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내뿜는 포유동물 ‘갯첨서’의 비밀 풀렸다

조홍섭 2018. 06. 12
조회수 6510 추천수 1
반나절 못 먹으면 굶어 죽는 높은 대사율
먹이 쉽게 잡아 저장하려 침에 독액 분비

s1.jpg » 주로 물가에서 생활하는 갯첨서. 쥐와 닮았지만 쥐보다는 두더쥐나 고슴도치에 가까운 포식동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계곡에는 특별한 동물이 산다. 모습이 얼핏 쥐 같지만 길고 뾰족한 주둥이를 지니고 물가나 물속에서 먹이 사냥을 하는 이 동물은 갯첨서이다. 첨서 목, 첨서 과, 갯첨서 속으로 분류되어, 쥐와는 분류학상 아주 거리가 먼 동물이다.
 
갯첨서는 잡식성인 쥐와 달리 다른 동물만을 잡아먹고 사는 포식자이다. 몸길이 7∼8㎝로 작지만, 때론 자기 몸집보다 큰 동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게다가 독이 있는 몇 안 되는 포유류이기도 하다. 주요 먹이가 물벌레나 다슬기, 곤충 등 작은 무척추동물인데 갯첨서는 왜 독을 분비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 연구결과가 나왔다.

s2.jpg » 갯첨서의 짧고 빽빽한 털은 공기를 머금어 물속에서 쉽게 뜰 수 있게 해 주며 젖는 것을 막아 준다. R. 알텐캄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치대 연구자들은 갯첨서와, 가장 가까운 친척이지만 독이 없는 첨서 두 종이 실험실에서 사냥하는 행동을 분석한 결과를 ‘포유류학 저널’ 4월 3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보고했다. 

첨서 과 포유류는 신진대사가 포유동물 가운데 가장 빠르다. 어떤 종은 심장이 분당 800회나 뛰어 벌새보다 빠르다. 당연히 에너지 소비가 많으니 자기 몸집에 견줘 많이 먹어야 한다. 보통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80∼90%를 먹어야 하고, 반나절만 먹이가 없어도 굶어 죽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자들은 이런 높은 대사율과 독 분비는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갯첨서는 침에 마비와 신경독성이 있는 독물이 들어있다. 송곳니로 상대를 물어 피부에 구멍을 내면 이에 난 홈을 따라 독액이 스며든다. 먹이 사냥에 독을 쓰면 여러 효능이 있다. 무엇보다 큰 먹이를 쉽게 제압할 수 있고 또 살아있는 상태로 먹이를 장기 저장할 수 있다. 저장을 하면 불확실한 사냥을 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막고 또 그 과정에서 포식자에 노출되는 위험도 줄인다.

첨서 가운데 비교적 몸집이 커 몸길이 7∼8㎝인 갯첨서는 작은 무척추동물이 주 먹이이지만 물고기와 개구리는 물론 작은 생쥐도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육 상태에서 어떤 갯첨서는 자기 몸무게의 60배나 되는 물고기를 죽인 일도 있다.

s3.jpg » 갯첨서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첨서. 몸집이 더 작고 독이 없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갯첨서는 큰 먹이를 사냥할 때만 독을 사용하는 걸까. 실험 결과 갯첨서는 작은 무척추동물을 사냥할 때는 독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곤충 등 작은 먹이는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고 큰 것은 꼼짝 못 하게 만든 뒤 나중에 먹기 위해 저장했다. 첨서는 개구리 사냥은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갯첨서는 잘 잡아먹었다. 그러나 개구리가 독에 마비되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자들은 “크기 2∼3㎝의 개구리는 마비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큰 개구리를 마비시킬 정도로 독이 강한 것은 아니”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갯첨서에게 두꺼비를 주었을 때 공격에 나섰지만 한 번도 사냥에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두꺼비를 물고 난 뒤 비명을 지르고 발로 코를 문지르는 행동을 보였는데, 이는 두꺼비 피부에서 분비하는 독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실험 결과 갯첨서의 독은 대형 먹이보다는 중형 먹이를 효율적으로 사냥하고 저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결론 내렸다.

갯첨서는 영국부터 한국까지, 북유럽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동아시아까지 널리 분포하는 종이다. 한반도에서는 1950년대부터 북한에서 발견됐지만, 2007년 진동계곡에서도 서식이 확인됐다. 만일 남한의 분포가 학술적으로 공인된다면 세계 최남단 서식지가 된다. 그러나 이 동물에 대한 생태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등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갯첨서는 주로 냇가, 강, 호수 주변에 살며 드물게는 강에서 먼 습기 많은 산림에서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잠을 자지 않고 번식기는 6∼7월이며 4∼14마리를 낳는다.

s4.jpg »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의 갯첨서 분포도. 남·북한의 서식지는 표기돼 있지 않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야생동물 보전 전문가인 한상훈 박사는 “20여년 전부터 설악산이나 점봉산 등지에서 지역 주민이 ‘물속에 사는 쥐가 있다’는 제보를 해 오곤 했지만 2007년 진동계곡에서 확인한 게 남한에서는 처음”이라며 “남한은 세계적으로 이 종이 가장 남쪽에 분포하는 곳이어서 생물지리학적 가치가 커 시급히 실태와 보전을 위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rzysztof Kowalski, Leszek Rychlik, The role of venom in the hunting and hoarding of prey differing in body size by the Eurasian water shrew, Neomys fodiens, Journal of Mammalogy, Volume 99, Issue 2, 3 April 2018, Pages 351–362, org/10.1093/jmammal/gyy013">https://doi.org/10.1093/jmammal/gyy0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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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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