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최상류 열목어 그때 그 토착종 흔적

조홍섭 2017. 05. 17
조회수 14324 추천수 0
열목어1.jpg » 열목어는 산란을 위해 목숨을 걸고 서식지인 폭포를 넘어 내린천 상류로 올라가야 한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열목어는 ‘시베리아 연어’로
낙동강 최상류, 세계 최남단 서식지 
 
1960년대 탄광 폐수로 절멸 판단해 
1980년대부터 홍천산 가져와 풀어놔 
 
최근 국내 연구진 국제 과학저널에 논문
홍천산 아닌 고유한 유전적 구성 확인
 
2만년 전 빙하기 피해 한반도 온 열목어 
유전 다양성이 낮아 멸종위험 커 
남한 열목어는 중국 황하 열목어 유사 
 
지역별 유전적 차이 무시한 채 
1980년대부터 봉화, 태백, 정선 등에 
지자체 중심으로 무분별 방류
  
어느 지역 것인지조차 불분명해 
각 지역 유전적 독창성 훼손 
 
한강과 낙동강 최상류 찬 개울에는 커다란 육식성 민물고기가 산다. 한여름에도 손이 저릴 만큼 차고 산소가 풍부한 여울과 함께 겨울에는 추위를 피할 큰 소가 있는 계류에만 사는 열목어가 그 주인공이다. 봄철 산란기에 폭포를 뛰어오르는 장관을 연출하는 열목어는 한반도의 대표적 연어과 물고기이다. 또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는 법정 보호종이자 일부 서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열목어표.jpg
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열목어는 한반도만의 물고기는 아니다. 열목어는 ‘시베리아 연어’로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10대 강 가운데 4개가 시베리아에 있는데, 열목어는 그 4개 강인 오비, 레나, 예니세이, 아무르 강 모두에 서식한다. 그리고 한반도는 열목어가 사는 지구에서 가장 남쪽 지역이다.

한반도에서도 낙동강 상류인 경북 봉화와 강원 태백은 열목어의 최남단 서식지이다. 학술가치가 높은 곳이지만 이 서식지의 열목어는 1960년대 탄광 폐수로 절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쩔 수 없이 1980년대부터 한강 등에서 열목어를 가져와 풀어놓았다. 그러나 낙동강의 토착 열목어가 당시에 살아남았다는 유력한 증거가 나왔다. 

열목어2.jpg » 내린천을 거슬러 오르는 열목어. 김봉규 기자
 
광산·고랭지 발 개발로 훼손 확산

장지은 상지대 생명과학과 박사과정생 등 우리나라 연구진은 국제 과학저널 <보전 유전학> 3월14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9개 집단의 열목어를 대상으로 유전 다양성과 유전 구조를 상세히 분석했다. 그 결과 낙동강 최상류 열목어는 다른 지역과 다른 고유한 유전적 특징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약 2만년 전 빙하기를 피해 한반도로 들어온 열목어는 전체적으로 유전 다양성이 매우 낮아 멸종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한의 열목어는 두만강과 압록강의 열목어보다는 중국 황하 상류의 열목어와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지역별 유전적 차이를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열목어를 이식하면서 각 지역의 유전적 독창성을 훼손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열목어는 조사한 9개 집단 가운데 5개 집단이 단일한 유전자형일 만큼 유전적으로 단순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이혁제 상지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같은 연어과의 다른 어종인 산천어가 2~15개의 유전자형인 데 견줘 이번에 연구한 열목어는 지역당 1~2개였다”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한반도가 열목어의 빙하기 피난처 구실을 하면서 애초 적은 수가 내려와 ‘유전적 병목현상’을 빚었고 근친교배로 인해 유전 다양성이 줄었을 것으로 보았다. 유전 다양성이 낮으면 적응능력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환경변화와 새로운 질병 등에 의해 지역적 멸종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도 광산 개발과 고랭지 밭 확산 등 서식지 훼손이 계속됐고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냉수성 어종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더해 유전적으로 구별되는 다른 지역 열목어를 풀어놓는 행태가 최근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1980년대부터 과거 서식지였던 낙동강 상류의 경북 봉화, 강원 태백과 남한강 상류인 강원도 정선에 열목어를 지자체 중심으로 방류했다. 이런 무분별한 방류는 유전적 교란의 폐해가 알려진 최근에도 계속됐다. 1999년엔 과거 열목어 서식 기록이 없는 치악산에, 2012년엔 강원도 평창에 2000마리를 풀어놨다. 대부분의 경우 방류한 열목어가 어느 지역 것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정선의 정암사 일대와 경북 봉화의 백천은 열목어의 세계 최남단 서식지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열목어3.jpg » 산란을 위해 강 상류로 거슬러 오르던 열목어가 거친 폭포를 뛰어오르기 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황중문 수중사진가
 
 
복원된 정선의 열목어는 기원이 복잡해, 북한강의 인제와 낙동강의 태백, 봉화 등에서 가져온 것으로 밝혀졌다. 낙동강 상류인 경북 봉화는 최남단 서식지인데 열목어가 사라졌다며 강원도 홍천과 출처 미상의 열목어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3차례에 걸쳐 복원한 곳이다.

흥미롭게도 이곳에서는 홍천 계열의 열목어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멸종하지 않고 계곡 고유의 열목어가 깊은 계곡에 살아남아 있던 것은 아닐까. 

국립생물자원관도 이전에 가능성 제기

이혁제 교수는 “낙동강 수계인 태백과 봉화의 열목어가 고유한 유전적 구성이 나타나 이 수계에 멸종하지 않은 고유 유전적 계통이 존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직 고유 열목어가 사라지지 않았는데 엉뚱한 지역의 열목어를 풀어놓았고, 불행 중 다행으로 고유의 유전형질은 남아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치악산과 평창에 풀어놓은 열목어는 홍천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홍천의 환경에 적응해 분화한 열목어가 다른 하천에 유입된다면 그곳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유전적 독창성은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 교수는 “(유전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최근의 열목어 이식은 오랫동안의 개체군 유지 및 환경변화 대응을 위한 전략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지 개체수의 증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동시에 유전적 구조를 간섭하지 않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열목어지도.jpg » 그림의 원은 세계의 열목어 분포 장소. 같은 색깔로 표시된 지점의 열목어는 비슷한 유형의 유전자를 지닌다. 출처=이혁제 외 (2017)

 
 
이 연구에서 남한의 열목어는 빙하기 때 같은 물줄기였던 황하 상류의 열목어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압록강과 두만강 열목어는 두 강이 옛 아무르 강의 지류였기 때문에 남한보다는 시베리아의 열목어와 더 가까웠다. 그렇다면 대동강이나 청천강 등 서해로 흐르는 북한의 강은 어떨까. 이 교수는 “옛 황하와 같은 물줄기여서 남한의 열목어와 같은 계통으로 추정되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잔존 집단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난 낙동강 최상류의 열목어 집단이 세계 열목어 분포의 남한계지로서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국립생물자원관도 2012년 열목어의 유전자 연구에서 낙동강 고유의 열목어가 살아남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이번에 훨씬 자세한 조사에서 그 가능성이 거듭 확인된 것이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시베리아의 열목어는 어떻게 한반도에 왔나
 
연어는 바다에 살다 산란기에 하천으로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이다. 그런데 연어과 어류인 열목어는 어떻게 하천 최상류에 살게 됐을까. 또 북극해로 흐르는 시베리아의 큰 강이 주 서식지인 열목어가 어떻게 한반도 낙동강 최상류 계곡에까지 내려오게 됐을까.

먼저 북극해에서 자라 그리로 흘러들던 차가운 강을 거슬러 올라 산란하던 옛 열목어가 육지에 갇힌 것은 빙하기 때문이란 설명이 정설이다. 극지가 얼어붙으면서 강물이 더는 북극해로 흘러나가지 못하고 내륙에 갇혀 거대한 빙하호와 습지대를 형성했고 육봉형 연어인 열목어가 탄생했다. 

빙하기 열목어는 얼지 않은 하천 남쪽의 계곡과 호수를 피난처 삼아 살아남았고 간빙기에는 다시 북상하거나 고산 계곡으로 거슬러 올랐다. 열목어가 시베리아 중부와 동부에 널리 분포하지만 동시에 동북아의 아무르강과 연해주, 한반도, 중국 황하 상류 등에도 분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극해로 흐르던 큰 강에 살던 열목어는 동해로 흐르는 아무르강으로 옮겨왔고 다시 빙하기 때 황하와 서해로 흐르는 강이 하나의 물줄기로 만나는 고황하로 이주했다. 120만년 전에는 백두산의 분화로 동해로 흐르던 압록강이 서쪽으로 유로를 틀었다. 압록강과 두만강에는 모두 열목어가 산다. 

한반도의 열목어는 대륙 충돌과 빙하기와 간빙기 도래, 화산 폭발, 하천의 쟁탈과 유로 변경 등 장구한 세월에 걸친 지질학적 격변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들의 유전자에는 그런 자연사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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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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