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로 이사 가도 통계엔 '귀촌'

이수경 2019. 04. 30
조회수 6285 추천수 0
정부, 민간 할 것 없이 데이터 조작, 정책 사상누각 될라

06099362_P_0.JPG » 경기 평택·고덕 신도시 모습. 서울에서 이곳으로 이사하면 귀촌일까. 김명진 기자

오랜 의심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2019년 4월 검찰은 엘지(LG)화학, 한화케미칼 등 화학기업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조작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관련 기사검찰, 대기오염 배출 조작 ‘엘지·한화’ 수사 착수). 

엘지화학 등은 2015년부터 4년 동안 여수산단 공장에서 측정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조작해 배출 부과금을 면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측정업체와 배출업체가 짜고 배출농도를 속인 일은 비단 여수산단 만의 문제도 이들 공장만의 문제도 아니다. 

22일 감사원 대기오염물질 감사에서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맹독물질인 청산칼륨(청산가리)의 원료인 시안화수소를 기준치의 5.6배나 초과하고도 관련 사실을 1년8개월이나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은 배출업체와 측정업체를 엄벌해 재발을 막아줄 것을 요구했고 전문가와 환경단체도 대행업체나 기업이 스스로 관리하던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현대제철, ‘청산가스’ 대기에 내뿜고도 20개월 숨겨).

기업이 근시안적인 편익을 위해 저지르는 데이터 조작은 돌이킬 수 없는 안전사고와 환경오염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국가정책의 실패와 천문학적인 비용의 낭비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데이터 왜곡이 배출오염기업에서만, 조작으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지방정부 및 중앙정부에서도 데이터 왜곡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엉뚱한 데이터로 만들어진 엉뚱한 정책

최근 들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현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중앙정부, 국회도 인구감소 대책으로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귀농∙귀촌 종합센터를 운영하고, 귀농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귀농∙귀촌 지원에 필요한 시책을 효율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매년 귀농∙귀촌 통계를 조사발표하고 있다.1)

이 통계를 보면, 귀농∙귀촌 인구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귀농인의 경우 50~60대가 65.9%를 차지하는데 반해 귀촌인은 30대 이하가 5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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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연령별 귀농․귀촌인 특성(단위:%)2)

농림축산산업부는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귀농가구 중 젊은 층과 여성 가구주의 비율이 점진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고 판단하고, 2019년 귀농∙귀촌 정책 방향에서 귀농∙귀촌  청년 및 창업지원을 확대하고 청년귀농 장기교육 예산을 2018년에 비해 두 배로 늘이는 등 청년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3)

그러나 '귀농∙귀촌법'에서는 귀촌인을 “읍∙면지역이 아닌 곳에서 읍∙면지역으로 자발적으로 이동한 농업인이 아닌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 귀촌인 수가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귀촌가구는 주된 전입사유로 1위가 직업(32.5%), 2위가 주택(29.5%)을 꼽고 있어 현재 통계상의 귀촌인이 대도시를 근거로 하는 삶의 방식을 바꾼다는 의미의 귀촌인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것은 또한 귀농과 귀촌인의 지역적 분포로도 알 수 있는데 귀농인은 경북(2316가구), 전남(1925가구), 경남(1668가구) 순으로 많았고, 귀촌인은 경기(8만9551가구), 경남(4만1906가구), 경북(3만6812가구) 순으로 대도시 인근에서 많았다.(그림2) 특히 시군별 귀촌인 규모가 큰 상위 5개 지역이 경기 화성시(3만2080명), 대구 달성군(2만5791명), 경남 양산시(2만3672명), 경기 남양주시(2만218명), 경기 광주시(1만6896명) 등 대도시 주변의 신도시 아파트지역인 것으로 드러나 귀촌인 통계에 얼마나 많은 허수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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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시도별 귀농․귀촌 가구 현황(단위:%)4)

그런데도 이런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귀촌인, 특히 젊은 귀촌인이 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맞는 지원정책을 내놔 봐야 귀촌인이 원하는 정책이 마련될 리 없다.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한 통계 조작 

정부는 2003년부터 '신재생에너지 보급 통계'를 해마다 발표하고 있다. “국내의 신·재생에너지 이용시설의 보급실적을 파악하여,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및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계획 및 실행계획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책을 효과적으로 수립․시행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통계자료이다.5) 이 통계자료에서는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정도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국가별 신재생에너지 비교를 싣고 있다. 

그런데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량도 목표한 대로 늘지 않자, 정부는 에너지 보급정책을 개선하는 대신 통계 방식을 바꾸는 방법을 택했다. 

06043365_P_0.JPG »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통계는 부실하기로 유명해 국제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경기도 안성시의 수상 태양광 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해마다 발간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통계 자료 중 국제 비교 통계에서 우리나라 데이터를 빼기도 하고(2003, 2004, 2006, 2007, 2008년), 국제에너지기구 기준으로 작성된 다른 나라 데이터 사이에 우리나라만 다른 년도 다른 기준으로 작성된 데이터를 끼워 넣기도 했다(2005년).

그러다 보니 해마다 작성된 신재생에너지 보급 통계의 국제비교에서 우리나라 데이터만 해마다 다른 기이한 보고서가 작성되게 되었다. 통계를 작성해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각국마다 신재생에너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데이터만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작성한 데이터 대신 우리나라 기준의 데이터를 끼워 넣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국제비교를 위해 같은 기준으로 작성된 통계에서 굳이 우리나라 데이터만 바꿔 끼운 이유라기엔 구차하다. 

정부보고서에서조차 해마다 바뀌는 이 데이터로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의 성과를 진단하거나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이 세워졌으니 지지부진 했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결국 2010년 이후에는 국제에너지기구의 데이터를 그대로 싣게 되면서 데이터를 통한 현황 파악이 가능하게 되었다. 비록 꼴찌를 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꿰맞춘 데이터로 엉터리 정책을 세우는 낭비가 더는 벌어지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정책목표나 안이한 데이터 작성으로, 통계만 보고는 도대체 현황을 파악할 수 없는 분야가 신재생에너지만이 아니다. 재활용을 위해 분류한 양을 재활용량으로 둔갑시켜 여기저기 불법 매립되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는 음식쓰레기도 통계상으론 100% 재활용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그 통계치의 정확한 의미는 분리 배출된 음식물류 폐기물이 거의 100% 사료화나 퇴비화 설비에 투입된다는 뜻이지 실제 쓸 만한 사료나 퇴비가 100% 만들어진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관련 기사: 불법처리가 재활용으로 둔갑, '폐기물 세탁' 만연).  

기업이 이익을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고 정부가 책임 회피를 위해 데이터를 왜곡하고 감추는 일 자체는 얼핏 대단히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현상을 진단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일의 주춧돌이 바로 데이터이다. 잘못 놓인 주춧돌 위에 안전한 건물을 올릴 수 없는 것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채 장부에서만 따로 노는 데이터를 기초로 한 연구와 정책으로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 수는 없다. 

최근 연이어 드러난 데이터 조작은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 주고 있다. 데이터 공개뿐 아니라 데이터를 생산하고 검증하는 과정도 철저해야 하며, 그 과정 또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바닥부터 다져야 집을 지을 것 아닌가.

참고 문헌:
배민식, 귀농‧귀촌의 범주 문제 및 개선 방안, 이슈와 논점 1434호, 2018년 3월 22일, 국회입법조사처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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