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어처럼, 섬진강을 거슬러 걸었다

윤주옥 2011.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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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바라보며 섬진강 따라 가기' 행사 앞서 답사 나선 길

거슬러 버티는 삶속에 희망을 찾는다


그들이 생각났다.

섬진강에서 백운산을 바라보며 간문천을 따라 걸으며 연어 생각이 났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내면화된 삶의 방식을 따라 물살을 거꾸로 오르는 연어가 보고 싶었다.

 

연어보다 유명하진 않지만 봄마다 남해바다를 떠나 섬진강으로 올라오는 황어도 생각났다.

황어의 잿빛 몸부림과 붉은 알이 눈앞에 삼삼했다.

치열하게 거슬러 올라와 모든 걸 토해내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불꽃같은 삶에 잠시 섬뜩했다.

 

10월 2일 '지리산 바라보며 섬진강 따라가기'는 섬진강 어류생태관에서 간전 논곡마을까지 걷는다.

그날은 추석, 추분을 지나고 나서니 한여름 뙤약볕 아래 걷는 것과는 많이 다를 것임을 알면서도 답사는 미리 하는 게 좋겠다 싶어 비지땀을 흘리며 걸었다.

땀은 콧등에서 시작하여 등, 머리, 가슴을 가리지 않고 흘렀다.

맺히고 흐르는 땀의 느낌이 나쁘지 않아서 일까, 발걸음은 걸을수록 가벼워졌다.

 

간문천 옆으론 걷기 좋은 둑길이 펼쳐져 있다.

바닥에 잔돌이 깔려 있어 풀이 없는 아쉬움은 있었으나 걷기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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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보가 보였다.

물고기들의 흐름을 방해하는 인간만을 위한, 인간 전체가 아니라 누구인지 정확하지 않은 몇몇 인간만을 위한 보가 자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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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문천변에 자리한 마을들은 모두 편안해보였다.

마을들은 자연 안에 자리한 사람을 위한 공간이지만 자연과 하나되어 거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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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나무와 자귀나무, 박주가리에 꽃이 폈다.

10월 2일엔 볼 수 없는 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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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고라니를 봤다. 고개를 돌리니 왜가리 가족도 보였다. 잠시 후 백로도 날았다. 사위찔빵엔 네발나비가 앉아 있었다.

고라니, 왜가리, 백로, 네발나비는 모두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이다.

욕심내지 않는다면, 10월 2일 걸음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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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 그림 찾기_ 고라니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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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썰미 테스트_ 왜가리는 몇 마리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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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시력 검사_ 나비 다리 수를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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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 인지 조사_ 백로 발 색깔을 적어보세요.

 

매미 허물이 보였다.

여름 내내 내리는 비로 잊었었는데, 매미는 비와 바람을 피해 제 할 일을 다 한 셈이다.

쏟아지는 비를 맞고,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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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 해평, 수평, 중평.

산골짜기에는 평평한 땅이 귀했으니 사람들은 마을 이름, 다리 이름에 '평'자를 붙여 고마움을 전했다.

토끼봉, 거북바위, 개미허리노린재, 팔손이(나무), 처녀치마(풀) 등 생긴 모양과 느낌, 쓰임새 등으로 이름 붙이는 일은 사람이 자연과 소통하던 오래된 전통이다.

 

아메리카인디언들은 사람 이름, 달 이름도 자연의 느낌으로 붙였다.

아메리카인디언들에게 10월은 시냇물이 얼어붙는 달, 추워서 견딜 수 없는 달, 양식을 갈무리하는 달, 큰 바람의 달, 잎이 떨어지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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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옆 둑길에 참깨 꽃이 피었다. 늙은 호박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참깨 꽃은 참기름만큼 고소하고 향기로웠고, 늙은 호박은 호박죽만큼 넉넉하고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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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꽃과 열매도 보였다.

바닷가에 자라는 나무니 누군가 일부러 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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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코스모스가 가을이면 이 길이 코스모스 길이 될 것임을 짐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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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길가에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여뀌들이 산다.

여뀌, 이삭여뀌, 기생여뀌, 가시여뀌, 털여뀌, 흰여뀌, 바보여뀌, 봄여뀌, 장대여뀌, 개여뀌 등이 그들이다.

그 많은 여뀌 중 간문천변에 핀 여뀌는 흰여뀌로 생각되었다. 꽃이 흰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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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길에 푸조나무가 많은 삼산리에 들렀다.

삼산리에는 푸조나무를 담으로 쓰는 집도 있다.

 

푸조나무는 팽나무와 사촌이다.

팽나무 열매는 달콤하여 먹을 수 있고, 푸조나무 열매는 씁쓸하여 안 먹는다고 한다.

팽나무는 해풍에 강하여 바닷가에 심는데, 그래서 포구나무라고도 부른다.

 

생각에,

삼산리 푸조나무 숲은 섬진강물이 이곳까지 들어왔을 때 강물빛을 막고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려 만든 숲이 아닌가 한다.

그때는 푸조나무에 돛단배를 매고, 푸조나무 숲 아래 강변에서 아이들이 뛰놀았을 것이다.

해질 무렵이면 푸조나무 숲에 나와 보라빛 하늘을 바라보며 저 너머의 세상을 궁금해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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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 등산로 입구부터는 간문천으로 내려가 걸었다.

10월 2일에도 이렇게 걸을 예정이다.

10월 2일엔 더 맑은 물빛을 볼 수 있기를, 10월 2일엔 쓸 떼 없는 공사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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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곳에서 다시 간문천을 건너 논곡마을까지 걸었다.

논곡마을이 10월 2일 걸을 마지막 장소이다.

논곡마을 입구에 있는 밤산에서 맘껏 밤을 따며 '지리산 바라보며 섬진강 따라가기' 10월 일정을 마무리 한다.

 

이 길은 백운산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연어와 황어를 볼 수는 없어도, 거슬러 오를 만큼 많은 물은 없어도

힘차게 살지 않는다면 버티기 힘든 세상이니, 거슬러 오르는 힘겨움이 있어도 그렇게 살기를 희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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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윤주옥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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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현장 감시와 정책 개발을 통한 국립공원의 대표적 파수꾼이다. 현재 전남 구례에 거주하며 지리산과 섬진강 일대의 자연을 섬세한 감성으로 그려낸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windjuok@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windjiri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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