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얼음속 소금물 호수에 미생물 번창, 외계 생명체 청신호

조홍섭 2012. 11. 28
조회수 35880 추천수 1

수온 영하 13도, 바닷물보다 6배 짠 무산소 물에 ㎖당 60만마리 발견

화성, 유로파 등 물 발견된 행성에도 생물 생존 가능성 커져

 

Christian H. Fritsen, DRI Research Professor, and Clinton Davis DRI graduate student.jpg » 남극 얼음 속 호수 비다 호에서 발견된 세균의 모습. 화성이나 목성 위성에서 생물이 발견된다면 이런 모습일 가능성이 있다. 사진=크리스천 프리첸 사막연구소 연구교수, 클린턴 데이비스 사막연구소 대학원생

 

산소도 햇빛도 없고, 영하 13도에 바다보다 6배나 짠 물, 그리고 외부와 2800년 동안 완전히 고립된 얼음 속 호수에 과연 생물이 살 수 있을까. 과학자들의 답은 이렇다. ‘살 수 있다. 그것도 다양하고 풍부하게.’ 이 연구결과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따질 단서를 제공한다.
 

남극 대륙 속 사막인 맥머도 드라이 밸리에는 비다 호라는 아주 특별한 호수가 있다. 비다 호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수십m 얼음층 밑에 고농도의 소금물이 최대 길이 5.4㎞, 폭 1.7㎞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map.jpg » 맥머도 드라이 밸리(A)와 비다 호(B의 상자 안) 위치. 그림=앨리슨 머레이외, PNAS

 

미국 일리노이 대 사막연구소 등에서 이 호수를 연구해 온 연구자들은 최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 호수에 다량의 세균이 살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5년과 2010년 비다호를 덮은 얼음층을 시추해 호수의 생물을 조사했다. 외부의 미생물로 호수가 오염되지 않도록 특수장비를 동원했다. 반도체 공장처럼 클린룸을 얼음 위에 설치했고 연구자들은 방진복을 입었다.

Alison Murray, DRI Associate Research Professor.jpg » 외부 미생물로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진복을 입고 시추를 하는 연구원. 사진= 앨리스 머레이

 

Emanuele Kuhn, DRI graduate student.jpg » 시추장치. 미생물 오염을 막기 위한 특수 장치를 갖췄다. 사진=엠마뉴엘 쿤  

 

얼음 밑 18m 지점에서 소금물이 뿜어나왔는데, 물에 섞인 철분 때문에 노랑에서 오렌지빛을 띤 이 물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생태계임이 드러났다.
 

영하 13도에서도 얼지 않을 만큼 몹시 짠데다 산소는 전혀 없고 약한 산성을 띠고 있었지만, 이곳에서만 관찰된 박테리아가 번성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들 세균의 밀도가 물 1㎖당 10만~60만 개체에 이른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아무런 영양물질이 들어오지 않고 햇빛도 전혀 미치지 않는 이 얼음 속 호수에서 미생물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호수 물속에는 다량의 아산화질소를 비롯해 수소, 암모니아, 금속, 황 등이 녹아있었는데, 미생물들은 물에 녹아있는 수소와 질소 성분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Peter Glenday, Field camp manager, University of Waterloo, PhD Candidate.jpg » 얼음 밑 비다호의 생물을 탐사하는 연구진의 텐트. 사진=피터 글렌데이

 

세균이 살아가는 에너지의 원천은 호수의 짠물과 바닥의 암반 사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미생물의 느린 대사에 비춰 적어도 앞으로 수천년 동안은 호수 생태계가 유지돼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남극 얼음 호수의 생물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최근 지구 밖 행성에서 잇따라 물이 발견되면서 그곳에서도 이런 극한 세균과 비슷한 생물이 살아갈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논문은 생물이 있을 가능성이 큰 외계 천체의 후보로 화성과 목성 위성인 유로파, 토성 위성인 엔셀라두스를 꼽았다.
 

연구자의 하나인 앨리슨 머레이 사막연구소 연구원은 “만일 산소가 없는 소금물과 바위 사이의 화학반응만으로 생명을 지탱할 수 있다면 지구는 물론이고 얼음에 덮여있는 우주의 다른 세계에서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전혀 새로운 발상이 가능하게 된다”고 <비비시> 인터넷 판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남극의 얼음층 밑에는 다수의 호수가 존재하는데, 타임캡슐처럼 오랜 세월 외부와 격리된 이들 호수 생물에 대한 연구가 여러 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최근 영국은 서부 남극 얼음 밑 3㎞ 깊이에 50만년 동안 고립된 엘스워스 호수에 대한 시추 조사에 착수했고, 러시아 연구진은 이보다 깊은 얼음 밑 4㎞에 있는 거대한 보스토크 호에 대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관련기사외계 생명체 생존 비밀의 문, 남극에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icrobial life at ?13 °C in the brine of an ice-sealed Antarctic lake
Alison E. Murraya, Fabien Kenig, Christian H. Fritsen, Christopher P. McKay, Kaelin M. Cawley, Ross Edwards, Emanuele Kuhn, Diane M. McKnight, Nathaniel E. Ostrom, Vivian Peng, Adrian Ponce, John C. Priscu, Vladimir Samarkin, Ashley T. Townsend, Protima Wagh, Seth A. Young, Pung To Yung, and Peter T. Doran
www.pnas.org/cgi/doi/10.1073/pnas.120860710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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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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