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번 보기도 힘든 넓적부리도요, 새만금에 왔다
전 세계 300마리 남아있는 '3대 희귀조'
방수제 공사로 갯벌 더 죽어 진객 잃을라
▲간척에 이은 내부 방수제 공사로 바닷물 유통이 끊게 사막처럼 바뀌고 있는 새만금의 갯벌 모습.
지난 9월30일부터 10월3일까지 새만금 방조제 안쪽 갯벌에서 도요물떼새 종과 개체수, 그리고 국제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의 행동과 먹이를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는 나일 무어스(새와 생명의 터 대표)와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새와 생명의 터 자문위원), 제이슨 로크리(새와 생명의 터 자원봉사자), 토미다 히로시 (새와 생명의 터 국제 회원) 등 3명이 참여하였다. 이번 조사의 목적은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가 완료되었던 해인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의 봄철 조사와 2010년 9월 새만금 갯벌과 금강 하구, 곰소만 갯벌에서 벌인 조사 결과를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
방수제 공사가 한창인 새만금 방조제 안쪽 바닷물의 수위는 지난해 9월 조사 때보다 더 낮았다. 농어촌공사는 대략 수심을 바깥 바다보다 낮은 -1.6m로 유지한다고 했다. 이는 바닷물 수위를 낮추어 방조제 안의 토지와 담수호를 구분하여 개발하기 위해서이다.
올해 초부터 해수유통을 거의 하지 않아 새만금의 수질이 더욱 나빠졌다. 그나마 가력 배수갑문 주위에 살아있던 조개들도 대부분 폐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6월에 직접 어선을 이용해 조개를 채취해서 확인한 내용이다.
▲방수제 공사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남아있던 갯벌의 맛조개들이 또 다시 떼죽음했다.
▲갯벌에 펼쳐진 죽은 조개 무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방조제 수문을 조금씩 열어 잠깐 동안 해수유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결과 방조제 안쪽으로 바닷물이 약간 들어오고 나가는 상황이었지만, 갯벌 면적은 예년에 비해서 급격히 줄어 들어 있었다.
예년에 갯벌이었던 지역은 죽은 조개들이 사막처럼 메말라 버린 갯벌 위에 나뒹굴고 있었고, 육상식물들이 점점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포구마다 분주히 오고 갔을 어선들도 방치돼 있었고, 조개를 잡던 배들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어구를 바꾸고 있었다.
▲갯벌 상태가 더욱 악화되면서 조개를 잡던 어선이 방치돼 있다.
도요물떼새들은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먹이를 먹는다. 그런데 육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갯벌은 거의 메말라 찾기 힘들었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방수제 공사가 이루어져 조사된 도요물떼새가 적었다. 그래서 방조제 안에 섬처럼 드러난 지역을 배를 타고 이동을 하면서 조사했다.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도요새들. 한때 20만 마리 가까이 찾던 도요물떼새들이 이번엔 1만 마리도 오지 않았다.
바닷물이 빠지자 조금 드러난 갯벌에서는 조사기간 동안 관찰된 도요물떼새의 90% 이상을 볼 수 있었다. 이 가운데는 국제적으로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 5마리와 청다리도요사촌 3마리도 포함돼 있었다.
넓적부리도요는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이 '위급' 종으로 지정한 세계적으로 희귀한 작은 새이다. 전 세계 개체수가 300마리에 불과하다.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에서 번식을 하고 봄과 가을 새만금과 금강 하구, 낙동강 하구 등 갯벌에 들러 얕은 물에 서식하는 작은 조개류, 갯지렁이, 새우류를 먹는다.
탐조가들이 평생 한 번 보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할 만큼 귀한 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간척사업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금강 하구인 유부도에서 새만금보다 많은 15마리가 발견됐다.
이동하는 철새 개체수의 1%가 들르는 곳은 국제적인 중요성을 갖는 도래지라고 람사협약은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새만금은 넓적부리도요의 세계적 도래지로서의 가치를 아직도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 새를 위한 특별한 보호조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넓적부리도요는 주걱처럼 생긴 부리의 모습이 특이하다. 하지만 저어새와는 달리 부리 끝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다. 이 부리로 갯벌을 여기저기 찍으면서 먹이를 찾는다. 조사팀은 넓적부리도요의 먹이가 충분한지 분석하기 위해 갯벌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새만금 갯벌에서 휴식을 취하는 넓적부리도요. 전 세계 탐조가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희귀조의 하나이다. 사진=새와 생명의 터
도요새 무리 속에 모습을 드러낸 넓적부리도요 동영상
▲촬영=제이슨 로크리/새와 생명의 터
이번에 새만금 지역에서 조사된 도요물떼새는 모두 9,380 마리였다. 가장 많은 종은 붉은어깨도요로 4151 마리였고, 이어 좀도요가 1743 마리, 검은머리물떼새가 885 마리였다. 방조제가 막히기 전인 2003년과 2005년 조사에서 새만금에서는 6만 마리가 넘는 붉은어깨도요와 4만 마리 이상의 좀도요가 관찰됐다. 넓적부리도요의 최대 개체수도 25 마리에 이르렀다.
문제는 지난해 가을까지도 국제적으로 중요한 수준의 도요물떼새가 새만금에 찾아왔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방수제 공사를 하면서 올 가을 그 수가 격감했다는 사실이다.
이동경로상 1% 개체수가 1300 마리인 개꿩은 지난해 1534 마리가 왔으나 올해 187 마리로 줄었고, 1000 마리가 1%인 흰물떼새도 지난해까지 1448 마리였지만 올해는 148 마리에 불과했다. 왕눈물떼새도 지난해 4161 마리로 1% 기준인 600 마리를 훨씬 넘어섰지만 올해 조사에선 91 마리로 급격히 줄었다. 그만큼 새만금은 환경변화가 도요물떼새에 맞지 않는 쪽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가리킨다.
▲새만금의 도요물떼새를 조사하는 새와 생명의 터 조사단.
지금이라도 일부 갯벌이나마 살릴 수 있도록 해수유통을 유지한다면, 줄어든 도요물떼새라도 새만금 갯벌에 계속 도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욱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환경기초시설을 하고 있지만 수질개선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수질개선 효과가 분명한 것은 해수유통이다.
새만금 지역에서 오직 개발의 당위성만을 주장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전북도민의 현명하고 올바른 선택을 기대해 본다. 이는 정부가 람사르 협약 등 각종 국제협약과 국제회의에서 약속한 내용들은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국제사회에서 발언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주용기/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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