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지 않는 남극 연못, 화성의 '강'과 판박이

조홍섭 2013. 02. 14
조회수 29305 추천수 0

돈 후앙 연못, 지구에서 가장 짜 영하 50도에도 안 얼어

최근 발견된 화성의 물 흐른 흔적 설명할 지형으로 드러나

 

nasa_DonJuanSTILL_0660_web.jpg » 남극의 사막 맥머도 드라이 밸리에 위치한 돈 후앙 연못(계곡 아래 오른쪽 작은 원). 사진=나사

 

남극 대륙의 맥머도 드라이 밸리는 혹독한 추위와 건조한 날씨로 지구에서 가장 생물이 살기 힘든 곳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곳의 환경은 생명체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화성의 환경과 유사해 주목되고 있다.
 

최근 화성에서는 급경사 면에 어두운 줄무늬가 기다랗게 나 있고 온도가 높아질 때 전진했다 추워지면 후퇴하는 양상을 보여 ‘강’이 아니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맥머도 드라이 밸리에 있는 돈 후앙 연못이 화성의 유체 흐름을 설명할 비슷한 모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map.jpg » 맥머도 드라이 밸리 전경(A)와 돈 후앙 연못(C)의 위치. 사진=제임스 딕슨 외, <사이언티픽 리포츠>

 

1961년 헬리콥터에서 발견된 이 연못은 당시 영하 30도의 날씨에서도 물이 얼지 않고 고여있어 발견자를 놀라게 했다. 최대 길이가 300m, 폭 100m에 깊이는 10㎝가 안 될 정도로 얕은 이 연못에는 염도 40%의 물이 고여 있어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도 결코 얼어붙지 않는다.
 

이곳의 염도는 보통 바다의 18배, 짜기로 유명한 사해보다 8배나 높다. 염분의 주성분은 제설제로 쓰이는 염화칼슘이다. 연못물 1㎏에 염화칼슘 413g과 소금 29g이 녹아있는 꼴이기 때문에 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 연못의 짠물은 어디서 왔을까. 이곳에도 눈이 오지만 연간 ㎠당 5~10g에 그치는데다 워낙 건조해 내리자마자 승화해 공중으로 날아간다. 기온이 올라갈 때 소량의 눈 녹은 물이 흘러들지만 막대한 염분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제까지 유력한 이론은 깊은 지하수가 염분 층으로 스며들어 연못물을 형성했다는 것이었다.
 

nasa_692px-Dry_Valleys,_Antarctica.jpg » 남극 맥머도 드라이 밸리 위성 사진. 지구상에서 가장 가혹한 조건의 사막이다. 사진=나사

 

그러나 미국 지질학자들은 돈 후앙 연못을 대상으로 여태껏 이뤄진 어떤 조사보다 정밀하게 유량변화를 기상자료 등과 비교 분석한 결과 전혀 다른 결과를 얻었다고 <네이처> 출판그룹이 내는 온라인 공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보고했다.
 

연구진은 두 달 동안 식물의 개화 모습을 찍을 때 이용하는 저속 촬영 기법으로 연못을 촬영해 연못의 느리지만 연속적인 변화를 모니터링했다. 그랬더니 연못 물의 크기는 매일 기온이 최고일 때 가장 크게 늘어났다. 눈 녹은 물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graph.jpg » 공기 속 습도가 급증하기 전(A)과 후(B) 돈 후앙 연못 주변 토양이 습기를 빨아들여 검게 변화는 모습. 사진=제임스 딕슨 외, <사이언티픽 리포츠>

 

연구진은 이번에는 연못 서쪽의 염화칼슘 퇴적층이 있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부근 기상대의 기상측정 자료와 비교했다. 그랬더니 공기 속 습도가 치솟을 때 연못 부근의 토양이 검게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 속 염분이 공기 중 습기를 빨아들여 녹아 흐르는 ‘조해’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소금을 자루에 담아두면 공기 속 수분을 흡수해 소금물이 돼 흘러나오는 현상과 마찬가지다.
 

결국 돈 후앙 연못물의 공급원은 공기 속 습기였던 것이다. 습기는 토양 속 염분을 조해시켜 소금물을 만들었고, 이것이 땅속 영구동토층으로 흘러가 머물다가 눈 녹은 물이 흘러올 때 함께 연못 속으로 씻겨 들어왔던 것이다.
 

 

돈 후앙 연못 주변의 지형은 최근 물 흐름이 발견된 화성의 지형과 유사하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성의 물 흐른 자국이 소금물이 흐른 흔적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화성에서는 서리가 발견된 적이 있어 대기에 약간의 수분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고, 염분이 있는 토양도 있으므로 남극에서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 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다.
 

제임스 헤드 미국 브라운대 지질학자는 “돈 후앙 연못은 폐쇄된 분지의 연못이고 이제까지 화성에선 수백 개의 폐쇄된 분지 연못이 발견됐다. 따라서 이번에 남극에서 우리가 밝힌 것은 초창기 화성에서 어떻게 호수가 작동했으며 또 현재 그 표면에서 수분이 어떻게 흐를지를 추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라고 브라운대가 낸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ickson, J.L., Head, J.W., Levy, J.S. & Marchant, D.R. Don Juan Pond, Antarctica: Near-surface CaCl2-brine feeding Earth’s most saline lake and implications for Mars. Sci. Rep. 3, 1166; DOI:10.1038/srep01166 (201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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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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