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비둘기는 왜 발가락을 잃나

조홍섭 2019. 12. 19
조회수 10331 추천수 0
배설물 감염 아닌 사람 머리카락, 끈 때문

p1.jpg » 비둘기는 도시에서 인간과 함께 수천 년을 함께 살아왔다. 그런 동물에 기형이 발생하는 것은 도시가 건강하지 않다는 걸 뜻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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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집비둘기는 병균을 옮길까 접근을 꺼리는 혐오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뛰어난 청소부이기도 하다. 바쁘게 가로를 돌아다니는 비둘기를 자세히 보면, 적지 않은 수가 발가락이 없거나 뭉뚝한 혹이 생긴 기형임을 알 수 있다.

비둘기의 발가락 기형은 어떻게 생긴 걸까. 이제까지 나온 설명 가운데 감염설이 가장 일반적이다. 잠자리 바닥에 쌓인 제 배설물을 딛고 다니면서 포도상구균에 감염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비둘기를 쫓기 위한 철조망이나 가시 또는 화학물질 때문에 상처를 입은 뒤 감염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비둘기 발의 기형은 머리카락이나 끈 등 인간활동 때문이라는 새로운 가설이 나왔다.

프레데릭 지게 프랑스 자연사박물관 조류학자 팀은 이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시내 46개 구역에서 1250마리의 비둘기를 조사했다. 한쪽 또는 양쪽 다리에서 발가락을 잃은 비둘기는 276마리로 다섯 마리에 한 마리꼴이었다.

p2.jpg » 도심 비둘기에서 발가락이 떨어져 나간 기형이 자주 발견된다. 배설물을 밟아 생긴 감염이 아니라 머리카락 등에 졸려 발가락이 잘린다는 주장이 나온다. 프레데릭 지게 제공.

처음 거리로 나온 어린 비둘기에게선 기형이 나타나지 않았다. 선천적 이유가 아닌 환경 탓임을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어 감염설이 맞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비둘기 깃털 색깔에 따라 기형 발생이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짙은 색 비둘기일수록 면역력이 강해 병균에 덜 감염된다. 결과는 색깔과 기형 발생은 관련이 없었다.

또 다리 하나에 잘린 발가락이 있는 경우 다른 발에서도 그런 일이 생기는지 알아봤지만 그렇지 않았다. 만약 감염 때문이라면 두 발 모두 배설물을 디뎠을 확률이 높고 두 다리 모두에서 절단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감염 가능성이 없었지만, 장소에 따라 절단 빈도가 많이 달라졌다. 녹지가 많은 공원보다 길거리 음식 장터가 늘 열리는 곳과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발가락을 잃은 비둘기가 훨씬 많았다.

감염 때문이 아니라면 무엇이 원인일까. 연구자들은 프랑스 연구자들이 2018년 정밀한 관찰한 결과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가는 끈이 발가락 절단으로 이어진다는 보고에 주목했다.

Frédéric Jiguet2.jpg » 가는 끈에 발가락이 얽힌 비둘기. 머리카락이나 가는 끈에 얽히면 점점 조여들어 혈관을 막고 결국 발가락이 절단된다. 프레데릭 지게 제공.

길바닥을 오래 돌아다니는 비둘기는 머리카락과 가는 끈이 발가락에 얽힐 가능성이 크다. 또 일단 여기에 얽히면 부리로 떼어내려 할수록 더 얽혀 조여진다. 결국 혈관이 막히고 괴사가 일어나 발가락이 잘리는 기형이 발생한다.

연구자들은 미용실 밀도가 높을수록 비둘기가 발가락이 잘리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밝혔다. 미용실 청소과정에서 도로로 버려진 머리카락과 노천 음식 장터에서 나온 가는 끈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들은 “도시 비둘기가 수많은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병원체에 노출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감염 환경이 비둘기 발의 기형을 일으킨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발가락에 관한 한 비둘기는 도시의 인간이 일으킨 공해의 피해자”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512-1.jpg » 비둘기가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도시 전철의 교각 위를 쇠꼬챙이로 차단했다. 그러나 비둘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도시 환경을 반영하는 거울 구실을 하는 비둘기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비둘기는 사람과 같은 환경에서 살아간다. 비둘기 깃털에서 얼마나 많은 중금속이 검출되느냐는 도시의 오염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연구자들은 “이제 도시의 오염 정도는 깃털뿐 아니라 발가락 수로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과 환경이 건강해야 그곳에 사는 사람도 건강하다는 게 최근의 ‘원-헬스’ 철학이다. 도시를 떠나지 않고 먹이를 찾고 번식하는 비둘기는 도시 환경의 건강을 비추는 거울 구실을 한다. 

따라서 비둘기 다리가 성치 않다면, 그들과 함께 사는 사람의 도시 환경도 온전치 않은 셈이다. 연구자들은 “비둘기가 발가락을 잃는 사태는 도시의 녹지를 늘리고 쓰레기를 줄이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생물학적 보전’ 12월 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rédéric Jiguet et al, Urban pigeons loosing toes due to human activities, Biological Conservation 240 (2019) 108241, https://doi.org/10.1016/j.biocon.2019.10824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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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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