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 발견 물고기, “피해라” 동료에 화학 신호 보내

조홍섭 2019. 04. 24
조회수 9144 추천수 1
아는 동료일수록 강력…신호 받으면 똘똘 뭉쳐 포식자 회피

m1.jpg » 동료가 물고기가 분비한 화학적 경계경보를 감지하고 뭉쳐 대피한 북아메리카 소형 잉어과 어류. 캐서린 페더로프 제공.

피라미나 송사리처럼 작은 물고기는 발소리라도 들리면 혼비백산 달아나 한 곳에 몰려 꼼짝 안 한다. 만만한 먹잇감이어서 늘 포식자를 경계해야 살아남는다.

물 밖의 소리가 아닌 물속에서 포식자가 나타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마찬가지로 내빼기, 얼어붙기, 뭉치기 행동을 한다. 그 이유는 물고기가 위험 단서를 느끼면 화학물질을 분비해 동료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케빈 바이로스-노바크 캐나다 서스캐처원 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소형 잉어과 물고기인 패트헤드 민노(학명 Pimephales promelas)를 대상으로 일련의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동물생태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버들치 비슷하게 생긴 이 물고기는 강꼬치 등 육식어종의 주요 먹이로 무리를 잘 짓는 습성이 있다.

m2.jpg » 패트헤드 민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포식어종에게 잡아먹히는 과정에서 상처 입은 물고기는 경고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건 이런 우발적 신호 말고 포식자를 보고 물고기가 자발적으로 내보내는 신호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연구자들은 모형 강꼬치에 쫓긴 물고기가 방출한 화학물질이 든 물을 여러 집단의 물고기에 흘려보내 반응을 비교했다. 그 결과 물고기가 내보낸 화학물질은 단지 우발적으로 방출한 것이 아니라 주변 동료에게 경고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m3.jpg » 패트헤드 민노의 화학물질 신호. (a) 화학 신호를 하는 상황은 포식자인 강꼬치를 보았거나 쫓겼을 때, 아는 동료가 있을 때 등이다. (b) 화학 신호는 의도적으로 방출된다. (c) 신호를 받은 동료는 단단히 뭉쳐 포식 위험을 줄인다. (d) 신호를 내는 개체나 신호를 받는 개체는 이런 행동으로 이득을 보며 그런 형질은 후손으로 전달된다. 바이로스-노바크 외 (2019) ‘동물생태학 저널’ 제공.

이 신호를 감지한 동료는 한 곳에 몰려 포식자에 대비했는데, 얼마나 똘똘 뭉치는지로 신호의 강도를 비교했다. 그랬더니 무리가 포식자 모형에 놀라 분비한 물질은 강한 집단을 형성하게 한 데 견줘 홀로 놀란 물고기는 그런 신호 물질을 거의 내지 않았다. 홀로 있던 물고기가 신호를 내 봐야 포식자에 쉽게 들킬 뿐이다.

또 주변에 누가 있나에 따라서도 신호가 달라졌다. 낯익은 집단의 신호를 감지한 물고기는 강하게 뭉쳤지만, 낯선 물고기나 홀로 있던 물고기의 신호에는 그리 단단하게 뭉치지 않았다. 신호는 주로 친한 동료를 향한 것이었던 셈이다.

포식자를 보고 깜짝 놀라거나 쫓겼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물고기는 오줌을 찔끔거린다. 이 오줌 속에는 화학 신호가 들어있다.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뿐 아니라 짝짓기 페로몬 방출, 지배 과시, 친족이나 친구 구별도 오줌 신호로 한다.

바이로스-노박은 “이 물고기는 친근한 동료와 함께 있을 때 가까운 물고기끼리 뭉치게 하는 신호를 훨씬 많이 낸다”며 “뭉치는 전략은 포식자로부터 잡아먹히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또 “특정 집단의 밀도가 문턱 값 이하로 떨어지면 (집단을 지키는 위험 신호가 줄어들어) 지역적인 절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위적 오염이나 낚시 등 레저활동도 물고기의 위험 신호를 가리거나 흉내 내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물고기의 화학적 경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러나 물고기가 위험을 알리는 화학물질을 어떻게 방출하는지, 그 조성은 무언지, 다른 어종은 얼마나 그런 단서를 이용하는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논문을 밝혔다.

m4.jpg » 패트헤드 민노의 주요 포식자인 북미 강꼬치. 어두운 물속에 잠복해 먹이를 노리기 때문에 경계 신호를 재빨리 감지하는 것이 생사를 가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편, 화학적 단서는 물고기가 왜 같은 크기끼리 무리를 짓는지 설명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애슐리 워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연구자 등은 2015년 과학저널 ‘행동 생태학과 사회생물학’에 실린 논문에서 물고기는 화학적 단서를 통해 자기와 같은 크기의 동료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크기의 물고기가 모여 있으면 포식자가 표적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잡아먹힐 확률이 줄어든다.

연구자들은 가시고기와 송사리를 이용해 여러 크기의 물고기에서 나온 화학적 단서에 물고기를 노출하는 실험을 했는데, 두 종 모두 자기보다 크거나 작은 물고기보다 같은 크기의 물고기가 내는 화학적 단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물고기는 화학물질을 통해 자기가 얼마나 큰지, 또 상대는 얼마나 큰지를 알아낸다”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evin R. Bairos-Novak et al, A novel alarm signal in aquatic prey: Familiar minnows coordinate group defences against predators through chemical 
disturbance cues, J Anim Ecol. 2019;1–10., DOI: 10.1111/1365-2656.1298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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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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