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프리 윌리', 돌고래 제돌이 제주바다 돌아간다

남종영 2012. 0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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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돌고래 야생 적응 거쳐 무리 합류…3년만에 고향으로

구좌읍 바다 유력…구름비바위 앞바다는 해군기지로 서식지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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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돌고래 공연 풀장 안쪽의 대기용 풀장에서 쉬고 있는 제돌이. 풀장 시멘트에 긁혀 부리 앞이 벗겨져 있다. 사진=남종영 기자.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주도에서 불법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방사 결정을 내렸다. 국내 처음으로 시도되는 '돌고래 야생방사'다. 

 

▶관련 기사: 쇼하는 피에로 돌고래 노예 해방 ‘세기의 재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인간에게 처음 관찰된 건 2007년 11월4일이다. 고래연구소는 제주도에 서식하는 돌고래의 사진을 찍어 식별번호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돌고래의 등지느러미를 찍으면,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를 구별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붙여진 제돌이의 개체 식별번호는 'JBD09'(Jeju 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였다. 제주도에서 9번째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라는 뜻이다. 

 

그런데 제돌이는 2009년 5월1일 제주도의 돌고래공연업체 퍼시픽랜드로 잡혀 들어오게 된다. 그날 제돌이가 그물에 걸렸고, 어민은 미리 짠 대로 얼마간의 돈을 받고 퍼시픽랜드에 넘긴 것이다.

 

원래 그물에 걸린 돌고래는 수산업법에 따라 즉시 방류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퍼시픽랜드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자신의 수족관으로 가져온 뒤, 약간의 조련을 거쳐 서울대공원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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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큰돌고래의 등지느러미는 개체마다 모양이 다르다.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이를 통해 개체를 식별할 수 있다. 사진=고래연구소.


이번 서울시의 결정은 그런 불법행위를 되돌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돌이가 지난 2009년만 해도 야생에서 헤엄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불법포획돼 서울대공원으로 팔려온 점, 외국에선 이미 돌고래 야생방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서울시의 결정은 당연한 일이지만,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선제적이다.  

 

일부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트윗 발언을 거론하며 공격하고 있다. 박 시장은 19일 오전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 가는 도중 이렇게 말했다.

 

지금 서울대공원에 있는 돌고래 제돌이를 만나러 갑니다. 구럼비 앞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해 보려 합니다."


이 트윗을 보고 일부 언론에선 구럼비바위, 그러니까 강정 해군기지에 야생 방사장을 설치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 시장의 발언은 그런 뜻이 아니라 상징적인 은유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전 연안이 하나의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항과 협재 해수욕장을 지나고 성산 일출봉과 중문 앞바다도 거치고 구럼비바위 앞에서도 헤엄친다. 남방큰돌고래는 생애 내내 제주도를 돌고 돌고 또 돈다.

 

고래연구소가 2007년부터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연안 1㎞ 안쪽의 해안가를 빙빙 돌고 있다. 한 바퀴를 빙 돌기도 하고, 남쪽으로 갔다가 북쪽으로 되돌아 가기도 한다. 불규칙적으로 해안가를 도는 것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특정 해역에 자리잡고 살지 않는다. 이를테면 협재 해수욕장에서 발견한 남방큰돌고래가 제주항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성산 일출봉 앞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 돌고래들은 고래연구소의 사진 식별 작업을 통해 이미 '신원'이 확인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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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제주도 연안에 야생 방사장을 설치할 경우, 제돌이가 기존 무리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100%에 가깝다. 그곳은 구럼비바위가 됐든 협재 해수욕장이 됐든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야생방사장은 바다 한가운데 가두리처럼 지어지며, 돌고래는 이곳에서 산 생선을 먹는 훈련을 하면서 점차 인간에서 멀어지게 된다. 먹잇감을 잡아먹는 걸 다시 배우는 셈이다. 

 

제돌이는 10살을 넘겨 수족관에 잡혀 왔다. 약 3년 가까이 갇혀 있었는데, 어느 정도 적응을 거치면 스스로 먹이를 잡는 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생에서 10살까지 먹이를 스스로 잡아 먹어 왔기 때문이다.(반면 수족관에서 탄생한 돌고래들의 야생 적응이 가장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야생 방사장은 연안의 바다 한가운데 설치된다. 될 수 있으면 바다가 잔잔한 곳에 설치해야 좋다. 그래야 훈련요원들의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또한 남방큰돌고래들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일수록 좋다. 그래야 최종적인 방사 이전에 될 수 있는 한 자주 만나면서 서로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북동쪽 해안(애월항~협재 해수욕장)과 북서쪽 해안(종달리~구좌읍)에서 자주 관찰된다. 고래연구소에서 남방큰돌고래를 연구하는 김현우 연구원은 이런 점을 감안해 제주도 북동쪽 구좌읍 바다가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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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야생의 바다에서 뛰놀고 있는 남방큰돌고래들. 사진=고래연구소.

 

물론 해군기지가 들어서지 않는다면 구럼비바위도 좋은 야생방사 터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해군기지는 114마리밖에 남지 않은 남방큰돌고래의 서식 환경을 악화시킬 게 자명하다. 거대한 군함에서 나오는 소음과 잠수함 음파 등은 돌고래를 교란시킨다. 돌고래는 음파를 사용해 위치를 추적하기 때문이다.

 

강정읍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해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바다 속에서 물질을 하고 있으면, 돌고래가 다가와 돌을 집었다 놨다 장난을 치곤 하죠. 그러던 고래가 최근 들어 많이 없어졌어요."

 

남방큰돌고래는 갈수록 개체 수가 줄어들어 이제 114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무리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에서는 해군기지의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영향은 물론 서식 사실조차 기록되지 않았다.

 

지금은 구럼비바위의 폭파 소리에, 나중에 해군기지의 소음에 남방큰돌고래들은 괴로워할 것이다. 얼마 전 강정에 갔다가 이런 피켓을 본 적이 있다. '강정의 평화는 남방큰돌고래가 돌아오는 것'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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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이메일 :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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