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를 막으면, 강은 전혀 다른 강이 된다

조홍섭 201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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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변화 심각…보 상류 어류와 무척추동물 특히 타격

국제학술지 <응용생태학> 논문, '4대강에 생물다양성 풍부해진다' 정부 주장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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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대상 하천의 하나인 마인/라인 강 지류인 비센트 강의 보. 사진=이마누엘 기엘, 위키미디아 커먼스

 

강에 보를 막으면 보 위는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느려지며, 보 아래에서는 수심이 얕아지고 유속이 빨라진다. 그런 영향이 있겠지만 보 위로 물이 흐르고 고깃길이 마련돼 있으니 강이 단절된 것도 아니다. 얼핏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보의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보로 인한 생태적 단절 효과는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해, 보 상류와 하류의 생물학적 차이가 전혀 다른 물줄기의 강보다 클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는 4대강 사업으로 물이 풍부해져 생물다양성이 높아질 것이란 정부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위르겐 가이스트 독일 뮌헨공대 교수팀은 영국 생태학회가 내는 국제학술지 <응용 생태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연구진은 독일 남부 바바리아 주를 흐르는 엘베 강, 라인-마인 강, 다뉴브 강의 지류 5곳을 대상으로 보 상류와 하류의 비생물학적, 생물학적 특성을 비교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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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대상지인 독일 바바리아 주에 있는 이자르 강 이킹 보의 모습. 아름다운 경관과 달리 보는 심각한 생태계 단절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리처드 바르츠, 위키미디아 커먼스

 
이 연구는 보 건설의 생태학적 영향을 부착조류, 수초, 대형 무척추동물, 어류 등 생물의 모든 분류군과 이들 서식지의 물리화학적 특성까지 고려해 포괄적으로 평가한 첫 연구라고 이 논문은 밝혔다.
 

연구대상은 17세기에 보가 건설된 무작 강을 비롯해 1945년 보가 세워진 귄츠 강에 이르기까지 주로 수력발전용 보가 오래 전에 들어선 곳이다.
 

논문은 “보가 강 생태계의 군집 구조, 생산성, 다양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그 영향은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논문은 “보로 인한 유속과 수심의 소규모 변화가 생물 군집에 끼친 영향은 유역과 지질학적 배경이 다른 강의 대규모 영향을 압도한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보가 생물에 관한 한 원래의 강을 전혀 다른 강으로 만든다는 얘기다.
 

보를 만들었을 때 강의 생물 군집에 일어나는 변화는 일부 민감한 생물에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보를 건설해 강의 연속성을 차단했을 때의 영향은 종을 넘어 과나 목 수준에서도 발견돼, 수생 생물 구조 전반에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보를 만들면 수심과 유속, 강바닥의 조성 등 강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변한다. 보 상류의 생물다양성은 조사한 모든 분류군에서 명백하게 감소했다. 특히, 보가 잇따라 설치됐을 때 다양한 서식지의 연계가 깨져 생태적 질 저하가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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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상류에서 급감한 브라운송어(왼쪽)과 늘어난 잉어과의 브림.

 

보 상류의 어류 다양성은 하류에 견줘 25% 줄었고 물고기의 양은 3분의 1에 그쳤다. 물벌레 등 무척추동물의 다양성도 5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어류 가운데서도 멸종위기종인 브라운송어, 사루기, 다뉴브 연어 같은 산소가 많이 녹아있는 찬 물을 좋아하는 물고기가 크게 줄었다. 가이스트 교수는 “이들은 바닥에 자갈이 깔린 강 상류에 알을 낳는데 이런 곳이 사라지면서 대신 브림, 쳐브, 잉어 같은 둔감한 물고기들이 자리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 단일 생물군집만의 변화로는 강 생태계의 전반적인 구조변화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분명해져, 물고기 등 단일 생물군집으로 평가하는 유럽의 하천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논문은 밝혔다.
 

가이스트 교수는 “흔히 보를 물고기의 이동을 방해하는 정도로 여기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물리적 화학적 변화”라며 강 생태계 전체의 구조의 기능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4대강 사업으로 대형 보가 건설돼 강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공사중에 일시적인 어류 등 일부 종에 대한 영향이 예상되나 사업시행으로 서식환경이 다양화 되고 멸종위기 어류에 대한 증식사업, 대체서식지 조성, 생태벨트 조성 등 다양한 서식환경 조성사업을 병행 추진하고 있어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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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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