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3킬로 담비가 10킬로 고라니 사냥…최상위 포식자로

조홍섭 2013. 01. 13
조회수 56170 추천수 1

호랑이 없는 남한 생태계 담비가 ‘왕’…연중 고라니, 멧돼지 사냥

국립환경과학원 첫 조사…농사 피해 청설모, 말벌도 주식, 농민과 야생동물 보호 공존 기대

 

dam0.jpg »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된 담비. 족제비과의 중형 포유류이지만 남한에서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했다.

 

호랑이와 표범 등 맹수가 사라진 남한의 깊은 산에서 담비가 최상위 포식자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담비는 족제비, 오소리, 수달과 함께 족제비과에 속하는 중형 포유류로서 청설모와 쥐를 주로 잡아먹고 때로 멧토끼, 어린 노루 등을 사냥하기도 하는 잡식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담비가 다 자란 고라니와 멧돼지 새끼 등 대형동물을 연중 사냥하는 생태계 최고 포식자 구실을 하고 있음이 무선추적기와 무인센서카메라를 이용한 조사와 먹이분석 등을 통해 드러났다.
 

dam6.jpg » 무선추적기를 부착한 담비

 

국립환경과학원은 13일 지난 4년 동안 담비에 대한 조사결과 “담비가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자 넓은 행동권을 지닌 우산종으로서 생태계 보전에 활용 가치가 큰 동물임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우산종이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불곰이나 극동 러시아의 아무르호랑이처럼 행동권이 큰 동물의 서식지를 보전하면 동시에 다른 종들을 보호하는 효과가 나 생물다양성이 유지되는 종을 가리킨다.
 

연구진은 지리산, 속리산 등지에서 담비의 발자국을 추적하고 배설물을 분석하는 한편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해 담비의 생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본격 조사했다.
 

무인센서카메라에 촬영된 담비의 여러가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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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참여한 최태영 국립환경과학원 자연평가연구팀 박사는 “담비의 사냥 모습을 직접 관찰하지는 못했지만 발자국을 추적하면서 사냥 잔해물을 확인하고 배설물 속에서 연중 관찰되는 털 등을 분석해 담비가 연중 대형 포유류를 사냥한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담비는 큰 수컷이라야 몸무게가 3㎏ 정도이지만 조사 결과 무게 10㎏인 고라니 성체까지 사냥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 3~5마리가 무리지어 협동 사냥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실제로 고라니의 사체가 손상된 상태를 보면 귀와 눈 등과 함께 배가 공격받은 흔적이 드러나, 담비 한 마리는 고라니 등에 뛰어올라 얼굴을 공격하고 다른 한 마리는 배의 내장을 공격해 결국 주저앉히는 전략을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호랑이처럼 단숨에 숨통을 끊는 것이 아니라 과거 승냥이가 떼지어 사냥했던 방식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냥한 고라니의 절반쯤은 성체였고 멧돼지의 90%는 어린 개체였다. 연구진은 3마리로 이뤄진 담비 한 무리가 연간 다 자란 고라니 또는 멧돼지 새끼 9마리를 사냥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dam1.jpg » 담비가 무리지어 사냥한 다 자란 고라니. 눈과 귀 등 얼굴과 배에 공격받은 흔적이 있다.

 

dam2.jpg » 사냥한 고라니를 뜯어먹는 담비 가족  

 

포유류 가운데 담비가 즐겨 잡아먹는 먹이로는 청설모가 가장 많아 전체의 20%를 차지했고, 이어 노루 혹은 고라니가 16%, 멧돼지·비단털들쥐·하늘다람쥐가 13%로 뒤를 이었다. 그밖에 다람쥐, 멧토끼, 등줄쥐, 두더지도 배설물에서 흔적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담비 한 무리가 연간 75마리의 청설모를 잡아먹는 것으로 계산했다.
 

전체적으로 먹이 가운데 동물성과 식물성은 비슷한 비중이었는데, 동물성 먹이 가운데는 포유류가 가장 많았고 이어 조류, 꿀, 곤충, 양서·파충류 순서로 비중이 높았다. 식물로는 다래, 버찌, 머루, 감 등 달콤한 열매를 주로 먹었다.

 

graph.jpg » 그림=국립환경과학원
 

담비는 꿀을 좋아해 전체 먹이의 6.2%를 차지했는데, 흥미롭게도 담비는 벌 가운데는 꿀벌의 천적인 말벌만 잡아먹었고 특히 먹은 말벌의 절반 이상이 여왕벌이어서 말벌 개체군을 조절하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담비가 주로 사냥하는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 말벌은 농사에 피해를 끼쳐 농민과 갈등을 일으키는 대표적 동물이어서 이들의 천적인 담비가 야생동물 보호에 새로운 긍정적 시각을 불러모을지 주목되고 있다.

dam5.jpg » 담비가 공격한 멧비둘기의 사체 잔해

 

dam4.jpg » 담비의 주식인 청설모의 사체 잔해

 

dam3.jpg » 담비 배설물 속에 들어있는 말벌의 머리. 담비는 주로 말벌 여왕벌을 먹는다.   

 

무선추적조사에서 담비는 행동권이 22.3~59.1㎢로 매우 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멧돼지(5.1㎢), 삵(3.7㎢), 오소리(1.2㎢), 너구리(0.8㎢) 등의 행동권에 비해 10~20배가량 컸으며, 특히 어미로부터 독립한 새끼는 40㎞ 이상 멀리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넓은 행동반경은 생태축을 복원하거나 생태통로를 조성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만 로드 킬 등의 위험도 크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2011년 4월 전남 구례의 지리산에서 태어난 담비 암컷이 이듬해 4월24일 어미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떠났는데, 5월4일 전남 순천시 송광면에서 도로를 건너다 로드 킬을 당한 일이 있다.
 

map1.jpg » 담비 7마리의 행동권. 왼쪽이 지리산, 오른쪽이 속리산이다.

 

map2.jpg » 지난해 어미로부터 독립한 어린 담비의 이동 경로. 두 개의 고속도로와 섬진강을 건너 77킬로를 갔지만 자동차에 치어 죽었다.  

 

또 담비는 대부분 낮 시간 동안에 활동을 하며 능선 부의 오솔길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야생동물보다 등산객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먹이 동물이 늘어나면서 최근 담비의 개체수는 깊은 산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며 지난해엔 울산시 언양읍내에서 구조되는 등 서식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서식밀도는 지리산에서 10㎢당 1~1.6마리로 환경과학원은 추정하고 있다.
 

최 박사는 “이번 연구는 담비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사람은 자연 보호, 자연은 사람 보호’란 구호가 맞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농민과 양봉가 등도 담비 보전에 참여해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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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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