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박쥐의 공중전, 방해음파 쏘아 먹이사냥 교란

조홍섭 2014. 11. 07
조회수 40241 추천수 0

멕시코꼬리박쥐, 음파 방해로 상대 사냥성공률 86% 떨어뜨려

집단사냥 습성에서 비롯, 다른 박쥐와 돌고래에선 아직 발견 안돼

 

bat_Nickolay Hristov.jpg » 같은 먹이를 쫓는 두 마리의 박쥐가 서로 방해 음파를 발사하며 상대의 사냥을 방해하는 모습과 방해 음파. 사진=니콜라이 흐리쉬토프  

 

박쥐가 캄캄한 밤 최고의 곤충 포식자로 군림하는 것은 ‘반향 위치 측정’ 기법 덕분이다. 초음파를 계속 쏘아 되돌아 오는 음파를 통해 상대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박쥐 1200여종 가운데 70%가 곤충을 사냥하는 것은 이 기술이 얼마나 유용한지 잘 보여준다.
 

깔끔해 보이는 이 사냥기법도 음파 방해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일부 곤충은 이미 이런 기법을 터득해 박쥐를 회피하고 있다. 그런데 박쥐가 먹이를 사냥할 때 경쟁자끼리도 방해 음파를 쏘아 경쟁자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bat_Tadarida_brasiliensis.jpg » 음파 방해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멕시코꼬리박쥐.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아론 코코런 미국 메릴랜드 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7일치에 실린 논문을 통해 멕시코꼬리박쥐가 방해 음파를 쏘아대며 먹이 경쟁을 벌인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제까지 박쥐가 내는 초음파는 반향 위치 측정과 무리 내 소통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3의 새로운 기능이 드러난 것이다.
 

이 박쥐는 무리 지어 사냥을 하는데 곤충 한 마리를 두 마리가 추적할 때 이런 상황이 빚어진다. 각자 초음파를 쏘면서 먹이의 위치를 추적해 접근하다가 상대가 먹이를 공격하려는 마지막 순간에 방해 음파를 발사해 공격을 무산시킨다는 것이다.
 

bat.jpg » 박쥐 두마리가 같은 먹이를 향해 접근하면서 방해 음파를 발사하는 모습을 기록한 그래프. 동그라미는 위치 확인을 위한 소리, 별표는 방해 음파 발사, 막대는 먹이를 공격할 때 내는 소리를 가리킨다. 그림=아론 코코런 외 <사이언스>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박쥐들은 먹이를 놓고 상대가 포기할 때까지 서로 방해 음파를 쏘아대며 공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실험 결과 방해 음파를 발사하면 상대의 사냥 성공률이 77~86%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Bats_emerging_from_Davis_Cave_s(9415997068).jpg » 동굴에서 무리지어 먹이를 사냥하러 나오는 박쥐 무리. 집단 사냥이 음파 방해 행동을 낳았다. 사진=미 야생동물 및 어류국

 

이런 행동은 멕시코꼬리박쥐 이외의 다른 박쥐나 돌고래에게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멕시코꼬리박쥐가 이런 행동을 진화시킨 데는 100만 마리가 넘는 대규모 집단이 한 동굴에 살면서 일제히 사냥에 나가는 등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작용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 박쥐의 최대 서식지는 미국 텍사스 브래큰 동굴로 2000만 마리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15가지 소리로 소통하는 복잡한 사회 시스템이 있기도 하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J. Corcoran and W.E. Conner, "Bats jamming bats: Food competition through sonar interference," Science 7 November 2014, Vol 346 Issue 6210, 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125951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야생 호랑이도 백신이 필요해, 개홍역 유일 대책야생 호랑이도 백신이 필요해, 개홍역 유일 대책

    조홍섭 | 2020. 11. 27

    개보다 너구리 등 야생동물이 바이러스 ‘저수지’…정기 포획 조사 때 접종하면 효과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한국호랑이)의 주요 멸종위협으로 떠오른 개홍역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는 개가 아닌 야생 호랑이에게 직접 백신을 접종하는 대책이 ...

  • 2천년 채취한 진귀 한약재, ‘칙칙한’ 애들만 살아남아2천년 채취한 진귀 한약재, ‘칙칙한’ 애들만 살아남아

    조홍섭 | 2020. 11. 26

    티베트 고산식물 천패모, 채집 심한 곳일수록 눈에 안 띄는 위장 색 진화사람의 자연 이용은 진화의 방향도 바꾼다. 큰 개체 위주로 남획하자 참조기는 살아남기 위해 점점 잘아지고 상아 채취가 계속되자 상아가 없는 코끼리가 늘어난 것은 그런...

  • 악어도 도마뱀처럼 잘린 꼬리가 다시 자란다악어도 도마뱀처럼 잘린 꼬리가 다시 자란다

    조홍섭 | 2020. 11. 25

    미시시피악어 23㎝까지 복원 확인…연골과 혈관, 신경도 되살려사람 등 포유류나 새들은 사지의 끄트머리가 잘려나가도 새로 자라지 않지만 도롱뇽이나 일부 물고기는 완전하게 원상 복구하기도 한다. 도마뱀은 그 중간으로 원래 형태와 기능은 아니지...

  • 태평양 심해저 산맥서 최대 규모 장어 서식지 발견태평양 심해저 산맥서 최대 규모 장어 서식지 발견

    조홍섭 | 2020. 11. 24

    3천m 해산에 ㎢당 수만 마리 서식 추정…최대 심해저 광산, 생태계 보전 과제로태평양 한가운데 심해저에 솟은 산꼭대기에서 심해 장어가 ㎢당 수만 마리의 고밀도로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지구 해저의 75%를 차지하는 심해저 생...

  • ‘마당을 나온 암탉’은 박새의 도움이 필요해‘마당을 나온 암탉’은 박새의 도움이 필요해

    조홍섭 | 2020. 11. 23

    가축인 닭도 다른 야생동물 경계신호 엿들어…첫 실험 결과장편동화와 애니메이션 영화로 인기를 끈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양계장을 탈출한 암탉 ‘잎싹’이 족제비와 용감하게 싸우며 아기 오리를 기르는 과정을 감명 깊게 그렸다.&nbs...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