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도 '긁적', 깃털 갉아먹는 원시 이 발견

조홍섭 2019. 12. 18
조회수 16198 추천수 1
1억년 전 호박 속 화석 발견…공룡도 이·벼룩에 시달렸다

d1.jpg » 깃털공룡의 깃털을 갉아먹다 나뭇진에 빠져 호박으로 굳은 약 1억년 전 이의 모습. 타이핑 가오 제공.

털이나 깃털이 달린 더운피 동물은 예외 없이 이, 벼룩, 진드기 같은 피부 기생충에 시달린다. 약 1억년 전 공룡시대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음이 화석 기록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얀마에서 발굴된 9900만년 전 나뭇진이 굳어 광물이 된 호박 속에서 고대 이로 득실대는 깃털공룡의 깃털이 발견됐다. 일부 이는 발톱으로 깃털의 가지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고, 이가 갉아먹어 손상된 깃털도 발견됐다.

타이핑 가오 중국 수도사범대 고생물학자 등 중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로 적어도 백악기 중반 초기 조류를 포함한 깃털공룡이 퍼져 나가면서 깃털을 먹는 곤충이 출현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깃털을 먹는 이 가운데 가장 오랜 것은 독일에서 발견된 신생대 에오세인 4400만년 전 화석이었다.

d2.jpg » 공룡 깃털 하나에 들러붙은 9마리의 원시 이 화석(위). k를 확대하면 온전한 깃털(흰 별)과 이가 손상한 부위(검은 별)가 보인다. 타이핑 가오 외 (2019)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제공.

연구자들은 원시 새나 깃털공룡의 깃털이 들어있는 수많은 호박 화석 속에서 이 유충이 들어있는 2개를 찾아냈다. 한 호박의 깃털에는 이 9마리가 깃털에 들러붙거나 주변에 놓여 있었다.

이번에 발견된 이는 현생 이와 마찬가지로 날개가 없고 크고 강한 씹는 입과 4개의 이빨을 지녔지만, 짧고 강한 더듬이와 발톱은 전혀 달랐다. 연구자들은 “일부 이가 발톱으로 깃털 가지를 움켜쥔 모습이고, 완벽한 깃털과 함께 구멍이 뚫린 부위가 발견돼 이가 깃털의 가지를 씹어 손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가 기생한 깃털의 주인이 하나는 깃털공룡, 다른 하나는 이빨이 달리 초기 조류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는 깃털이 달린 동물이라면 공룡이든 새든 기생했다는 얘기가 된다. 연구자들은 “현생 이나 벼룩처럼 숙주를 가리지 않고 기생하는 행동이 당시에 벌써 나타났을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물론 두 깃털이 같은 공룡의 다른 부위일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d3.jpg » 2017년 발표된 1억년 전 공룡 깃털과 진드기 화석. 페날베르 외 (2017)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제공.

중국 수도사범대 고생물학자들은 2012년 중국 동북부에서 발견한 1억6500만년 전 화석에서 길이가 2㎝가 넘는 벼룩을 발견하기도 했다. 공룡의 피를 거대 벼룩이 빨았다는 건데, 이번에 발견된 이는 0.14∼0.23㎜로 다 커도 0.5㎜가 되지 않는 작은 몸집이다. 연구자들은 호박이 아닌 바위가 짓눌리는 일반 화석에서 이런 기생충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것은 이런 작은 크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미얀마의 9900만년 전 호박 화석에서는 2017년 참진드기가 깃털공룡 깃털과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관련 기사: 참진드기 1억년 전에도 깃털공룡 피 빨았다). 공룡시대의 깃털공룡이나 초기 새들은 피를 빨고 깃털을 갉아대는 이, 벼룩, 진드기 등쌀에 나뭇가지에 앉으면 몸을 긁적였고, 그때 떨어진 깃털은 나뭇진과 함께 호박으로 굳어 1억년 전의 생태를 보여주게 됐다.

d4.jpg » 이번에 발견된 공룡 깃털을 갉아먹는 원시 이 성충의 상상도. 천왕,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aiping Gao et al, New insects feeding on dinosaur feathers in mid-Cretaceous amber, Nature Communications, (2019) 10:5424, https://doi.org/10.1038/s41467-019-13516-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

    조홍섭 | 2020. 04. 29

    시간당 20회, 영장류 공통…사회적 소통과 ‘자아 확인’ 수단 코로나19와 마스크 쓰기로 얼굴 만지기에 어느 때보다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이 행동이 사람과 침팬지 등 영장류의 뿌리깊은 소통 방식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침팬지 등 영장류와 ...

  • 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

    조홍섭 | 2020. 04. 28

    고래보다 1억년 일찍 바다 진출, ’수렴 진화’ 사례 공룡 시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가장 오랜 파충류인 악어는 대개 육지의 습지에 산다. 6m까지 자라는 지상 최대의 바다악어가 호주와 인도 등 동남아 기수역에 서식하지만, 담수 악어인 나일악어...

  • ‘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

    조홍섭 | 2020. 04. 27

    손목서 성호르몬 분비, 긴 꼬리에 묻혀 공중에 퍼뜨려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에 나서는 남성처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수컷도 짝짓기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과일 향을 내뿜는다. 사람이 손목의 체온으로 향기를 풍긴다면, 여우원숭이는 손목 분...

  • 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

    조홍섭 | 2020. 04. 23

    어미 박새, 뱀 침입에 탈출 경보에 새끼들 둥지 밖으로 탈출서울대 연구진 관악산서 9년째 조사 “영장류처럼 뱀에 특별 반응” 6달 된 아기 48명을 부모 무릎 위에 앉히고 화면으로 여러 가지 물체를 보여주었다. 꽃이나 물고기에서 평온하던 아기...

  • 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

    조홍섭 | 2020. 04. 22

    북한 과학자, 국제학술지 발표…권곡·U자형 계곡·마찰 흔적 등 25곳 제시 금강산의 비경이 형성된 것은 2만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쌓인 두꺼운 얼음이 계곡을 깎아낸 결과라는 북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이번 연구는 금강산을...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