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금슬의 상징 원앙, 깜쪽같은 외도

윤순영 2011.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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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앙 관찰 일기 (1)

  하루 동안 짝짓기 무려 13~ 15회 ‘닭살 돋는 애정’

  뒤론 ‘호박씨’…지키랴 곁눈질 하랴,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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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릉연못 

 

경기도 김포시엔  조선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의 능이 있는데, 그곳 정원의 작은 연못은 수채화를 그린 것처럼 아름답다.
작년 4월9일 원앙새가 자주 관찰된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관찰해 보니, 원앙이 무리가 번식철을 맞아 화려한 색깔을 맘껏 뽐내고 있었다. 암컷이 12마리에 수컷은 22마리가 있었다.
재미있는 장면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어 아침 6시30분 위장막을 치고 관찰을 시작했다.
그러나 인기척을 느꼈는지 새들은 분주하게 도망쳐 버렸다. 고요하던 연못의 정적이 깨졌다.
새들은 1시간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다시 여느 때처럼 평화로움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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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앙 수컷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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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백로

 

연못엔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는 원앙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름 그대로 하얀 얼굴을 가진 흰뺨검둥오리, 원앙처럼 앙증맞은 크기의 쇠오리, 유난히 하얀 털이 돋보이는 쇠백로가 사뿐히 내려와 앉는다.

 
3일 후……. 다시 원앙 관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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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운데 암컷 주위를 수컷이 양쪽에서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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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한 마리를 두고 사방에서 수컷들이 몰려들고 있다.

 

해가 떠오르자 원앙이 하나 둘씩 날아들어 암컷 22마리에 수컷은 39마리로 늘어났다. 곧 구애에 향연이 펼쳐졌다. 지켜보는 가슴도 함께 뛰었다.
짝을 맺은 녀석과 찾는 녀석, 짝을 뺏는 녀석과 지키려는 녀석, 그리고 아무 관심이 없다는 듯 평화롭게 헤엄치는 녀석까지 연못은 원앙의 놀이터처럼 분주했다.
수컷의 머리 깃은 인디언 추장 모자처럼 바짝 치켜세워져 있고, 주황색 부채꼴인 셋째 날개 깃은 화려한 작은 돛단배를 연상케 한다.
수컷은 정신없이 바쁘다. 주위에서 호시탐탐 암컷을 뺏으려는 무리들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암컷을 돌보고, 멋진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사랑을 표현하고 또 적들을 쫒아내느라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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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짓기 전 행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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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전 행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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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짓기 전 행동 3

 

정말 원앙에게 사랑이 무엇일까? 

다른 수컷이 암컷 곁으로 눈치를 살피며 슬며시 다가온다. 암컷은 달려가 쫒는다. 지켜보던 수컷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 만만하게 몸에 힘을 준다.
또 다른 수컷이 다가온다. 이젠 암컷이 남편한테 달려가 주둥이로 저 수컷을 밀어내라고 비벼댄다. 남편이 쏜살같이 달려가 쫒아낸다.
이들 부부의 애정행동이 귀엽기만 하다.
이래서 사이가 좋은 부부를 원앙 부부라 부르는 것일까?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crane517@hanmail.net

 

 원앙 관찰 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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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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