 미국 콜로라도 대 지구화학자 등 연구진은 26일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대형 용각류인 카마라사우루스의 이 화석에 들어있는 산소 동위원소를 분석해 이 공룡이 철 따라 수백㎞를 이동했음을 밝혔다.
카마라사우루스는 북미에서 가장 흔한 용각류로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 길이가 20m, 무게는 18t에 이르는 대형 초식공룡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 4월 경남 진양군 나동면 유수리 하천 바닥에서 길이 4㎝인 이 공룡의 이빨 화석이 발견된 일이 있다.
▲카마라사우루스의 두개골 화석.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소장.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카마라사우루스 머리 상상도.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연구진은 공룡 이빨 화석의 산소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화석과 주변 퇴적암 속의 원소 분포가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산소에는 중성자 수가 16개인 산소 16과 이보다 중성자가 2개 많은 산소 18 등 2가지 동위원소가 있다. 고지대의 물에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산소 18이 구름에서 먼저 빗방울로 떨어지기 때문에 그 비율이 저지대보다 낮다.
공룡의 이 화석에서 주변 암석보다 낮은 산소 18의 비율이 나타난 것은 공룡들이 고지대에서 시간을 보냈음을 가리킨다. 게다가 이빨 화석의 단면을 따라 분석을 해보니 5~6개월에 걸쳐 산소 동위원소의 비율이 달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절 이동을 한다는 증거인 셈이다.
연구진은 32개의 이빨 화석을 분석해 공룡들이 적어도 300㎞ 떨어진 고지대로 주기적으로 이동했다 돌아온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저지대 범람원에 건기가 닥쳐 물과 먹이가 사라지면 공룡들은 먹을 풀과 개울이 있는 머나먼 고지대로 이동을 했고, 이듬해 우기 직전에 다시 길을 되짚어 고향에 돌아왔을 것이다.
연구책임자인 프리케는 "이제 (공룡의 장거리 이동을) 입증했으며 다른 공룡도 연구할 새로운 방법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마라사우루스 같은 대형 공룡은 엄청난 양을 먹어치우기 때문에 한 자리에 머물 수 없으리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 연구를 계기로) 이주가 용각류의 대형화로 이끈 진화와 어떤 관련을 맺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용각류는 먹이를 씹는 기능이 부족해 위장의 소화에 의존하고, 충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몸통이 커졌을 것으로 학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몸집이 커지면 국지적인 먹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동을 해야 하고, 또 장거리 이동을 위해서는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걷는 편이 에너지 효율적이기 때문에 대형화로의 진화로 이어졌을 것이란 논리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육식공룡 알로사우루스 골격 표본.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연구진은 또 용각류가 홀로 이동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육식공룡은 당연히 이들을 노렸을 것이다. 카마라사우루스 화석과 함께 출토된 알로사우루스는 그런 육식공룡의 유력한 후보이다.
프리케 박사는 "우리가 진짜 흥미롭게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육식공룡의 동반"이라며 "문제는 육식공룡이 이동경로에 머물며 이들을 기다렸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추적을 했는지를 (알로사우루스의 이빨화석을 분석해)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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