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먹는 곤충, 인류 고기 소비량 맞먹어

조홍섭 2018. 07. 12
조회수 8327 추천수 1
6000여 종이 연간 세계서 4억∼5억t 잡아먹어
해충 제거 효과 탁월, 과소평가된 생태계 서비스

GettyImages-520367188.jpg » 땅강아지를 사냥한 후투티. 새들이 잡아먹는 곤충의 양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봄부터 초여름까지 어미 새는 새끼에게 부지런히 단백질이 풍부한 곤충과 절지동물을 잡아 먹인다. 그 메뉴엔 딱정벌레, 파리, 개미, 거미, 진딧물, 메뚜기, 귀뚜라미 등이 오른다. 많은 새가 숲 속에서 수많은 벌레를 잡는다. 새들이 사라지고 해충이 들끓고 나서야 우리는 새들에게 얼마나 빚지고 있는지 안다.

그렇지만 과연 새들은 얼마나 많은 곤충과 절지동물을 잡아먹을까. “새들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는 대개 보이지 않고 과소평가됐다”고 믿는 동물학자들이 기존 연구를 활용해 정량화 작업을 했다. 마틴 니펠러 스위스 바젤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오브 네이처’ 9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조류가 얼마나 많은 곤충을 잡아먹는지를 다룬 103개 과거 연구를 바탕으로 연간 그 양이 지구 전체로 4억∼5억t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자들은 열대림, 온대림, 농지 등 7가지 생물군계별로 곤충 포식량에 해당 면적을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Maurice Baker-1.jpg » 숲에 사는 새들, 특히 새끼를 기를 때 새들은 많은 곤충을 잡는다. 모리스 베이커 제공

지구에는 1만700종의 조류가 산다. 이 가운데 적어도 한때라도 곤충을 잡아먹는 조류 6000여종이 연구대상이다. 집계 결과 새들이 연간 세계적으로 먹는 곤충과 절지동물의 양은 4억∼5억t(연구자들은 4억t에 더 가까울 것으로 본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추정한 인류의 연간 육류·생선 소비량 4억t과 비슷한 수치다. 니퍼러는 2017년에도 세계의 거미가 잡아먹는 곤충의 양이 연간 4억∼8억t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관련 기사: 지구 최대 포식자는 거미, 연간 곤충 등 8억톤 먹어)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건, 새의 생물량이 잡아먹는 곤충의 양에 견줘 매우 작다는 사실이다. 새들은 날기 위해 몸이 가볍고 호흡량이 많아 체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먹어야 한다. 연구자들은 곤충을 먹는 새들의 생물량이 세계적으로 300만t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거미 2500만t이나 개미 2억8000만t보다 훨씬 적은 양이다. 그런데도 잡아먹는 곤충의 양이 비슷하다는 건, 새들로서는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곤충을 없애는 효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뜻한다.

yay1576375-1.jpg » 새끼에게 먹이기 위해 말벌을 잔뜩 잡아 문 녹색제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곤충을 먹는 양의 4분의 3은 산림 조류가 차지했다. 그만큼 새들이 숲에서 곤충을 조절하는 효과가 크다는 방증이다. 니퍼러는 “곤충을 먹는 세계의 새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거대도시인 뉴욕시 수준이다. 새들은 이런 에너지를 잠재적으로 인류에게 해로운 곤충과 절지동물 수십억 마리를 잡아먹으며 얻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쥐, 유인원, 땃쥐, 고슴도치, 개구리, 도롱뇽, 도마뱀 등도 곤충을 많이 잡아먹고, 특히 도마뱀이 열대림에서 차지하는 기여도가 높지만 새들만큼 효과적이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새들이 하는 생태적 기능은 위협받고 있다. 니퍼러는 “새들을 위협하는 요인은 산림 벌채, 집약농업, 제초제 살포, 길고양이에 의한 포식, 인공 구조물과 충돌, 빛 공해, 기후변화 등 많다. 이런 위협을 하루빨리 제거하지 않는다면 해충 억제라는 새들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핵심적인 생태계 서비스가 사라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yffeler, M. et al (2018). Insectivorous birds consume an estimated 400-500 million tons of prey annually, The Science of Nature DOI: 10.1007/s00114-018-1571-z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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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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