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보다 똑똑한 게 낫다, 암컷 앵무의 ‘변심’

조홍섭 2019. 01. 14
조회수 7366 추천수 0
다윈의 ‘성 선택으로 지적 능력 진화’ 가설 직접 실험으로 입증
문제풀이 능력 본 뒤 외모로 정한 선택 번복…먹이 찾는 능력과 직결

b1.jpg » 사람 말을 흉내 내는 사랑앵무는 인지능력이 뛰어난 새이다. 실험 결과 짝을 찾는 데 지적 능력을 앞에 놓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찰스 다윈은 1871년 성 선택이 동물의 지적 능력을 진화시켰다는 가설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암컷이 더 똑똑한 수컷을 선택하고, 그런 수컷이 더 많은 자손을 낳아 번성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증명이 쉽지 않다. 그 동안 과학자들은 지적 능력이 뛰어난 동물을 연구해, 지적 능력과 관련된 형질이 선택된다는 간접적인 증거를 제시해 왔다. 복잡한 음조의 노래를 부르는 새가 암컷의 인기를 끈다는 것이 그런 예다.

수컷의 인지능력이 암컷의 환심을 산다는 직접 증거가 나왔다. 천자니 중국 과학아카데미 동물학연구소 연구원 등 중국과 네덜란드 연구자들은 1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사랑앵무를 이용한 실험 결과 암컷은 문제풀이 능력이 뛰어난 수컷을 선호한다는 직접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b2.jpg » 사랑앵무는 개, 고양이 다음으로 세계에서 널리 기르는 동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3단계의 장애물을 거쳐야 안에 든 씨앗을 먹을 수 있는 먹이상자를 실험에 썼다. 먼저 암컷은 2마리의 수컷 가운데 깃털이나 목소리 등 일반적인 짝짓기의 선호도에 따라 수컷 한 마리를 고르도록 했다. 

그후 암컷이 보지 못하는 가운데 선택받지 못한 수컷을 훈련시켜 복잡한 장애물의 먹이상자를 열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짝을 이룬 앵무 쌍은 장애물 없이 열린 먹이상자에서 씨앗을 즐겼다.

다음, 암컷에게 이전에 선택받지 못한, 그러나 훈련 받은 수컷이 멋지게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였다. 암컷의 사랑을 받던 수컷에게는 테이프로 문을 고정시킨 먹이상자를 주어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게 했다. 

이후 암컷에게 수컷 둘을 내보인 뒤 다시 선택하게 하자, 암컷은 처음엔 저버렸지만 문제풀이 능력을 성공적으로 과시한 수컷을 택했다. 똑똑한 수컷의 모습이 암컷의 ‘변심’을 이끈 것이다.

b3.jpg » 야생 사람앵무에게 문제풀이 능력은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리처드 피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랑앵무는 오스트레일리아 건조지대 자생종이다. 연구자들은 “건조지대에서 먹이인 씨앗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고, 새끼를 기를 때 수컷이 먹이 공급을 도맡기 때문에 먹이 조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있는 수컷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는 지적 능력 관찰이 짝에 대한 선호도를 바꾸었고, 그럼으로써 지적 능력이 배우자로부터 직접 선택됐음을 보여준다”며 “지적 능력이 성 선택으로 진화했다는 찰스 다윈의 가설은 옳았다”고 논문에 적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iani Chen et al, Problem-solving males become more attractive to female budgerigars, Science Vol 363 Issue 6423,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u818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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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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