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죽은 물고기 아마존 숲 살린다

조홍섭 2014. 09. 29
조회수 37282 추천수 0

사하라 남부 6000년전 거대 호수, 물고기 뼈와 비늘 펄에 묻혀 인회석으로

모래폭풍 함께 매일 70t씩 아마존에 비료 '투하'…퇴적층 고갈 땐 아마존도 끝

 

sa0_nasa_800px-Chad_AMO_2004323_lrg.jpg » 6000년 전 호수였다가 말라붙은 길이 500㎞, 폭 150㎞, 깊이 160m인 사하라 사막 남부의 보델레 함몰지 위성 사진. 연간 100일 동안 모래폭풍이 일어난다. 사진=미항공우주국(NASA)

 

식물은 다른 양분이 아무리 많아도 인 성분이 없으면 자라지 못한다. 인은 광합성을 하는데 필수 영양소이다.
 

그렇다면 550만㎢의 방대한 아마존 열대우림이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분, 특히 인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열대우림에는 워낙 생물량이 많이 토양은 매우 척박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아마존에 필요한 인이 사하라 사막에서 대서양을 건너 해마다 수백만t씩 날아오는 막대한 양의 먼지를 통해 온다고 추정해 왔다. 그러나 무엇이 먼지 속 인을 형성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sa1.jpg » 보델레 함몰지의 위치. 그림=허드슨 에드워드 외, <화학 지질학>

 

영국의 과학자들이 최근 그 해답을 내놓았다. 사하라 사막에 있는 지금은 말라버린 거대한 옛 호수에 살던 물고기 뼈가 그 원천이란 것이다.
 

사하라 사막 남쪽 끝 중앙 아프리카에는 보델레 함몰지란 곳이 있다. 세계에서 바람이 많이 불기로 유명한 이곳엔 연평균 100일 동안 모래폭풍이 일어난다.
 

모래폭풍과 함께 하루 70만t의 모래가 하늘로 치솟는다. 세계 최대의 단일 먼지원인 이곳의 모래는 수백, 수천㎞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다.
 

보델레 함몰지는 6000년 전 아프리카 최대의 호수였다. 기후변화로 물이 차츰 말라 들어 현재 동서로 500㎞, 폭 150㎞, 깊이 160m인 우주에서도 보이는 함몰지가 됐다.
 

1-s2_0-S0009254114002964-gr3.jpg » 보델레 함몰지 안 규조토 퇴적층이 있는 사구의 모습. 사진=허드슨 에드워즈 외, <화학 지질학>

 

보델레 함몰지 중심부에는 규조류가 퇴적해 생긴 규조토가 2만 4000㎢ 넓이로 분포한다. 이곳은 과거 물이 찼을 때 거대한 펄이 있던 곳이었고, 물고기가 죽으면 펄 속에 파묻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물고기의 뼈와 비늘 속에 들어있던 인 성분이 인회석으로 굳었다. 호수가 마르자 함몰지 표면에 노출된 인회석이 풍화돼 모래폭풍과 함께 날아갔다. 대서양과 그 너머 아마존 열대우림에 비료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sa2.jpg » 규조토 퇴적층에서 발견된 길이 1m가 넘는 나일 농어의 화석. 사진=허드슨 에드워즈 외, <화학 지질학>

 

카렌 허드슨-에드워즈 영국 런던대 교수팀은 보델레 함몰지 모래를 채취해 엑스선 회절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화학 지질학> 최근호에 실렸다.
 

정원사라면 어분이 훌륭한 비료라는 사실을 잘 안다. 물고기 뼈에 들어있던 인 성분은 결정질 형태의 인회석에 들어있는 인보다 물에 잘 녹기 때문이다.
 

Phil P Harris_Amazon_Manaus_forest.jpg » 아마존 열대우림. 이 숲을 지탱하던 사하라 사막의 영양분 공급이 중단되면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사진=필 해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번 연구결과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미래와 관련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6000년 전 보델레 함몰지에 물이 찰랑거렸을 때는 당연히 아마존으로 가던 모래 폭풍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비옥한 모래 폭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사하라에서 출발해 아마존에 떨어지는 인의 양은 연간 8500~2만 9000t에 이른다.
 

물고기 뼈 비료가 들어있는 모래 폭풍이 중단된다면 아마존 열매우림은 심각한 영양결핍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함몰지의 인이 풍부한 퇴적층 깊이가 아직 알려지지 않아 앞으로 얼마나 갈지는 모른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앞으로의 연구과제라는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aren A. Hudson-Edwards et. al., Solid-phase phosphorus speciation in Saharan Bodele Depression dusts and source sediments, Chemical Geology, Volume 384, 25 September 2014, Pages 16~26, DOI: 10.1016/j.chemgeo.2014.06.014
 
조홍섭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멸종한 통가의 거대 비둘기는 ‘제2의 도도'였다멸종한 통가의 거대 비둘기는 ‘제2의 도도'였다

    조홍섭 | 2020. 08. 10

    대형 오리 크기로 테니스공만 한 열매 삼켜…사람 도착한 뒤 멸종 남태평양의 섬들은 세계 야생 비둘기의 보고이다. 크고 작은 섬의 열대림에 50g이 안 되는 미니 비둘기부터 칠면조 크기의 거대 비둘기까지 92종이 산다.그러나 사람이 출현하기 전...

  • 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

    조홍섭 | 2020. 08. 03

    세계 58개국 대규모 조사, 19%서 암초상어 관찰 못 해 산호초에서 평생 살거나 주기적으로 들르는 암초상어는 지역주민의 소중한 식량자원일 뿐 아니라 다이버의 볼거리, 산호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태...

  • 바다거북은 엉성한 ‘내비' 의존해 대양섬 찾는다바다거북은 엉성한 ‘내비' 의존해 대양섬 찾는다

    조홍섭 | 2020. 07. 30

    “여기가 아닌가 벼”…때론 수백㎞ 지나쳤다 방향 돌리기도 아무런 지형지물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바다거북이 어떻게 자신이 태어난 해변과 종종 수천㎞ 떨어진 먹이터를 이동하는지는 찰스 다윈 이래 오랜 수수께끼였다.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한 연구 ...

  • 파리지옥 풀은 어떻게 파리를 알아볼까파리지옥 풀은 어떻게 파리를 알아볼까

    조홍섭 | 2020. 07. 27

    30초 안 감각털 2번 건드리면 ‘철컥’…1번 만에 닫히는 예외 밝혀져 찰스 다윈은 파리지옥을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식물”이라고 했다. 세계에 분포하는 식충식물 600여 종 대부분이 먹이를 함정에 빠뜨리는 수동적 방식인데 파리지옥은 유일하게 ...

  • 날개 치지 않고 5시간, 콘도르의 고효율 비행날개 치지 않고 5시간, 콘도르의 고효율 비행

    조홍섭 | 2020. 07. 23

    전체 비행시간의 1%만 날개 ‘퍼덕’…상승기류 타고 비상·활공 독수리나 솔개 같은 맹금류는 상승기류를 탄 채 날개 한 번 퍼덕이지 않고 멋지게 비행한다. 그렇다면 날개를 펴면 길이 3m에 몸무게 15㎏으로 나는 새 가운데 가장 큰 안데스콘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