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해양동물 바다거미는 다리로 숨 쉰다

조홍섭 2017. 07. 12
조회수 14126 추천수 0
남극 심해에 90㎝ 크기도 있는 수수께끼 원시 절지동물
다리 속에 든 소화관 연동운동 통해 온몸에 산소 공급

s1_Timothy R. Dwyer (PolarTREC 2016), Courtesy of ARCUS2.jpg » 바다거미의 다리는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주요 장기도 다리 속에 들어있다. Timothy R. Dwyer (PolarTREC 2016)

세계 바다에 1300종이 분포하지만 별로 알려지지 않은 동물이 바다거미이다. 얕은 열대바다부터 남극의 7000m 깊이 심해까지 두루 분포하는 이 생물은 기다란 여덟개의 다리로 바다 밑바닥을 서서히 걸어 다닌다.

현재 바다거미강,바다거미목으로 분류되는 바다거미는 모든 절지동물의 조상에서 갈려 나온 고생대 캄브리아기 생물이란 설이 있을 정도로 아직 계통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분명한 건, 생김새와 달리 거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족보만큼이나 신기한 바다거미의 생태가 새로 밝혀졌다. 이 거미가 심장 대신 소화관의 연동운동을 통해 온몸에 산소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s2_Timothy R. Dwyer (PolarTREC 2016), Courtesy of ARCUS.jpg » 바다거미는 전세계 바다에 널리 분포한다. 극지방 바다 개체는 매우 크다. Timothy R. Dwyer (PolarTREC 2016)

아서 우즈 미국 몬태나대 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10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바다거미는 몸체에서 다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중요한 장기는 모두 다리 속에 들어있다.

우즈는 “우리는 몸 한가운데 위치한 소화관이 몸통의 공간 하나에 국한돼 있지만 바다거미의 소화관은 여러 갈래로 가지를 쳐 모든 다리의 끄트머리까지 뻗어있다. 사실상 바다거미의 소화관은 몸통 모든 곳의 빈 곳을 채우고 있다. 마치 순환계가 우리 몸의 모든 공간을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셀 출판사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s3_.jpg » 바다거미는 몸이 부드러운 바다아네모네 등 무척추동물에 뾰족한 입을 꽂고 체액을 빨아먹는다. 공격 받은 바다아네모네는 죽지 않는다. Timothy R. Dwyer (PolarTREC 2016)

바다거미는 대개 1∼2㎝로 작지만 극지방에선 90㎝에 이르는 거대화 양상을 보인다. 우즈는 맥머도 남극 기지에서 현미경으로 혈액과 소화관의 흐름을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이렇게 큰 몸집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산소를 몸 구석구석 공급하기 위해 사람이라면 허파, 물고기라면 아가미가 있지만 바다거미에는 그런 가스교환 장기가 따로 없다. 대신 다리의 표면적이 아주 넓고 또 구멍이 많이 있는 다공질이어서 다리 표면으로 흡수한 산소를 온몸에 보낸다. 사실상 다리로 숨 쉬는 셈이다.

s4_Timothy R. Dwyer (PolarTREC 2016), Courtesy of ARCUS3.jpg » 바다거미는 모든 절지동물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캄브리아기 생물일 가능성이 있다. Timothy R. Dwyer (PolarTREC 2016)

바다거미도 심장이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심장의 영향은 몸통과 가까운 다리 일부에만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산소 공급은 소화관이 음식물을 소화할 때처럼 수축했다 이완했다를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연동운동으로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결과는 모든 동물이 부닥치는 문제에 대해 진화적으로 얼마나 다양한 해법을 찾는지를 보여준다”며 “그러나 바다거미의 몸 공간을 채우는 소화관이 순전히 소화를 위해 생겼다가 나중에 호흡 용도로 쓰이게 됐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urrent Biology, Woods et al.: "Respiratory gut peristalsis by sea spiders" http://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17)30628-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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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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