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동물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조홍섭 2013. 0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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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무시가 외국 이주민 등 소수 집단 차별로 이어져

"개·고양이 잔인하게 죽인 사람의 다음 표적은 어린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_강재훈.jpg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창문에 부딪쳐 부상당한 까치를 치료하고 있다.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동물이라도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인도주의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강재훈 선임기자


깃이나 모자 끝을 라쿤(북미산 너구리) 털로 장식한 외투가 유행이다. 지난 11일 온라인 매체 <오마이뉴스>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동물에게 고통만 주는 이런 옷을 입지 말자는 내용의 글(‘당신 옷에 달린 털, 그건 ‘생명’입니다’)이 실려 관심을 모았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반발하고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이들의 목소리엔 ‘인간보다 먹이사슬에서 열등한 동물이 사람 손에 죽는 게 뭐가 문제냐’ ‘왜 동물을 사람 취급하냐’는 불만이 깔려 있다.
 

심지어 동물보호운동이 나치의 잔재라는 비난도 나왔다. 히틀러가 채식주의자에다 동물 애호와 환경 보전을 주창하고 생체실험에 반대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동물보호에 나치의 낙인을 찍을 일은 아니다. 오히려 유대인 학살은 잔인한 가축 도살과 동물 학대에 더 가까워 보인다.
 

BUNDES~1.JPG » 나치 이인자 헤르만 괴링이 자연보호 관련 시찰을 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독일 사회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누군가 도살장을 바라보며 ‘그들은 동물일 뿐이야’라고 생각할 때마다 아우슈비츠는 시작된다”고 적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같은 비인간화는 동물을 무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다.
 

동물보호단체 누리집의 자유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동물 학대를 고발하는 제보가 끊이지 않는다. 종종 엽기적이고 일상화된 이런 행위는 대체 왜 생기는 걸까?
 

개나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도 가족이나 이웃 또는 직장 동료에게는 살가운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외국인 노동자나 동성애자 같은 소수 집단이라도 그럴까. 이것이 요즘 사회심리학자들이 던지는 ‘비인간화의 뿌리가 뭐냐’는 질문에 닿아 있다.
 

Hannah-Miles-Figure-4.jpg » <라이프> 1941년 12월22일치에 실린 '중국인과 일본인 구별법' 제하의 사진기사. 일본인은 키가 작고 열등한 종족으로 그려져 있다.역사적으로 내가 속한 집단 밖에 있는 외집단을 ‘동물 같다’고 바라본 예는 많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진주만 기습공격을 받은 미국에서 일본인은 ‘노란 원숭이’나 쥐로 묘사됐다.

 

<뉴욕 타임스>는 일본의 토속신앙을 “야만 문화”라고 표현했다. 한 역사가는 “눈이 째진 일본 조종사는 총탄을 똑바로 발사하지 못하고 해군 장교는 어두울 때 앞을 잘 보지 못한다”고 적기도 했다.

 

 

 

 

 

 

 

 

 

 

 

 

 

 

 

 

 

 

 

 

 

 

 

외집단에 속한 사람을 인간보다는 동물에 가깝고, 그래서 감정과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간주함으로써 동정과 존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는 것이다. 이로부터 외집단을 배제하고 학살하고 노예화하는 차별 행동이 나온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을 구분하는 생각은 부지불식간에 인간 집단 사이에서도 동물에 가깝다고 느끼는 외집단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흑인을 원숭이에 가깝다고 느끼는 백인일수록 흑인 범죄 용의자에 대한 폭력을 더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캐나다의 심리학자들은 최근 실험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다르다고 굳게 믿을수록 이민자에 대한 편견도 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사람과 동물의 유사성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고 난 뒤 이민자도 캐나다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과 다른 동물이 결코 분리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범죄를 막는 이들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는 사람은 없다. 개와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 사람의 다음 표적은 어린아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범죄심리분석관이 장차 나타날 폭력행동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네가지 지표 가운데 하나가 동물 학대이다. 한 연쇄살인범 프로파일러는 “대부분의 살인범들은 어릴 때 동물을 죽이거나 고문한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xploring the roots of dehumanization: The role of animal--human similarity in promoting immigrant humanization

Group Processes Intergroup Relations 2010 13: 3
DOI: 10.1177/1368430209347725
http://gpi.sagepub.com/content/13/1/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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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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