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89km 폭주족’ 매 뜨니 1만 마리 청동오리 벌벌

김성호 2012. 0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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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감 너무 많아 오히려 헷갈린 듯 3시간 만에 성공

먹이 포착하면 날개 접고 급강하…공중에서 낚아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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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 만한 청둥오리를 매가 덮쳤습니다.

 

매는 오래 전부터 '진정한 하늘의 지배자'로 불리며 동경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맹금류'하면 탁월한 비행술을 구사하며 먹이를 낚아채는 사냥의 강자가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매과와 수리과로 구분되는 맹금류 중에는 동물의 사체를 구걸하러 다니거나, 메뚜기와 같은 곤충을 잡아먹기도 하고, 심지어 쓰레기통을 뒤지는 종류도 많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매는 맹금류 고유의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입니다. 육상동물 중 가장 빠르다는 치타도 매와 비교하면 말 그대로 조족지혈입니다. 치타의 최대 속력은 시속 120㎞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매는 먹이를 공격하는 순간의 비행속도가 시속 389㎞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록 또한 사람이 측정한 최대 측정치일 뿐이며, 매가 가진 비행능력의 최고는 아니라고 합니다. 항공기 제작사가 매의 몸 구조와 비행술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매는 40㎝ 내외로 그리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주로 중·소형의 새를 사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찌르레기, 직박구리, 그리고 멧비둘기를 즐겨 잡아먹습니다. 그러나 때로 자기 덩치 만한 꿩과 오리를 공격하여 잡기도 합니다.

 

날개 접고 급강하, 가공할 속도로 목표 타격

 

사냥은 공중에서 선회비행을 하거나 주변이 탁 트인 높은 나무나 절벽 위에 앉아 주위를 응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사냥감을 발견하면 추격을 개시합니다.

 

우선 사냥감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빠른 날갯짓으로 급가속을 합니다. 그러다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면 순간적으로 날개를 접어 급강하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내리꽂듯 돌진합니다.

 

작은 먹잇감은 공중에서 그대로 낚아채는 경우가 많고, 조금 큰 새라면 엄청난 속도로 접근한 다음 발을 쭉 뻗으며 발톱으로 강하게 타격합니다. 큰 상처를 입은 새는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지거나 비행능력을 잃고 추락합니다.

 

이 때 매는 먹잇감을 타격하는 속도 때문에 먹잇감을 지나 한참 더 날았다가 다시 빠른 속도로 되돌아와 공중에서 먹이를 낚아챕니다. 탁 트인 곳을 날던 새가 매의 시야에 들어섰다면, 엄청난 속도에 방향전환 능력까지 겸비한 이 탁월한 사냥꾼으로부터 살아남을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매가 멧비둘기를 사냥하는 모습은 더러 볼 수 있었지만 오리를 공격하는 모습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그날 따라 청둥오리 떼의 행동이 무척 이상했습니다. 만 개체도 넘어 보이는 청둥오리들이 좀처럼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무리를 지어 날기 바빴고 불안한 기색도 역력했습니다.

 

오가는 사람도 없고 이동하는 차량도 없어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뭔가 하나 눈에 띄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매였습니다. 매 하나가 만여 개체의 청둥오리를 대혼란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혼란에 빠지기는 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기 반, 오리 반'의 상황에서 어떤 청둥오리 하나만 정하여 노렸다면 벌써 한 순간에 끝났을 일이었는데, 만여 개체를 다 쫒아 다니느라 사냥에 성공하는 데에는 무려 세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목표는 분명해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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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 떼가 어쩔 줄을 모르며 부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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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 떼의 부산함은 매 하나의 출현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하나를 목표물로 정한 눈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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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들이 논으로 모여들어 먹이활동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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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느낌이 이상한 모양입니다. 대부분 목을 들었으며, 눈치 빠른 친구들은 벌써 날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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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이 없습니다. 날개를 펴고 나는 것만이 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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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하나는 매의 발밑에 놓입니다. 몸을 대신하여 볏짚만 속절없이 하늘로 솟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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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버둥도 잠시, 매의 사나운 부리는 오리의 숨통을 쉽게도 끊어버립니다.

 

매는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새 중 하나였으나 근래 서식 집단이 크게 감소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 제232호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글·사진 김성호/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서남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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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큰오색딱따구리 육아일기><동고비와 함께한 80일><까막딱따구리의 숲>의 저자로서 새가 둥지를 틀고 어린 새들을 키워내는 번식일정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로 세세히 기록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만난 생명들의 20년 이야기를 담은 생태에세이 <나의 생명수업>을 펴냈다.
이메일 : genexp@cho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phil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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