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바보다 작은 미니 벌, 뇌세포 줄이고도 할 건 다 한다

조홍섭 2011.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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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0.2㎜ 기생 벌, 소형화 마지막 걸림돌 뇌 축소

비행, 짝짓기, 다른 곤충 기생 등 복잡한 행동 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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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벌보다 뇌 속 뉴런을 100분의 1로 줄인 초소형 알벌 메가프라그마 미마리펜. 사진=폴리로프. 

 

몸집이 큰 곤충은 이름에 ‘장수’나 ‘자이언트’ 따위의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아무리 커도 어른 손바닥 크기를 넘지 못하고 그 종류도 드물다. 하지만 작은 곤충은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그렇지 수없이 많다.
 

몸이 크면 적에게 발견되기 쉽고 체온과 수분 유지도 쉽지 않다. 반대로 몸이 작으면 적게 먹어도 되고 적을 피해 살아갈 공간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미니 곤충을 향한 진화는 극단에 이르렀다. 현재까지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곤충은 기생벌의 일종인 ‘디코포모파 에크멥테리기스’라는 종으로 길이가 0.139㎜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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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숙주의 알 속에서 살아가는 세계 최소 곤충 디코포모파 에크멥테리기스.

 

날개도 눈도 없는 이 특이한 곤충은 다듬이 벌레의 알에서 태어나 평생 그곳을 벗어나지 않으며 숙주의 알 속에서 여동생과 짝짓기를 한다.
 

보통의 곤충처럼 눈과 날개가 있고 먹잇감을 찾아 활발히 돌아다니는 곤충 가운데 가장 작은 것으로는 메가프라그마 속의 알벌이 알려져 있다. ‘메가프라그마 카리비아’란 알벌은 길이가 0.17㎜이다.
 

국립공원연구원은 “우리나라에도 작은 곤충이 많이 분포하며, 파리류, 기생성 벌류와 딱정벌레류인 반날개 등에서 몸 길이 1㎜ 남짓한 곤충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분류학적인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곤충은 진화의 경쟁 속에서 몸집을 줄이기 위해 심장을 사실상 없애고 딱딱한 날개 대신 하늘거리는 깃털 같은 날개로 갈아치우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극단적인 소형화의 마지막 걸림돌은 뇌 등 중추신경계이다. 신경의 단위인 뉴런으로 구성된 중추신경계가 없이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알벌의 한 종이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신경계를 대대적으로 줄인 이 기생 벌은 그러고도 멀쩡한 삶을 영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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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프라그마 미마리펜(A)과 단세포 생물인 짚신벌레(B), 아메바(C)의 실제 크기 비교. 아래 잣대는 0.2㎜를 가리킨다. 사진=폴리로프. 

 

종명이 ‘메가프라그마 미마리펜’인 이 알벌은 길이 0.2㎜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기생벌의 하나이다. 길이 1㎜인 아주 작은 벌레인 삽주벌레가 낳은 알 속에 자신의 알을 낳으니 그 크기를 짐작할 만하다.
 

이 벌 다섯마리를 일렬로 세워야 자의 가장 작은 눈금을 채운다. 또 이 정도 크기이면 짚신벌레나 아메바 같은 단세포 생물보다도 작다.
 

알렉세이 폴리로프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 곤충학자는 국제학술지인 <절지동물 구조 및 발달>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알벌의 중추신경계가 불과 7400개의 뉴런으로 구성돼 있음을 밝혔다.
 

뇌 속에 들어있는 뉴런의 수는 사람이 100억~1000억 개이고, 곤충 가운데는 집파리가 34만 개, 꿀벌은 85만 개에 이른다.
 

게다가 이 알벌의 뉴런은 대부분 핵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핵은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정보를 지닌 채 세포의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사령탑이다. 이 알벌의 핵이 있는 뉴런은 모두 361 개이며, 이 가운데 215 개는 뇌에 들어 있었다. 보통의 말벌이라면 뇌속에 3만 7000개의 뉴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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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상태의 메가프라그마 미마리펜 뇌(A)와 성체의 뇌(B) 전자현미경 사진. 뉴런의 95%에서 핵이 사라진다. 사진=폴리로프.

 

이처럼 적은 수의 뉴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알벌은 비행을 하고 먹이를 찾으며, 기생할 삽주벌레를 찾아 그 알에 자신의 알을 낳는 복잡한 행동을 너끈히 수행한다.
  

논문은 이 알벌이 애벌레 때까지만 해도 7400개의 뉴런이 핵을 가지고 있지만 마지막 탈피 때 뉴런의 95%에서 핵이 녹아 없어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몸집이 작은 이 알벌에게 중추신경계는 몸 부피의 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성충이 될 때 이 짐을 과감히 버림으로써, 특히 뇌 부피의 절반 가까이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인 폴리로프는 논문에서 “핵이 없는 뉴런으로 해 내는 능력은 앞으로 뉴런의 재생 연구에 핵심적인 통찰을 준다”고 밝혔다.
 

이 알벌의 성체의 수명은 온도가 25도일 때 5일, 15도일 때 8.8일로 다른 작은 벌에 견줘 그리 짧지 않다. 하지만 이 기간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해야 할 정도로 길지는 않아, 소형화의 마지막 걸림돌인 중추신경계를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The smallest insects evolve anucleate neurons
Alexey A. Polilov

Arthropod Structure & Development
Volume 41, Issue 1, January 2012, Pages 29-3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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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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