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논 매립, 한강 하구 습지가 위험하다

윤순영 2013. 09. 26
조회수 20687 추천수 0
불법 물류창고, 아파트, 도로 짓느라 논 급속히 매립해 습지 생태계 단절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 지정하고 손 놔, 후속 관리대책 시급

 

크기변환_dnsYS3_5017.jpg » 아파트와 도로 건설로 매립되고 있는 한강 하구 습지. 정부는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만 했지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한강 하구가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 7년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4월17일 김포대교에서 강화군 송해면에 이르는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강화군의 60.668㎢(1835만평)가 습지로 지정된 것이다.

 

당시 지정 주체인 환경부는 한강 하구의 일부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며,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비무장지대와 연계해 한강하구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수도권에 인접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서 생태관광 명소로 발전시켜 나갈 복안도 밝혔다.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자연이 잘 보전될 것으로 누구나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현실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만 했지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크기변환_dnsCRE_7612.jpg » 시암리 습지가 시작되는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주변의 모습.



크기변환_dnsCRE_7607.jpg » 한강하구 전류리의 어로 작업 한계선에 떠 있는 고기잡이 배들. 밀물과 썰물을 이용한 고기잡이가 한강 하구에서 유일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뒤에 보이는 것이 산남습지이다.


무엇보다 한강 하구 주변의 논이 무차별적으로 매립돼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습지와 논은 얼핏 아무 상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논은 새들은 물론 어류, 양서류, 곤충의 서식지이자 홍수 조절, 토양 유실 방지, 수질정화, 온도조절 등 생태계가 유지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사실 논은 다양한 습지의 하나이기도 하다.

 

논이 물새류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또 하구의 특성상 논은 홍수예방 효과도 있어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기도 한다. 농업 중에서도 논농사는 자연을 닮은 최고의 생태적인 농업 행위이다.

 

크기변환_dns포맷변환_L1032386.jpg »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저어새. 논은 저어새가 새끼를 키우는 데 필수적인 물고기 잡이 터이다.

 

크기변환_dnsDSC_4281.jpg » 논의 낱알은 겨울 철새를 비롯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재두루미의 월동을 위한 중요한 먹이가 된다.


그나마 현재 한강 하구의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 후평리, 석탄리 농경지가 훼손되지 않아 한강하구 습지의 명맥을 이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하는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이곳 농경지도 언제 훼손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버드나무 군락이 70%를 차지하여 육지로 바뀌고 있는 장항습지는 접근성이 용이하고 관리가 수월해, 한강 하구의 상징적 습지 구실을 한다. 그러나 장항습지를 잘 지킨다고 한강 하구의 습지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크기변환_dnsL1030199.JPG » 장항습지 안의 물길.

 

한강 하구의 시암리 습지, 산남 습지를 아우르는 관리방안은 계획된 바 없다. 시암리 습지는 한강 하구 습지 가운데 최대 규모로 기수지역의 관문이다. 서해 바다와 예성강과 임진강, 한강이 만나는 역동적인 환경을 지니고 삼각주가 형성되어 있어 한강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곳이지만 정밀한 생태조사 및 관리 계획은 전무하다.

 

크기변환_dns크기변환_dns포맷변환_L1020004.jpg » 한강,임진강,예성강이 합류하는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 습지의 모습. 왼쪽 산은 북한의 개풍군이다.

 

지금이라도 시암리 습지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등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당사자들이 습지 보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습지 보전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농경지를 이용하도록 하고 지역 농민의 소득을 증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핵심 습지의 보전과 지속성을 유지하는 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크기변환_dnsYS3_5032.jpg » 김포시 하성면 후평리와 시암리 평야에는 아직 매립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크기변환_dnsYS3_5051.jpg »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는 김포시 하성면 석탄리 평야. 후평리, 시암리로 이어진다. 

 

그동안 군사보호지역이어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생태 조사를 하고, 한강의 유장한 흐름을 왜곡하고 생태계의 단절을 초래하는 신곡수중보를 없애는 한편 한강 하구 지류의 수질오염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재두루미가 먹이를 먹고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해 주고 한강 하구 농지의 무분별한 매립을 막으며 생물다양성관리계약 등 습지의 건강성과 주민의 삶을 함께 지키는 다양하고 실질적인 보전계획을 세워 나가야 한다.

 

요즘 한강 하구의 람사르 습지 지정이 거론되고 있다. 국제적인 습지로 지정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게 급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그에 앞서 한강 하구의 건강한 습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크기변환_dns포맷변환_신곡수중보L1063531.jpg » 김포대교 아래 포말이 일고 있는곳이 신곡수중보이다. 높이 4m 총 연장 1007m인데 고양시 쪽 883m에 고정보가 있고 김포시 쪽에 5개의 수문이 달린 가동보가 설치돼 있다. 상수원 수량 확보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1988년 6월 완공했으나 한강 하구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크기변환_dnsDSC_4793.jpg » 매립이 한창인 한강 하구 습지 주변의 농경지.


크기변환_dns포맷변환_L1064461.jpg » 한강 하구 갯벌에서 먹이를 먹는 재두루미 무리. 

 

정부는 습지 보전구역으로 지정한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손을 놓을 일이 아니다. 그렇게 중요한 습지라면 유지할 수 있는 관리 정책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당면한 농경지의 무분별한 매립을 중단시켜야 한다. 한강 하구로 흘러드는 지천의 생태 복원과  논 습지 지정도 필요하다. 논은 개인 재산이기에 계약 습지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5년, 10년 단위로 재산상의 손실 없이 논 습지로 운영할 수 있는 대안도 있다.

 

크기변환_dnsCRE_7770.jpg » 농경지를 매립한 뒤 들어선 불법 공장과 물류 창고.


현재 농지는 농민보다 외지인이 소유한 곳이 훨씬 많고, 농경지를 매립할 때도 신고 제도가 없어져 매립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폐기물을 묻지 않는 한 단속할 명분도 없다.

 

외지인 논은 어김없이 매립되고 영농창고라는 명분으로 공장, 물류창고로 불법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단속은 보기 힘들다. 이를 뻔히 보면서 어느 농지 주인이 돈 되는 매립을 망설일까.

 

크기변환_dns포맷변환_L8110593.jpg » 매립된 농경지에서 먹이를 찾는 처량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재두루미 가족.   
 

크기변환_dns포맷변환_L8074399.jpg » 재두루미가 농경지 매립용 차량을 바라보며 불안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이사장


http://윤순영자연의벗.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진객 흰죽지수리의 쇠기러기 사냥과 ‘공중전’진객 흰죽지수리의 쇠기러기 사냥과 ‘공중전’

    윤순영 | 2020. 12. 29

    교동도 출현한 최강 맹금류, 흰꼬리수리와 치열한 먹이 다툼 지난 3일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에서 흰죽지수리를 만났다. 얼굴 보기 참 힘든 새다. 20여 일 동안 생태를 관찰하였다. 강화도 주변의 섬은 크게 교동도, 석모도, 불음도로 나눌 수 ...

  • 자유자재로 발톱 바꾸는 물수리의 사냥 비법자유자재로 발톱 바꾸는 물수리의 사냥 비법

    윤순영 | 2020. 11. 18

    숭어 덮치기 직전 앞발톱 하나가 뒤로, 홀치기 낚시 형태로 변신남미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 분포하는 물수리는 9월 중순이면 우리나라 한강 하구, 광주 경안천, 화성 화옹호, 강릉 남대천, 울산 태화강, 포항 형산강 등 하천에서 관찰되는 통과 ...

  • 참매미의 마지막 합창, 여름이 간다참매미의 마지막 합창, 여름이 간다

    윤순영 | 2020. 09. 01

    늦여름 말매미에 넘기고 ‘안녕’…긴 장마와 태풍 피해 짝짓기아침저녁으로 귀가 따갑게 울던 참매미 소리가 부쩍 힘을 잃었다. 50일이 넘은 장마에 이어 태풍을 겪으며 한 달도 안 되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번식기는 엉망이 됐다.적당한 비는 땅을...

  • ‘100만분의 1 확률’ 흰 참새 형제는 당당했다‘100만분의 1 확률’ 흰 참새 형제는 당당했다

    윤순영 | 2020. 08. 04

    백색증 아닌 돌연변이 일종 ‘루시즘’, 동료와 잘 어울려…춘천시민 사랑 듬뿍7월 21일 지인으로부터 강원도 춘천시 약사고개길 인근에 흰 참새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파트로 둘러싸여 몇 채 남지 않은 기와집의 ...

  • 100마리 남은 토종 ‘양비둘기’를 만나다100마리 남은 토종 ‘양비둘기’를 만나다

    윤순영 | 2020. 07. 22

     집비둘기 등쌀과 잡종화로 위기…원앙도 울고 갈 오글오글 사랑꾼양비둘기(낭비둘기, 굴비둘기)는 국내에 100여 마리밖에 남지 않는 것으로 추정하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이다. 7월 4일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에서 이들을 만났다. 천년 고찰 화엄사...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