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다리로 흘러 넘치는 초소형 거미

조홍섭 2011. 12. 16
조회수 48422 추천수 0

파나마 소형 거미, 몸 빈 틈의 80%, 다리의 25%를 뇌가 차지

핀끝 크기 거미도 거미줄 치는 등 행동은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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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신경계가 가슴을 채우고 일부 다리에까지 흘러 넘친 모습. 초소형 거미 아나피소나 시모니 암컷. 아래 잣대는 0.05㎜. 사진=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 

 

열대 우림에는 섬뜩하게 큰 거미도 있지만 돋보기로 보아야 간신히 보일 만큼 작은 거미도 아주 많다.

 

중앙아메리카 파나마에 있는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 과학자들은 이들 초소형 거미를 연구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뇌가 들어갈 곳이 부족해 가슴을 거쳐 다리에까지 흘러 넘치는 작은 거미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로사네테 쿠에사다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 연구원 등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절지동물의 구조 및 발달> 11뤌 호에 실린 논문에서 다양한 크기의 거미 9종을 대상으로 몸의 크기와 뇌 크기, 행동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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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거미인 아나피소나 시모니 종. 암컷 성체의 무게가 0.8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중추신경계를 일일이 측정한 대상에는 성체의 무게가 2000㎎인 제법 큰 거미 네필라 클라비페스로부터 무게가 그 40만 분의 1인 0.005㎎ 이하인 어린 아나피소나 시모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몸이 작아지면 상대적인 뇌의 크기도 자연히 작아진다. 이른바 ‘할러의 법칙’이다. 사람의 뇌 무게는 체중의 2~3%이지만 작은 개미에 가면 그 비율은 15%로 뛰어 오른다. 핀 끝처럼 작은 거미에게 그 비율은 훨씬 높다.
 
이처럼 몸이 작아지는 만큼 뇌도 함께 작아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요한 중추신경계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극소 거미도 거미줄을 치고 먹이를 잡으며 짝짓기를 하는 행동 면에서 큰 거미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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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거미의 모습. 그러나 큰 거미와 마찬가지로 거미줄을 치고 먹이를 잡으며, 이를 위한 뇌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이런 행동을 지시할 유전자와 그것을 담는 그릇인 세포핵, 그리고 그것으로 이뤄진 신경 단위인 뉴런의 절대적인 부피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무게가 0.7㎎이 안 되는 어린 거미 5종과 크기가 작은 성체 거미 4종에서 “중추신경계가 머리와 가슴을 거쳐 다리에까지 흘러 넘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윌리엄 위키슬로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스미소니언협회가 내는 웹진 <스미소니언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소 거미의 중추신경계는 다리의 25%를 포함해 몸의 빈 공간의 거의 80%를 채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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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초소형 거미에서 중추신경이 다리로 흘러 넘치는 모습(화살표 부분). 사진=스미소니언 파나마 열대 연구소.  

 

어린 초소형 거미 가운데는 엄청난 뇌 무게를 견디다 못해 가슴판이 부풀어 오르는 신체 변형 현상을 겪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성체가 되면 나타나지 않았다.
 
뇌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따라서 이들 거미는 큰 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뉴런의 크기를 지름 0.003㎜로 줄이고 핵 이외의 세포기관도 줄여 세포 부피의 90%를 핵이 차지하고 있다.
 
중추신경이 다리에까지 흘러 넘치는 현상은 일부 진드기에서도 관찰된다고 이 논문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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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소니언의 연구 대상에 포함된 파나마의 제법 큰 거미인 네필라 클라비페스.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한편, 일부 기생 벌 등 극소형 곤충은 아예 핵이 없는 뉴런이 대부분인 중추신경계를 이용해 이런 난제를 해결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관련 기사 “아메바보다 작은 미니 벌, 뇌세포 줄이고도 할 건 다 한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The allometry of CNS size and consequences of miniaturization in orb-weaving and cleptoparasitic spiders
Rosannette Quesada, Emilia Triana, Gloria Vargas, John K. Douglass, Marc A. Seid, Jeremy E. Niven, William G. Eberhard, William T. Wcislo
Arthropod Structure & Development
doi:10.1016/j.asd.2011.07.00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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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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