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이 로드킬 주범, 설마가 동물 잡는다

김봉균 2014.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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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이야기 ② 대책
16㎞ 도로서 하루 2마리꼴 희생, 자연과 생명 체험하러 가는 길목인데
생태통로, 내비 안내, 표지판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의 규정속도 준수 필수

 

rd3.jpg » 천수만로에서 로드킬을 조사하는 동안 발견한 동물들의 사진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사진은 조사 동안 발견한 동물의 반도 되지 않습니다. 171마리 동물들 하나하나의 모습과 표정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관련기사: 로드킬 이야기 ① 실태 100만마리 희생, 로드킬 누구 잘못?
 
로드킬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도로에서 직접 조사에 참여했고, 그곳에서 수많은 야생동물의 소리 없는 비명을 듣고 나서 얻은 결론입니다.
 
조사 지역은 96번 국도 중 충청남도 홍성군 갈산면에서 서부면 궁리를 거쳐 서산시 부석면까지 연결되는 도로의 일부 구간인 ‘천수만로’였습니다. 천수만로 바로 옆에는 매년 수많은 철새가 머무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천수만과 드넓은 농경지, 호수, 하천, 바다, 갯벌, 산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수많은 야생동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로드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곳이지만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한 그 어떠한 장치나 노력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rd1.jpg » 조사 대상인 천수만로의 위성지도입니다. 대규모 간척에 의해 생성된 농경지와 다양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수많은 야생동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천수만로가 가로지릅니다.
 
조사는 2014년 7월~11월까지 5개월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조사방법은 16㎞ 길이의 도로를 왕복하며 로드킬 개체 발견 시 날짜, 종명, 발생 위치, 주변 환경, 도로 상황, 날씨 등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었으며, 발생위치는 지피에스(GPS) 수집 어플리캐이션을 이용해 수집한 후 구글 지도에 기록했습니다.
 

rd2.jpg »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갓길도 없는 도로에 비상등을 켜고 내려 좌표와 정보를 수집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옆을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지금 당장에라도 저를 집어삼킬 듯 무섭게 달려옵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사람인 저도 이렇게 무서운데 동물들은 어땠을까요.
 
5개월 동안 86차례 조사흘 한 결과 총 171건의 로드킬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성급한 결론이긴 하지만 하루에 2마리꼴로 야생동물이 이 도로 위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입니다. 겨우 16㎞ 길이의 도로에서 말입니다.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지 이제 좀 아시겠죠? 아직 와 닿지 않으신다면 이렇게 계산해 보겠습니다.
 
각각의 도로마다 환경이 다르고, 교통량이 다르고, 여러 가지 조건이 다를 테니 적절하지 않지만,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여 우리나라의 도로 10만㎞에서 이런 식으로 야생동물의 자동차 충돌사고가 난다면 하루에 1만2500마리의 동물이 도로 위에서 차에 치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아래는 처음 보여드린 천수만로의 위성사진에 로드킬에 의해 희생된 동물을 발견한 지점의 지피에스 좌표를 한데 모아 입력한 결과입니다. 좌표들의 값을 입력해 한 장에 담아봤더니 점이 아니라 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은 제가 조사한 도로 구간을 뚜렷이 나타내는 하나의 길이 되어있었습니다.
 
조사를 시작하기 이전엔, 그래도 가장 빈번하게 로드킬이 발생하는 구간이 있을 테고, 그 부분만이라도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어떠한 조처를 취한다면 조금이라도 로드킬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곳 하나 안전한 장소는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도로 전체가 동물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죠.
 
rd4.jpg » 로드킬 발생 지점의 좌표를 모두 입력한 뒤 종합했더니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은 제가 조사한 천수만로 전체를 덮고 있었습니다.  
 
 171건의 로드킬 발생 흔적 중에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동물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324-2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수리부엉이, 천연기념물 제324-3호 솔부엉이,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삵이 그들입니다. 생명에 경중을 매길 순 없지만, 그렇지 않아도 보호가 필요한 동물들 역시 로드킬의 위험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습니다.
 
rd5.jpg » 어느 생명이라도 소중하지만 보호가 시급한 동물들도 역시 로드킬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천수만로는 서산 버드랜드, 홍성 조류탐사과학관 등 자연과 생명을 체험할 수 있는 행선지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연과 생명을 만나러 가는 이 길 위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그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생명을 배우고 체험하려던 이들이 이런 사실을 알거나 직접 겪었다면 무엇을 느끼게 될까요? 천수만의 여러 교육기관에서는 천수만에 서식하는 많은 동물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 동물들이 정작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는 이야기해 주지 않습니다. 저는 많은 분이 이러한 현실에도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rd6.jpg » 서산 천수만에 흑두루미나 황새가 도래한다는 사실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동물들이 겪고 있는 이 순간의 현실입니다.  
  
앞서 로드킬이 얼마나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제는 로드킬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겠습니다.
 
많은 분이 알고 계시는 생태육교나 생태통로가 있습니다. 운전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라면 보신 적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생태육교와 생태통로가 정말로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정답이 될까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설치되어있는 생태통로나 생태육교는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12월20일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 380억 들여 만든 ‘위험통로’ 고라니는 겁이 납니다를 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해당 서식지에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태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거나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rd7.jpg » 동물이 이용하기 편한 잘 만든 생태통로(위)와 맞은편이 어두워 동물이 들어서기를 꺼리는 잘못 설계된 통로.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야생동물 출몰지역 표지판도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을 통해 “야생동물 출몰 지역입니다. 주의하세요.”라고 알려주는 것도 표지판과 비슷한 구실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방안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합니다. 도로 위에서 의미 없는 죽임을 당하고 있는 야생동물을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가짐 말이죠. 그리고 그 마음가짐을 운전습관에 고스란히 담아낸다면 그 무엇보다 뛰어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로드킬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도로이지만, 가장 위협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과속입니다. 야생동물은 자신이 사는 지역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는지 알고 있습니다.
 
즉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를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도로를 건널 때는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건너게 되는데,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고 과속으로 달려오는 자동차가 있다면 당연히 사고를 당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시야 확보가 어려운 밤이나 야생동물이 나올 법한 지방도로에 다닐 때에는 표지판이 없더라도 항상 로드킬을 의식하고 조금 더 속도를 줄여 운전을 해주셔야 합니다.
 
“설마 내가 로드킬을 하겠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로드킬은 나에겐 일어나지 않는 다른 사람 이야기일까요?
 
조사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100명 중 38명이 로드킬의 가해자가 되었거나, 로드킬이 발생하는 순간을 목격하였거나, 로드킬로 인해 발생하는 크고 작은 2차 사고를 목격했다고 응답했습니다. 100명의 운전자 중 38%에 해당하는 인원이 직, 간접적으로 로드킬을 경험했습니다.
 
여러분께서 로드킬에 의해 희생되는 수많은 동물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이들을 지켜 주고 싶다면 꼭 제한속도를 지켜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여유가 있게 더 느린 속도로 운전해 주세요.
 
rd8.jpg »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제한속도 정도는 지키는 여유를 가져 주세요. 당신의 마음가짐과 운전습관이 의미 없는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조사기간 동안 수많은 야생동물의 주검을 봤지만, 도로 위에서 사체를 발견한다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동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물의 주검을 들추다가 혹은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수습하는 과정에서 주검과 눈이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미처 감지 못한 그 눈으로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언제까지 도로 위에서 희생되는  동물들의 눈빛을, 그들의 이야기를 무시해도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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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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