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고릴라도 도구 쓴다, 대나무를 사다리로

조홍섭 2013. 11. 15
조회수 30112 추천수 0

르완다 화산국립공원서 어미가 새끼에게 대나무를 사다리처럼 내려줘

막대기로 수심 재며 건넌 사례 이어 야생 고릴라 도구 사용 드문 사례

 

go1.jpg » 산악고릴라 어미가 대나무숲 위로 올라오지 못해 애태우는 새끼에게 대나무 막대를 기울여 타고 올라오게 하는 모습. 사진=시릴 그루에터 외, <행동 프로세스>

 

자신의 몸의 기능을 확장하기 위해 주변의 물체를 이용하는 것을 ‘도구를 쓴다’라고 정의한다면,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은 많다. 특히 머리가 좋기로 유명한 영장류, 돌고래, 까마귀에 그런 사례가 많다.
 

먹이를 획득하는데 도구를 쓰는 예가 가장 흔하다.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미집의 흰개미를 낚는 행동은 널리 알려졌다. 영장류 가운데 마카크 원숭이는 돌을 이용해 굴 껍질을 까며, 침팬지와 꼬리감기원숭이는 견과류의 단단한 껍질을 돌을 망치와 모루처럼 이용해 깬다.
 

영장류 가운데 고릴라는 도구 사용 사례가 드문 편이다. 사육 상태에서 도구를 쓴 사례는 보고돼 있다. 눈길을 걸을 때 손과 발을 짚으로 만든 ‘신’으로 씌우거나, 양동이로 물을 긷고 나무에 막대기를 던져 씨앗이나 잎이 떨어지도록 하는 행동이 관찰됐다.
 

야생에서 고릴라가 도구를 사용하는 희귀한 장면이 아프리카 르완다 화산국립공원에서 목격됐다. 이곳에서 다이앤 포시 고릴라재단 연구자들이 산악고릴라를 추적 관찰하던 중에 우연히 얻은 성과이다.

640px-Gorilla_mother_and_baby_at_Volcans_National_Park.jpg » 르완다 화산국립공원에서 새끼와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산악고릴라 어미.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2010년 11월30일 연구진은 파블로 무리를 뒤쫓고 있었다. 무리는 마침 죽순을 먹기 위해 해발 2800m에 있는 울창한 대나무숲에 있었다. 영양가 많은 죽순은 고릴라의 일상 음식은 아니지만 1년 두 번 맛보는 별식이었다.
 

아침 9시께 암컷 타무는 높이 2m가량인 대나무 숲 위에 올라앉아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한 살 난 수컷 새끼 임부토는 대나무 숲으로부터 4m쯤 떨어져 있었는데, 엄마가 있는 곳을 보고는 자기도 올라가겠다고 찡찡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타무는 먹는 것을 멈추고 새끼를 내려다 봤다. 아들은 대나무숲 가장자리에서 덤불을 쥐고 기어오르려 했지만 번번이 대나무에서 미끄러졌다.
 

타무는 새끼가 오기 전에 먹으려고 대나무를 잘라내 쥐고 있었다. 9시11분, 타무는 대나무 막대 끄트머리를 쥐더니 아래로 45도 각도로 늘어뜨렸다.
 

새끼가 대나무를 마치 사다리처럼 잡고 기어오르자 어미는 죽순을 단단히 쥐고 새끼가 기어오르는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새끼가 다 오르자 함께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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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4.jpg » 야생 고릴라가 도구를 이용하는 최초의 목격 사례. 콩고 습지에서 처음 웅덩이를 건너다 물에 빠진 고릴라 암컷이 막대기로 수심을 재어 가며 웅덩이를 건너고 있다. 사진=토마스 브로이어 외, <플로스 바이올로지>  

 

연구진은 이 사례가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구를 이용한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보았다. 죽순은 먹으려고 딴 것이지 새끼를 구하려고 딴 것은 아니었던 만큼 유연한 사고를 보여준다. 새끼가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물체의 다른 용도를 떠올린 것이다.
 

물론 타무의 행동은 우연히 죽순을 내려뜨렸고 이를 타고 올라오는 새끼를 지켜본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는 중심을 잡기 위해 죽순을 지팡이처럼 의지하고 있는데, 새끼를 이것을 타고 올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새끼가 죽순을 타고 기어올랐을 때 어미가 분명히 준순을 단단히 쥐는 행동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관찰은 일회성이어서 이를 일반화시키기는 곤란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고릴라의 도구 사용이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이유로 식성이 나뭇잎이나 줄기 같은 식물을 먹는 채식성인데다 워낙 힘이 세 정교한 도구를 쓰기보다 힘으로 해결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침팬지가 개미 낚시를 한다면 고릴라는 그저 개미집을 부숴버리면 그만이다. 이 관찰결과는 국제학술지 <행동 프로세스> 최근호에 실렸다.
 

야생 고릴라의 도구 사용이 처음 보고된 것은 2005년이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동물학자 등은 콩고 북부의 습지에서 암컷 고릴라가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뭇가지로 물의 깊이를 재면서 웅덩이를 건너는 모습을 관찰한 적이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yril C. Grueter et. al.,Possible tool use in a mountain gorilla, Behavioural Processes 100 (2013) 160~162
 
Breuer T, Ndoundou-Hockemba M, Fishlock V (2005) First Observation of Tool Use in Wild Gorillas. PLoS Biol 3(11): e380. doi:10.1371/journal.pbio.0030380

조홍섭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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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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