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 살아남은 풍란, 불법채취꾼 끌어모을라

조홍섭 2013. 05. 27
조회수 37361 추천수 0

국립공원공단, 남해 섬 절벽에서 80여 개체 발견…최대 규모 자생지 드러나

과거 도채꾼 로프 발견 등 불법채취 방지 시급…멸종위기종 석곡 1800여 개체도 발견 

 

pung3.jpg » 접근이 어려운 섬 절벽에서 풍란 자생지를 찾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조사단원.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우리나라에서 불법 채취꾼의 손을 가장 많이 탄 희귀식물의 하나인 풍란의 대규모 자생지가 발견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4~5월 사이 접근이 힘들었던 섬 지역 절벽 등에 대한 대규모 조사 끝에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섬에서 풍란 10개체군 80여 개체가 자라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27일 발표했다.
 

pung_현.jpg » 나무나 돌 위에 자생하는 소형 난인 풍란. 사진=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

 

풍란은 광릉복주머니란 등 다른 8종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존등급이 높은 멸종위기야생식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공단은 또 이번 조사에서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는 희귀란 석곡 80여 개체군 1800여 개체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야생에서 풍란이 이렇게 많이 발견된 것은 이 식물이 남획으로 절멸 상태에 빠져 보호조처가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pung2.jpg » 이번에 새롭게 자생지가 발견된 풍란. 씨앗이 맺혀 있다.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풍란은 남해안의 거제도, 거문도, 완도, 흑산도와 제주도 등에 자생했으나 무분별한 채집에 나선 난 동호인과 이들에게 풍란을 판매하는 전문 채취꾼 탓에 진도군 관매도를 빼고는 모두 사라졌다.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 소장은 “2002년 관매도에서 어렵게 자생 풍란 50개체를 발견해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이듬해 누군가 와서 모두 캐어 가 허탈했다. 희귀식물은 아무리 증식·복원을 한다 해도 자생지에 야생 개체가 남아있지 않으면 생물다양성 보존에 의미가 없기 때문에 자생지 보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pung6_한겨레 디비.jpg » 관매도의 자생 풍란. 채취꾼이 모두 캐가 주민이 보관하던 일부 개체로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따라서 이번에 새로 풍란 자생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문 채취꾼의 불법채취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공단은 이번 “조사과정에서 깎아지른 듯한 절벽 중간에서 불법 채취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이는 로프를 발견하기도 해 과거 이 지역에서 불법채취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다. 조사단원이 접근할 수 있다면 불법 채취꾼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단 쪽은 새 자생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일절 밝히지 않았다.
 

황태환 공단 생태복원부 담당자는 “낡은 로프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 로프 하나에 의지에 채취했던 위험한 채집이 벌어지던 흔적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pung5.jpg » 공단 조사단원이 절벽에 걸려있는 불법 채취꾼의 낡은 로프를 걷어내고 있다.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동영상 화면 갈무리


현재 공단이 국립공원 내 자생식물의 불법 채취를 막기 위한 방책으로는 출입금지 구역을 지정해 1회 어길 때마다 10만원씩 누진해 거두는 과태료 처분과, 멸종위기 1급 식물을 불법 채집하거나 훼손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상습범에게는 7년 이하의 징역에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함께 매길 수 있는 규정이 전부이다.
 

공단이 “해양경찰과 협조해 도서지역 무단 채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무인도를 포함해 수많은 섬을 일일이 감시하는 것도 무리이다. 공단은 해당 자생지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무엇보다 주민의 감시에 기대를 거는 것처럼 보인다.
 

석곡_국립생물자원관.jpg » 풍란과 함께 발견된 희귀 부착란인 석곡.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황태환씨는 “자생지에 접근하려면 선박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어 주민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주민이 희귀식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해 불법 채취꾼을 신고하도록 유도하겠다.”라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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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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