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오른 물고기 '물혀'로 먹이 삼켜

조홍섭 2015. 0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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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사는 말뚝망둥어,물 뱉은 뒤 먹이와 함께 삼켜…물을 혀처럼 이용

처음 육지 진출 척추동물도 혀 진화 전 이런 방식 채택했을 가능성 제시

 

mudskipper-feeding-1.jpg » 말뚝망둥어가 먹이를 삼키려 입을 벌리는 모습. 처음 육상에 진출한 물고기도 이런 방식으로 먹이를 먹었을지 모른다. 사진=Screengrab_Krijn Michel, Sam Van Wassenbergh, FunMorph Lab, University of Antwerp

 

축축한 흙에서는 1주일 가까이 살 수 있지만 물속에 넣어 두면 10시간도 못 버티고 익사하는 물고기가 있다.1) 서·남해 갯벌에 많이 사는 말뚝망둥어가 그렇다.
 

머리 위에 툭 튀어나온 두 눈으로 사방을 살피며 가슴지느러미로 갯벌 위를 기어다니거나 꼬리의 반동을 이용해 뛰어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그런데 말뚝망둥어가 먹이를 먹을 때 알려지지 않은 행동이 숨겨져 있었다.

 

03556211_R_0.jpg »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 갯벌에 많이 사는 말뚝망둥어. 튼튼한 가슴지느러미로 갯벌위를 기어다닌다. 사진=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  

 

이 물고기는 먹이를 먹을 때 물을 뱉어 먹이를 감싼 다음 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물고기의 조상이 처음 육지에 진출했을 때 어떻게 먹이를 먹었는지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척추동물은 3억 5000만~4억년 전 최초로 육지에 진출했다. 이제까지 연구의 주요 관심은 공기속에서 중력을 이기고 몸을 지탱하기 위해 지느러미가 어떻게 네 다리로 진화했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면서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달라진 환경에서 어떻게 먹이를 먹느냐이다. 물고기의 조상이 물속에서 먹이를 먹는 방식은 지금과 마찬가지였다. 먹이를 발견하면 입속의 공간을 확장시켜 압력을 낮추어 먹이를 물살과 함께 빨아들여 목구멍으로 삼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기 속에선 이처럼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먹이가 끌려오지 않는다. 설골로 지탱하는 혀를 이용해 먹이를 입에서 목구멍으로 운반하는 과정이 필요해졌다.

 

Bjørn Christian Tørrissen _Mudskippers-990x593.jpg »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말뚝망둥어. 해양생물의 육상진출에 관한 비밀을 안고 있다. 사진=Bjørn Christian Tørrissen

 

이런 전환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화석기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등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에 널리 분포하는 말뚝망둥어를 자세히 관찰하면 그 수수께끼가 풀릴지 모른다.
 

크리즌 미셸 벨기에 앤드워프대 생물학자 등 연구진은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바다에서 육지로 오른 초기 생물이 ‘물 혀’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연구자들은 아프리카에서 채집한 말뚝망둥어가 먹이를 먹는 모습을 고속촬영 비디오와 엑스선 스캐너를 이용해 관찰했다.
 

그 결과 말뚝망둥어는 먹이를 입에 무는 순간 입 안쪽에 저장해둔 물을 뱉어내 먹이를 감싼 뒤 물과 함께 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은 먹이를 목구멍을 운반해 준 뒤 입 뒤에 보관된다. 망둥어에게 물은 혀와 같은 구실을 하는 것이다.
 

gobi.jpg » 말뚝망둥어가 먹이(주황색)를 먹는 모습을 고속촬영한 사진. 하늘색은 물의 윤곽을 보여준다. 사진=미셸 외, <왕립학회보 비>

 

연구자들은 이를 ‘수력학적 혀’라고 묘사했다. 물을 뱉은 뒤 다시 흡수하는 동작은 도롱뇽 등 처음 육지에 진출한 네발 동물과 비슷했다.
 

연구자들은 말뚝망둥어가 입에서 뱉는 물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물을 잘 빨아들이는 고성능 압지 위에 먹이를 놓아두는 실험을 했다. 그랬더니 망둥어의 70%가 먹이를 삼키지 못했다.

말뚝망둥어 이외에도 서아프리카의 공기호흡 메기는 먹이를 잡은 뒤엔 반드시 물속으로 들어가 삼킨다. 또 거북과 개구리의 일부도 해안에서 사냥을 한 뒤 꼭 물속으로 들어가 먹는다.
 

연구자들은 육지에 진출한 최초의 척추동물이 먹이를 먹는 방식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나는 악어나 대형 도마뱀처럼 머리를 앞으로 내미는 가속력을 통해 먹이를 목구멍으로 밀어넣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말뚝망둥어처럼 물을 혀처럼 이용해 먹이를 먹었다는 것이다.
 

물론, 말뚝망둥어는 현재의 생물이기 때문에 초창기 육상에 진출한 생물이 똑같은 방식을 채택했는지를 이번 연구가 밝힌 것은 아니라고 논문은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ichel KB, Heiss E, Aerts P, Van Wassenbergh S. 2015 A fish that uses its hydrodynamic tongue to feed on land, Proc. R. Soc. B 282: 20150057. http://dx.doi.org/10.1098/rspb.2015.005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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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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