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뱃속에서 폭발 일으켜 탈출하는 방귀벌레

조홍섭 2018. 02. 07
조회수 29281 추천수 1
삼킨 2시간 뒤 토해 살아나기도
꽁무니서 화학 결합 자극성 폭발

020618_SM_beetle-vs-toad_main.jpg » 두꺼비는 폭탄먼지벌레의 경계색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삼킨다. 그러나 곧 후회의 순간이 찾아온다. 신지 스기우라 제공.

폭탄먼지벌레는 1924년 일본인 곤충학자 오카모토가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길이 1∼2㎝의 작은 곤충이다. 그러나 작다고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이 벌레는 세계 최고의 화학무기를 갖추고 있다. 

위협에 놓이면 꽁무니에서 폭발음과 함께 역겨운 화학물질을 뿜어낸다.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하고 중국과 일본에도 있는 이 곤충을 흔히 방귀벌레라고 부른다. 폭탄먼지벌레의 강인한 방어능력이 새로 발견됐다. 두꺼비 뱃속에서 폭탄을 터뜨려 탈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bomb1_arndt1HR.jpg » 핀셋으로 다리를 쥐자 위협을 느낀 폭탄먼지벌레가 독물질과 증기를 단속적으로 분사하고 있다. 찰스 헤지코크 제공

신지 스기우라와 다쿠야 사토 등 일본 고베대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두꺼비와 물두꺼비가 삼킨 폭탄먼지벌레가 탈출하는 행동을 보고했다. 두꺼비는 먼지벌레를 보자마자 혀를 내쏘아 냉큼 삼켰다. 먼지벌레는 위장 속의 강산 점액 속에서도 화학무기 반격을 벌였다. 분비샘의 화학물질과 효소를 반응실에 보내 폭발시키면 100도 가까운 뜨거운 수증기와 자극적인 퀴논 계열의 화학물질이 나온다. 복부 막이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면서 마치 기관총을 쏘듯 초당 1000번 폭발을 일으킨다(▶관련 기사: 초당 1000번 독물 발사, 폭탄먼지벌레의 ‘기관총 분사’). 연구자들은 먼지벌레를 삼킨 두꺼비의 뱃속에서 폭발음이 나는 것을 실험실에서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폭탄먼지벌레를 삼킨 두꺼비 동영상(사이언스 뉴스 제공


화학물질 공격에 견디지 못한 두꺼비는 딱정벌레를 토해냈고, 먼지벌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갔다. 두꺼비가 삼킨 폭탄먼지벌레의 43%가 이런 방식으로 살아났다. 두꺼비가 삼킨 뒤부터 토해내기까지 12∼107분 걸렸는데, 평균 체류시간은 40분이었다. 먼지벌레의 절반 가까이가 두꺼비의 뱃속에서 생환했는데, 반대로 두꺼비의 절반가량은 뱃속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요란한 먹이를 끝내 소화한 셈이다.

bombardier-lunch.jpg » 폭탄먼지벌레를 토해내는 두꺼비 연속 사진. 이 딱정벌레는 두꺼비 뱃속에서 88분 있었다. 신지 스기우라 외 ‘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연구자들은 “먼지벌레의 덩치가 클수록 탈출 성공률이 높았고, 작은 두꺼비가 큰 두꺼비보다 먼지벌레를 토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폭발의 위력이 생존 확률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 Sugiura and T. Sato. Successful escape of bombardier beetles from predator digestive systems. Biology Letters. Published online February 7, 2018. doi: 10.1098/rsbl.2017.064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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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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