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 긴 꼬리로 반격 박쥐의 초음파 교란

조홍섭 2015. 02. 17
조회수 61832 추천수 1

시각 아닌 청각 이용하는 새로운 포식자 박쥐 출현에 대응해 진화

꼬리 있는 나방 생존율 47% 더 높아, 긴 꼬리가 비행능력과는 무관

 

gin1.jpg » 긴꼬리산누에나방. 긴 꼬리를 하늘거리며 나는 이유는 박쥐의 초음파를 교란시키기 위해서임이 밝혀졌다. 사진=지오프 캘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나방을 노리는 포식자는 박쥐, 올빼미, 고양이 등 많다. 이를 피하기 위한 가장 흔한 전략은 날개에 눈 모양의 반점을 만들어 포식자의 치명적 공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박쥐가 출현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시각이 아닌 청각을 이용하는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새로운 대응책이 필요해진 것이다.

 

gin2.jpg » 눈많은그늘나비. 몸의 핵심 부위로부터 포식자의 시선을 교란시킨다. 사진=Toceka,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난 6000만년 동안 박쥐와 나방 사이에는 ‘음파 전쟁’이 계속돼 왔다. 서로 공격과 방어 무기를 정교화하는 군비경쟁이다.
 
마침내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듣는 나방이 나타났다. 박쥐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면 갑자기 공중에서 뚝 떨어지는 나방은 박쥐의 사냥 성공률은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더 적극적으로 박쥐가 다가오면 방해 전파를 발사해 박쥐를 교란하는 나방도 출현했다. 박각시나방의 일종은 박쥐의 초음파를 들으면 자신의 생식기를 배에 문질러 방해 전파를 만드는 사실이 밝혀졌다.

 

HawkMoth620x320.jpg » 박각시나방 가운데는 적극적으로 방해전파를 내어 박쥐를 교란하는 종이 있다.
 
그러나 나방의 절반 가까이는 아직도 박쥐의 주무기인 초음파를 듣지 못한다. 이런 나방을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이 있음이 밝혀졌다.
 
바로 긴 꼬리이다. 날개 끝에서 길게 늘어진 꼬리가 팔랑거리며 박쥐의 초음파를 교란시킨다는 것이다. 날개의 반점처럼 긴 꼬리는 박쥐의 치명적인 첫 공격으로부터 몸의 핵심부위를 지킨다.
 
제시 바버 미국 보이지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북미산 긴꼬리산누에나방이 뒷날개의 기다란 꼬리를 이용해  갈색박쥐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회피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밝혔다. 이들의 논문은 미국립학술원회보(PNAS) 16일치에 실렸다.

 

bat2.jpg » 산누에나방과의 계통도. 긴 꼬리는 독립적으로 4차례에 걸쳐 진화했음을 보여준다(회색 부분). 그림=제시 바버 외, <PNAS>

 
연구자들은 이 나방을 낚싯줄로 공중에 매달아 놓고 박쥐의 사냥 성공률을 초고속 적외선 카메라와 초음파 마이크를 이용해 측정했다. 그 결과 긴 꼬리가 있는 나방의 생존율은 잘라낸 나방보다 47% 높았다. 이는 박쥐의 초음파를 들을 수 있는 나방의 생존 이득과 비슷한 비율이었다.
 
또 박쥐 공격의 55%는 나방의 꼬리 부위로 향해, 꼬리가 공격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분석에서는 산누에나방과에서 이런 긴 꼬리가 독립적으로 4번 진화해, 이 전략이 꽤 유효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자들은 또 꼬리가 있고 없고가 이 나방의 비행능력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음을 밝혔다.
 
긴꼬리산누에나방과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은 우리나라에도 서식하는데 크고 아름다워 인기가 높다. 여기에 기발한 박쥐 대항 전략이 매력으로 더해지게 됐다.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의 생태. 동영상=국립환경과학원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esse R. Barbera et. al., Moth tails divert bat attack: Evolution of acoustic deflection, PNAS early Edition,
www.pnas.org/cgi/doi/10.1073/pnas.142192611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물고기도 체온 올려 바이러스와 싸운다물고기도 체온 올려 바이러스와 싸운다

    조홍섭 | 2020. 09. 25

    잉어 등 감염되면 수온 높은 곳 이동해 ‘자가 치료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면 사람은 체온을 올려 면역반응을 강화하고 침입한 병원체를 억제하려 한다. 그러나 발열은 항온동물인 포유류뿐 아니라 변온동물에서도 발견된다.파충류인 사막 이구아나가...

  • 가을철 조개 안에 알 낳는 담수어 납지리의 비밀가을철 조개 안에 알 낳는 담수어 납지리의 비밀

    조홍섭 | 2020. 09. 23

    경쟁 피해 10월 산란, 조개 속 휴면 뒤 4월 나와납자루아과 물고기는 살아있는 조개껍데기 속에 알을 낳는 특이한 번식전략을 구사한다. 알에서 깬 새끼가 헤엄칠 만큼 충분히 자란 뒤 조개를 빠져나오기 때문에 적은 수의 알을 낳고도 번식 성...

  • 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

    조홍섭 | 2020. 09. 22

    젊은 수컷에 역경 이길 지식과 경험 제공…‘불필요하다’며 트로피사냥, 밀렵 대상나이 든 아프리카코끼리 암컷의 생태적 지식과 경험이 무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늙은 수컷 또한 암컷 못지않게 코끼리 사회에서 ...

  • 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

    조홍섭 | 2020. 09. 18

    캐나다 북극토끼 사체 청소동물 24종, 4종의 다람쥐 포함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의 방대한 침엽수림에서 눈덧신토끼는 스라소니 등 포식자들에게 일종의 기본 식량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덧신을 신은 것처럼 두툼한 발을 지닌 이 토끼는 ...

  • ‘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

    조홍섭 | 2020. 09. 17

    `늑대+고래’ 독특한 울음 특징…4천m 고원지대 서식, ‘멸종’ 50년 만에 확인오래전부터 호주 북쪽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뉴기니에는 독특한 울음소리의 야생 개가 살았다. 얼핏 늑대의 긴 울음 같지만 훨씬 음색이 풍부하고 듣기 좋아 ‘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