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잃은 너구리, 사랑이 덫이었다

김봉균 2014.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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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새끼 2달 가정집 기르면서 사람 각인해 이미 '강아지'로

수의사들 공통 결론, "자연의 어미보다 새끼를 잘 기르는 사람은 없다"

 

cl1.jpg » 안녕하세요! 저는 너구리 '클라라' 입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아니, 저와 비슷한 처지의 많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정확하겠네요!

  
너구리 클라라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야생동물입니다. 현재 충남야생동물치료센터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으로 돌아가 야생동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불가능합니다. 클라라는 앞으로도 계속 치료센터와 비슷한 기관에서 보호를 받으며 지내야 합니다.
 
보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되어 들어오는 야생동물 가운데 약 30%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나머지 70% 정도는 치명상을 입어 죽거나, 신체가 온전치 않아 영구장애  판정을 받는 등 여러 이유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클라라는 그 70%에 속할 것입니다. 어떤 치명상을 입었기에 돌아갈 수 없을까요? 클라라는 신체적으로 아무런 이상 없이 건강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이 친구를 붙잡아두고 있습니다. 바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심지어 따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cl2.jpg » 사람의 품에 안겨있는 너구리. 보기 좋은가요? 이 모습이 마냥 좋아 보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야생동물이 사람에게 각인이 되거나 따르게 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런 친구들은 야생동물이지만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가까워진 동물은 인간 거주지 주변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수많은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인간 거주지 주변의 도로에서 사고를 당해 싸늘하게 식어갈 수 있고, 사람에게 붙잡히거나 개, 고양이에게 물려 희생될 가능성이 매우 커집니다. 이러한 많은 위험 부담을 지니고 있는 친구를 건강하다는 이유로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습니다.
 

다시 너구리 클라라의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클라라는 새끼 때 일반인에게 구조되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발견했고 구조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믿고 싶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납치가 아니었기를요.) 구조된 클라라는 약 2개월 동안 구조한 분이 가정집에서 길렀습니다.
 

그때의 2개월이 이 야생동물의 평생을 결정지어 버렸습니다. 구조센터에 왔을 때는 이미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전혀 없는 강아지 같은 상태였습니다. 
 

클라라를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보았습니다. 최대한 사람의 접촉을  줄이며 보살피고 이중 각인이라도 기대하며 다른 너구리들과 합사시켜도 보았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너구리들한테 공격당하기 일쑤였죠. 결국 이 너구리는 다시 사람의 품에 안길 수밖에 없었고 ‘클라라’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결국, 클라라는 자기가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먹이 걱정이나 자신을 위협하는 여러 요인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행복할까요?
 
cl3.jpg » 클라라의 어릴 적 모습입니다. 구조 당시 클라라는 구루병을 앓고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다른 새끼 너구리들보다 크기가 절반 정도였습니다. 성장이 필요한 시기에 충분한 영양분이 공급받지 못해서였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조금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인이 야생동물을 보호하거나 기르는 예가 굉장히 많고, 심지어 그러길 희망하는 분도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야생동물을 기르기 위한 환경이나 전문적 지식 등을 갖추지 않은 상태입니다. 오늘 클라라가 여러분께 해드리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것입니다.

 

cl4.jpg

 

cl5.jpg »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귀여운 친구들을 발견했을 때 관심이 가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는 걸. 그러나 그것은 정말로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야생동물을 일반인이 보호하거나 포획하게 되는 일은 새끼 동물을 발견했을 때 발생하게 됩니다. (새끼동물을 발견하셨을 때 올바른 대처 및 구조요령은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새끼동물은 어미의 보호를 필요로 합니다. 야생동물에 대한 지식과 그들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바탕으로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여러 보호기관 직원 역시 매년 새끼동물을 키워내고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수많은 노력과 고민을 거듭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드는 공통된 생각이 있습니다. ‘새끼동물을 어미보다 더 잘 길러낼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지요. 하물며 야생동물을 관리하는데 드는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반인이 새끼동물을 보호하거나 길러 나중에 자연으로 돌아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만큼 훌륭하게 길러낼 자신이 있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cl6.jpg » 사람이 아무리 노력한들 어미 삵보다 이 친구를 더 잘 길러낼 수 있을까요?   
 
일반인이 야생동물을 장기적으로 보호하거나 기를 때 굉장히 많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무엇보다 앞서 말씀드렸던 각인이나 사람을 따르게 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어린 수리부엉이가 처했던 이야기입니다.
 

어린 수리부엉이를 일반인께서 구조하셨습니다. 그리고 꽤 장기간 이 친구를 돌보셨습니다. 후에 이 친구에게 건강상 문제가 발생을 하였고 저희에게 구조신고를 하셨습니다.
 

동물은 어릴 때 짧은 기간 안에 급속한 성장을 합니다. 이때 다양하고 풍부한 먹이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어린 수리부엉이를 구조하셨던 분은 그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어미 수리부엉이가 아닌 한 다양한 먹이를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겁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발견되었고 결국 이 수리부엉이는 안락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리부엉이를 구조해 보호했던 분이 이런 상황은 예상이나 하셨을까요? 분명히 이 친구를 지켜주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에 한 일이었겠지만 결국 이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결과를 불러일으켰습니다.
  
cl7.jpg » 왼쪽은 정상 수리부엉이의 방사선 사진. 오른쪽의 일반인이 보호한 수리부엉이는 뼈대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했다. 일반 가정집에서 새끼 수리부엉이를 구조한 후 부적절한 환경과 사육방법으로 보호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한다.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더군다나 가정집에서 기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몇몇 분들은 야생동물을 기르다가 질병이 발생하거나 더는 기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방생’이라는 단어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유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연으로 돌아간 야생동물이 정상적으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야생동물을 보호하게 되면 최대한 빨리 관련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관련 기관은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치료하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야생동물을 일반인이 발견해서 보호를 하다가 각인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건강하게 평생 책임지면서 잘 길러내면 그것도 의미 있는 일 아니냐”라구요.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사람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된 것일 겁니다. 야생동물에게 가장 의미있는 삶은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라도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고, 흙이 있고, 숲이 우거져 있는 야생에 있을 때가 아닐까요?
 
cl8.jpg » 한번쯤 깊은 고민을 해주세요, 무엇이 야생동물을 진정 위하는 것이고 정말 의미있는 것인지를.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

 

■ 이 글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누리집에 실린 것을 필자의 허락을 얻어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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