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괴물고기, 날쌘 제비도 덥석

조홍섭 2014. 01. 14
조회수 33270 추천수 0

남아프리카서 동영상 촬영, 포식성 줄벤자리 새로운 사냥법 확인

수면 접근하는 제비 향해 물속에서 자로 잰 듯 뛰어올라…3번에 1번 성공

 

tiger2_flickr.jpg » 아프리카 포식어종 줄벤자리의 날카로운 이. 사진=flickr

 

백로와 오리 등 많은 새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그러나 생태계 먹이 그물에서 고정관념은 쉽게 깨지는 법이어서, 물고기가 새를 먹는 예도 적지 않다. 상어가 바다 표면의 물새를 즐겨 잡아먹는 건 널리 알려진 예이다.
 

 

담수에서도 새를 먹는 물고기들이 있다. 북아메리카 원산인 큰입배스는 갈대밭에서 물 밖 15㎝ 위치에 있던 개개비를 잡아먹는 기록이 있다. 뱀장어, 피라냐, 강꼬치고기 등도 물 위에 떠 있거나 헤엄치는 물새를 잡아먹는다. 심지어 물가에 앉아있는 비둘기를 덮쳐 잡아먹는 대형 메기도 있다.
 

 

그런데 잽싸기로 유명한 제비를 날아가는 동안 낚아채 먹는 물고기가 있다. 아프리카의 큰 강과 호수에 널리 분포하는 줄벤자리(타이거피시)가 그 주인공이다.
 

 

tiger4_ Sullivan, John P2.jpg » 줄벤자리의 모습. 흰빛의 날씬한 몸매와 검은 줄무늬, 붉은 지느러미가 아름답다. 하지만 입은 괴물을 떠올린다. 사진=존 설리반

 

다 자라면 105㎝에 이르는 이 물고기는 은빛 몸에 수평으로 검은 줄무늬가 있고 붉은 지느러미의 끄트머리를 검은색으로 마감한 아름다운 민물고기이다. 그러나 커다란 입을 벌리면 물고기의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든 날카롭고 커다란 16개의 이가 두드러져 ‘괴물 물고기’로 불리기도 한다.
 

 

성격이 사납고 육식성인 이 물고기가 제비를 잡아먹는 것 같다는 보고가 처음 나온 건 1960년 오우틀리란 사람에 의해서였다. 그는 호수 표면을 날던 제비가 사라지는 것이 그때마다 몰려드는 줄벤자리 떼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남아프리카 연구진이 마침내 그런 의심을 풀 결정적 단서를 잡았다. 오브리앙 등 노스-웨스트대 생태학자들은 <어류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줄벤자리가 제비를 사냥한다는 사실을 동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연구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림포포 주에 있는 인공호 쉬로다 댐의 줄벤자리에 원격발신장치를 부착하고 이들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었다. 쉬로다 댐은 1993년 조성된 소형 호수로 이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인 줄벤자리가 도입된 것은 2003년이었다.
 

 

그동안의 관찰 결과 줄벤자리는 해거름이나 해뜨기 직전의 어스름을 노려 활발히 물고기를 사냥했고 낮에는 깊은 은신처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특이한 줄벤자리가 눈에 띄었다. 오전 8시~12시 사이 먹이터도 은신처도 아닌 넓은 수면에 출몰하던 녀석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노리던 것은 바로 이 지역의 여름철새인 제비였다. 제비들은 호수 표면의 곤충을 잡거나 물을 마시기 위해 물표면 가까이 나는데, 이때 줄벤자리가 제비를 습격하는 행동이 비디오 카메라에 잡혔던 것이다.
 

 

연구진이 보름 동안 관찰한 결과 줄벤자리 무리는 매일 20마리꼴로 제비를 잡아먹었다. 어쩌다가 우연히 제비를 사냥하는 것이 아닌 수치이다.
 

 

tiger5_NSF.jpg » 포식어종 줄벤자리의 커다란 머리와 날카로운 이. 사진=미 국립과학재단(NSF)

 

흥미로운 건, 제비 사냥에는 두 가지 전략이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제비를 보고 호수 표면에 올라 추적하다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사냥법이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깊은 50㎝ 이상의 수심에서 공중으로 곧바로 뛰어올라 제비를 낚아채는 방법이었다. 사냥 성공 확률은 표면 추적법이 7번에 한 번꼴이고, 깊은 곳에서의 점프는 3번에 한 번꼴로 두 번째가 높았다.
 

 

연구진은 첫 번째 전략은 빛의 굴절 때문에 제비가 있는 곳이 눈에 보이는 것과 달라지는 왜곡을 보정하기 위해 줄벤자리가 물이 없는 표면으로 나와 제비를 겨냥해 뛰어오르는 것이라고 보았다. 제비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성공률이 떨어지는 게 이 전략의 약점이다.
 

 

두 번째 전략은 아예 물속에서 빛의 굴절률에 의한 오차를 보정해 타격 지점을 정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줄벤자리가 이미 빛의 굴절 효과를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총고기, 아로와나 등 물 밖 먹이를 공격하는 다른 물고기도 이미 이런 전략을 쓴다는 것이 그런 추정의 근거이다.
 

 

tiger1.jpg » 줄벤자리가 제비를 사냥하는 두 가지 전략. 첫 번째는 물의 빛 굴절로 인한 왜곡을 피하기 위해 수면에서 추적하다 뛰어오르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굴절 각도를 예상해 공격하는 방법이다. 그림=오브리앙 외 <어류 생물학>

 

그렇다면 줄벤자리는 어떻게 제비를 잡을 생각을 했을까. 연구진이 내린 가설은 굶주림이다. 쉬로다 댐은 이 대형 포식성 물고기가 살기엔 너무 작고 먹잇감인 물고기도 적었다. 그래서 여름마다 찾아와 물 표면에 접근하는 제비는 이들에게 놓칠 수 없는 계절의 별미였던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 C. O’Brien et. al., First observation of African tigerfish Hydrocynus vittatus predating on barn swallows Hirundo rustica in flight, Journal of Fish Biology (2014) 84, 263?266, doi:10.1111/jfb.1227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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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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