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농촌에 웃음꽃 피우는 적정기술

윤순진 2017.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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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의 캄보디아 빈민 적정기술 지원 현장 보고
우물, 정수처리, 화장실 등 지역사회 기반 기술로 기후변화 적응 도와

water2.jpg » 허드렛물로밖에 쓸 수 없는 우물물을 간단한 정수장치로 걸러 마시게 된 캄보디아 프놈펜 외각의 샬롬 유치원 아이들. icoop 생협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적정기술이란 되도록 해당 지역사회의 재료를 사용하면서 소규모 분산적 노동집약적인 속성을 지니는 지속가능한 저에너지 친환경 기술을 말한다. 

이러한 적정기술을 실제 삶의 공간에 적용해서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생활상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애쓰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모임이 있다. 바로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Scientists and Engineers Without Borders, SEWB)란 단체다. 

이 단체는 “개발도상국에 적정한 과학기술을 보급, 개발할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확산되며, 유지, 보수가 가능하도록 관련 교육을 진행함과 동시에 현지의 대학, 연구기관, 비정부기구(NGO) 등과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적정기술에 관한 국제교류를 진행”하는 것을 주요한 활동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해 5살 이하 어린이 150만 명이 깨끗한 물이 없어 목숨을 잃고 있으며, 전 세계 8억 8400만 명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고 26억 명은 기초적 공중위생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최빈국 어린이들과 주민들은 이처럼 기본적인 삶의 질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 관심을 가진 두 단체가 바로 적정기술학회와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이다.  

2월 초 필자는 바로 이 두 단체가 함께 추진한 행사로 캄보디아에 일주일 간 다녀왔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지속가능한 적정기술 국제 워크숍’이란 행사였다. 필자는 적정기술학회나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 회원이 아니었지만 “파리협정과 캄보디아의 기후 미래”란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국제 워크숍은 연구 결과의 발표와 토론과 함께 적정기술 시현 지역에 대한 방문으로 일정이 짜여졌다. 

사진1.jpg » 2017년 2월 8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캄 협력센터에서 열린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지속가능한 적정기술 국제 워크숍의 참가자들.

기후변화 기여 최하, 위험 최고

메콩강 하류에 위치한 캄보디아는 최빈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로 2014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69.3달러에 불과하다. 구매력지수로 계산하면 3배 이상 높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3049.6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2014년 인구는 1530만 명인데 인구의 20%가 수도 프놈펜에 살고 있다. 산업구조를 보면 농․어업이 국내총생산의 30.4%를 차지한다. 하지만 농․어업 종사 인구는 전체 인구의 54.1%로 절반이 넘기 때문에 기후에 민감한 1차 산업인 농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만큼 영향 받는 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업을 통해 캄보디아에서 생산하는 생선이 동물성 단백질의 80%를 담당할 정도로 어업과 생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어업활동의 변화는 어민뿐 아니라 인구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캄보디아는 기후변화 취약국으로 꼽힌다. 

스탠다드 앤 푸어스 등급 서비스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조사대상국 116개국 중 116위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에 속한다. 취약성은 높은 반면 적응 역량은 아주 낮아서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위험이 아주 높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이자 연구결과에 기반한 실천활동을 벌이는 저먼워치(Germanwatch)의 기후변화 위험지수 평가에서 13위를 차지할 정도로 캄보디아는 기후변화 위험이 높은 국가인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캄보디아는 기후변화를 일으킨 책임이 거의 없는 국가다. 최빈국가이기에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인 에너지 소비량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수준이 낮고 역사가 짧아 온실기체에 대한 역사적 배출 책임이 거의 없다. 

현재 연료 연소로부터 발생하는 세계 평균 1인당 CO2 배출량이 4.47톤(tCO2)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1인당 CO2 배출량이 9.36톤(tCO2)인데 비해, 캄보디아의 1인당 CO2 배출량은 0.40톤(tCO2)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의 1/10에도 미치지 않을 뿐 아니라(8.9%), OECD 배출의 1/20도 되지 않는다(4.3%). 그런데도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건기 길어져 물 부족 심각

IMG_9903.jpg » 가뭄이 심했던 2015년 씨엠립 지방의 한 여성이 말라 수위가 낮아진 웅덩이에서 물을 긷고 있다. 캄보디아 UNICEF

기후변화는 최근 캄보디아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때때로 발생하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우기가 짧아지고 건기가 길어져 식수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심각한 가뭄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 가뭄으로 물 공급 자체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수량이 줄어들면서 수질은 더욱 나빠져 그만큼 정수처리 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프놈펜 같은 도시 지역에는 그나마 상수도관이 깔리고 메콩강물을 정수해서 공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농촌 지역에서는 상수도관이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우물이나 빗물이 여전히 중요한 식수원이 되고 있고 심지어 웅덩이에 고인 물을 가라앉혀서 쓰기도 한다. 

캄보디아의 집들을 보면 <사진 2>에 보이는 물 항아리들이 놓여 있다. 가정 형편에 따라서 항아리 숫자가 다른데 저렇게 빗물을 받아쓰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게 된다.  

그림2.gif » 캄보디아 주택에 비치되어 있는 빗물 저장 항아리 모습.

하지만 건기 끝 무렵에는 다수의 가정에서 물 부족 문제를 겪게 된다. 게다가 그나마 사용하는 물조차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하수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과도 연결된다. 배출수의 10% 정도만 처리되고 있는데 처리되지 않은 하수가 바로 강으로 배출되고 있다. 

또한 농촌지역에는 화장실이 제대로 없어서 우기에는 인분이 빗물과 섞여 지하수로 스며들어 유기물의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병원성 미생물로 오염되어 있어 그냥 마시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비소와 같은 중금속으로 오염되거나 탁도가 높기도 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데 책임이 큰 국가나 집단의 책임 있는 지원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에서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와 적정기술학회가 적정기술을 사용해서 설치 운영 중인 정수시설과 화장실은 참 긴요하고 반가운 시설이다. 대형 기술, 초현대식 기술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재료를 구해서 그 지역의 필요를 채워주며 지역 사람들이 운영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은 설비들, 바로 적정기술의 성과이다.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용기에 모래를 넣어 원수를 통과시킨다. 그러면 불순물이 침전되고 걸러진다. 1차로 걸러져 탁도가 낮아진 물을 필터에 통과시키면 병원성 미생물이나 중금속 등이 걸러져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된다. 그렇게 큰 비용이 요구되지 않는 것이다. 사업대상지를 방문해 보니 정수처리 시설은 주로 학교나 유치원에 설치되어 있었다. 

사진3.jpg » 훈센톤문 초등학교에 설치된 간이상수시설과 수처리 시설 안팎 모습.

첫 방문지인 훈센문톤 초등학교에는 간이상수도 시설로 공급되는 깨끗한 물을 초등학교 400여 명의 학생과 인근 7개 마을 주민 1000여 명이 사용하고 있었다. <사진 3>의 위 왼쪽을 보면 수도꼭지가 두 곳으로 나뉘어져 설치되어 있는데 왼쪽은 음용수를, 오른쪽은 생활용수를 공급한다. 

생활용수는 음용수만큼 정수처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목욕과 빨래, 청소용으로 쓸 수 있다. 아래 왼쪽은 필터인데 필터는 약 일 년에 한 번씩 교체하면 된다. 워크숍 참가자들이 방문하자 학생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방문객 옆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런 ‘식수 공공성 사업’에 또 다른 후원기관이 있었는데 바로 생협 아이쿱(iCOOP)이었다. 아이쿱은 2014년부터 윤리적 소비의 일환으로 “세상을 바꾸는 마개(이하 세바개)” 캠페인을 벌여 적정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쿱에서는 지리산수를 판매하고 있는데 지리산수 페트병과 뚜껑의 재질(PE재질)이 달라 분리해서 배출하여야 제대로 된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 둘을 분리해서 배출하도록 하고자 지리산수만이 아니라 다른 생수병들의 뚜껑 중에서도 PE재질로 된 것을 모아서 생협 매장이나 배달차량이 왔을 때 보내도록 했다. 

2g의 PE재질 뚜껑은 재활용업체에 1원씩에 판다. 아이쿱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지리산수의 뚜껑 하나당 30원씩을 더한 금액만큼 지리산수의 수익금에서 먹는물 공공성 회복운동에 기부하고 있다. 

아이쿱은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2015년 캄보디아의 세 곳에 정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이번 국제 워크숍 기간 동안 방문했던 곳들은 바로 아이쿱의 세바개 지원으로 정수시설이 설치된 곳이었다. 

깜퐁포 유치원과 다일공동체 캄보디아 지부 씨엠립 꼭지마을, 돈소브코 기술학교가 그곳이다. 생협의 윤리적 소비가 적정기술을 만나 캄보디아와 같은 개도국 어린이들에게 생명수를 전해주는 아름다운 현장이었다.

사진4.jpg » 깜퐁포 유치원의 정수처리 시설.

씨엠립의 다일공동체는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2004년 설립된 이 공동체는 지역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매일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면서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밥퍼와 빵퍼란 사업을 하고 있지만 식수의 질이 나빠 좋은 음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2014년에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와 아이쿱이 지원해서 소규모 정수시설을 설치하였고 이후 맑은 물로 식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설치 초기에 급수통의 높낮이 조절에 실패해서 모터 효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이내 문제를 파악해서 시정 조치가 이루어진 후에는 유지 관리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사진5.jpg » 씨엠립 다일공동체에 설치된 정수처리시설과 물 마시는 아이, 새로 판 우물.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우리를 둘러쌌고 환한 미소를 보냈다.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꽤 많아서 안타까웠다. 너무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내 형편을 떠올리며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아이들이 그래도 이런 정수시설 덕분에 병에 걸리지 않고 식수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밝았고 우리 옆을 떠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다일공동체 아이들은 다가와서 손도 먼저 붙잡고 끌어안기도 했다. 

가는 곳마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로 물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016년에는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일공동체의 경우 예전에 다소 얕게 팠던 우물에서는 물이 더는 나오지 않아 한국에서 기부를 받아 더 깊은 우물을 파 원수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깜퐁포 유치원은 학교 바로 옆을 흐르는 시냇물을 원수로 사용하는데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들자 수질이 나빠지면서 정수 필터를 더 자주 교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모든 게 사실 비용이다. 기후변화가 이상기후 재난에 따른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이란 형태가 아니더라도, 가난한 이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65년 만에 갖게 된 화장실

이 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의 하나는 화장실이었다. 도시 외곽이나 농촌에서는 화장실이 없는 집이 많았고 그것이 여성의 안전 문제와 함께 위생문제를 야기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주해야 하는 이런 문제를 평생 겪으며 살아야 했다니!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화장실 변기와 정화조를 설치해 줬다. 여기에도 적정기술이 사용되었는데 정화조는 고도의 기술이 아니라 아주 간단한 적정기술이 적용된 것이었다. 

두 개의 정화조가 변기와 연결되어 있었다. 첫 번째 정화조에 분뇨가 모인 후 분해가 되면서 찌꺼기는 가라앉고 일정 높이 이상으로 오수가 차면 두 번째 정화조로 넘어가게 된다. 두 번째 정화조에서 충분히 발효시킨 후 일정 높이 이상이 되면 정화조 위에 뚫어놓은 구멍으로 물이 빠져나가 주변 토양에 거름을 주는 액비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화장실 벽까지 설치하면 경비가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약 150만 원이 드는 변기와 정화조 두 개 설치까지는 사업비로 지원하지만 화장실 벽은 해당 가구의 형편에 따라 설치하도록 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가구의 형편이 달라 벽면 설치를 다르게 한 세 가지 사례를 둘러봤다. 첫 번째 사례에서는 형편이 어려워 지붕을 만들고 네 군데 모서리에 나무로 기둥을 세운 후 천으로 휘둘러 놓았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플라스틱 소재로 벽면을 만들었다. 세 번째 사례에서는 벽돌로 벽면을 만들었고 지붕에는 간단한 원리를 이용해 빗물 집수 장치를 달아서 화장실에서 사용할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사진6.jpg » 세 군데 적정기술 화장실(위쪽 두 사진은 첫 번째 사례, 아래쪽 왼편이 두 번째, 오른쪽이 세 번째 사례).

화장실이 너무나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특히, 겉보기가 가장 누추했던 첫 번째 화장실의 변기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화장실 안을 보니 벽에 솔이 꽂혀 있었는데 인터뷰 결과 집주인 할머니는 화장실이 있는 게 꿈만 같고 너무 행복해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그 솔로 변기를 청소한다고 했다. 남편과 40세에 이혼한 할머니는 65년 동안 화장실이 없이 야외에서 볼 일을 해결했다. 

그에게 볼품  없는 화장실이라도 너무나 감사한 시설이었다. 방금 설치한 듯 깨끗하게 빛나고 있는 변기는 그가 얼마나 이 시설로 행복해 하는지를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었다. 방문자들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환하게 웃었다. 

세 번째 사례에서 그나마 번듯한 화장실 모습을 갖춘 건 태국에 가서 노동자로 일하는 아들이 부쳐온 돈 덕분이었다. 다른 결혼한 형제와 함께 7명이 화장실 없이 살다가 이렇게 화장실을 갖게 돼 너무 편하고 즐겁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화장실을 설치해준 또 다른 곳으로 추바 중고등학교가 있었다. 적정기술이 적용된 화장실이 설치되기 전에는 학생 1000명(남학생 550명, 여학생 450명)이 3개의 화장실을 남․녀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위생문제도 있었지만 여학생은 남녀 공용 화장실 사용을 꺼려해 하루 종일 학교에서 생활하는 게 고역이었으며 배변활동을 위해 학습을 중단하고 귀가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그래서 적정기술을 활용해서 주변 호수 물을 정수해서 화장실 세척용 물로 사용하는 자연분해식 화장실을 설치하여 여학생들이 더는 고통 받지 않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7.jpg » 적정기술로 만든 추바 고등학교의 여학생 화장실.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전기는 물론 화장실도 없이, 식수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캄보디아의 가난한 이들을 보니 좀 더 나은 우리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우리의 넉넉한 에너지 소비로 기후변화가 야기되고 이들이 그로 인해 더욱 고통스런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아프게 다가왔다. 작은 도움이 그들의 삶에 큰 행복감을 준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자신들이 형편이 나아지면 그런 도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베풀겠다는 마음이 자라나는 모습 또한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거대하고 값비싼 첨단기술이 아니라 지역의 재료를 활용하고 비용이 얼마 들지 않으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적정기술이 자연에 대한 큰 부하 없이 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한국의 아이쿱과 같은 생협에서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며 이들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도 참 아름다웠다. 이러한 일을 헌신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와 적정기술학회 회원들이 더 없이 멋져 보였다. 

이런 모임을 주도해온 사람들 중 하나인 서울대 서울대학교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AIEES) 윤제용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 회원들에겐 우울증이 없다!” 나눔을 통해 이들은 스스로가 더 행복해지고 삶이 즐거워졌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문제나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일에 내가 개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 이곳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을 늘려가는 노력과 함께 개도국의 가난한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해결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함께 나눈다면 나 또한 문제해결의 당사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윤순진/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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