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거북은 어디로 갔나

조홍섭 2018. 0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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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가운데 최고 밀도…영양분 이동, 씨앗 확산, 생태계 엔지니어 역할
서식지 파괴·남획·기후변화·플라스틱 위협에 356종 중 61% 멸종 위기

tu1.jpg » 미국 동남부 기수지역에 서식하는 거북. 세계적으로 거북은 무관심 속에 멸종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조지아대 제공.

중국과 베트남에 사는 양쯔강자라는 세계 최대의 자라로 길이 100㎝, 폭 70㎝에 무게는 70~100㎏에 이른다.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이 자라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인 거북이 됐다. 현재 4마리가 생존해 있지만 야생에는 한 마리도 없다. 그나마 한 마리가 암컷인데, 인공수정 등 국제적 노력을 기울여도 8년 넘게 번식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Rùa_Đồng_Mô.jpg » 베트남에서 포획된 양쯔강자라. 자연 상태에서는 멸종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전 세계 거북 356종 가운데 이처럼 멸종 위기에 놓여 있거나 최근 멸종한 종은 약 61%에 이른다. 거북은 포유류, 조류, 어류, 그리고 세계적으로 경각심을 모으는 양서류보다도 큰 위협에 놓여 있다. 거북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그것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무얼까. 거북 연구의 권위자인 피트 필드 기본스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 등 미국 연구자들이 과학저널 ‘바이오사이언스’ 최근호에 게재한 리뷰논문 등을 통해 알아보았다.

거북은 어떤 동물?

지구에 거북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2억년 전 중생대였다. 거북은 공룡과 함께 지구를 어슬렁거렸고, 6600만년 전 운석 충돌과 함께 새를 뺀 모든 공룡이 멸종한 대재앙을 피해 살아남았다. 갈비뼈가 몸통과 사지를 감쌀 수 있도록 위로 굽어 등딱지를 형성한 것은 최고의 디자인이었다. “거북이 공룡과 함께 멸종했다면, 그 화석을 본 고생물학자들은 그 신기한 형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사람의 영향

‘성공적 진화의 귀감’인 거북은 다른 동물은 이미 멸종하고도 남을 기간 동안 현재의 형태를 유지하며 살아남았다. 그리고 인간을 만났다. 인류는 석기시대부터 느리고, 땅 위에 있으며, 별다른 방어수단이 없는 거북을 사냥했다. 현대에 들어와 사람의 영향은 더욱 크고 광범위하게 바뀌었다. 서식지를 파괴하고, 애완동물로 팔거나 고기를 먹기 위해 대량으로 잡았다. 각종 오염과 플라스틱으로 떼죽음을 일으키고, 기후변화는 태어나는 거북의 성비를 교란해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tu3.jpg » 멸종위기 등급 가운데 가장 심각한 ‘위급’ 판정을 받은 버마별거북.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갈라파고스 핀타섬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개체가 발견된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일종인 ‘외로운 조지’는 갖은 노력에도 2012년 사람들의 눈앞에서 멸종했다. 현재 애완용으로 남획된 버마별거북 등 25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위급’ 등급에 놓여 있다. 이들은 인공증식이나 규제강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만간 멸종할 것이다.

거북은 얼마나 많았나

거북이 아프리카 대형 초식동물처럼 개체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초식동물보다 몇 배 많이 밀집한다. 거북은 찬피동물이어서 포유류 등 온혈동물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훨씬 적은 데다 여건이 나쁘면 휴면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tu4.jpg » 인도양 셰이셀 제도의 육지거북. 다량의 풀을 뜯어먹어 생태계에서 초식동물을 대신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북미에 서식하는 붉은귀거북과 가까운 친척인 폰드 슬라이더 거북은 가로·세로 100m 서식지에 2200마리꼴로 몰려 산다. 헥타르(㏊=1만㎡)당 생물량은 877㎏으로 아프리카 초원의 대형 초식동물 199㎏의 4배가 넘는다. 인도양 섬에 사는 알다브라 거북은 ㏊당 583㎏에 이른다. 번식지에는 훨씬 높은 밀도로 바다거북이 몰린다. 

생물량이 많다는 것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이 사라지거나 줄면 생태계도 흔들린다. 대부분의 거북 밀도는 대폭 줄어들고 있다. 카리브해에는 200년 전만 해도 바다거북이 수천만 마리를 헤아렸지만 현재는 수만 마리에 그친다.

거북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

거북은 바다의 영양분을 땅 위로 옮기는 구실을 한다. 이런 기여도는 물새에 필적한다. 1996년 미국 플로리다 해안 21㎞를 따라 붉은바다거북이 낳은 알은 160만 개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27%만 새끼로 부화해 바다로 나갔고 나머지는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돼 생태계를 살찌웠다. 바다거북이 없다면 사구의 미묘한 식물생태계는 유지하지 못한다.

tu5.jpg » 바다거북이 산란을 통해 바다의 영양분을 육지로 옮기는 경로. 26.8%만 새끼에 돌아가고 나머지는 식물(34.0%), 육상 포식자(27.7%)로 간다. 11.6%는 자신의 대사로 쓰인다. 로비치 외 (2018) ‘바이오사이언스’ 제공.

거북은 뛰어난 자연계 청소부다. 인도 정부는 갠지스 강에 해마다 종교적 이유로 투기하는 2만∼3만구의 화장한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거북 2만4000마리를 양식해 방류하기도 했다.

먹이그물에서 거북의 위치도 중요하다. 장수거북은 거의 전적으로 해파리를 포식한다. 대모거북은 해면만 먹는데, 이를 통해 산호가 자리 잡을 공간을 마련한다. 인도양 알다브라 환초에는 면적 34㎢에 알다브라 땅거북 15만 마리가 산다. 평균 무게 20∼30㎏인 이 거북은 초식동물을 대신해 연간 1200만㎏의 풀을 뜯는다. 이 거북이 섬의 경관을 결정하는 셈이다.

농부처럼 씨앗을 퍼뜨리는 거북도 있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일종은 배설할 때마다 식물 2.8종의 씨앗 464개를 비료와 함께 뿌린다. 거북의 뱃속을 거쳐야 싹이 트는 식물도 있다. 알다브라 환초의 식물 28종이 그렇다.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바브(바오밥)나무 일종은 멸종한 거북이 씨앗을 퍼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태계 엔지니어 구실을 하기도 한다. 북아메리카산 땅거북은 땅속에 9m 길이의 굴을 파는데, 이곳을 쉼터로 이용하는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을 합치면 스라소니부터 거미까지 350종에 이른다. 파낸 흙이 쌓이는 굴 들머리에는 식물 다양성도 높다.

tu6.jpg » 북아메리카산 땅거북이 판 땅굴을 이용하는 다양한 동물은 350여 종에 이른다. 로비치 외 (2018) ‘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연구에 참여한 제프리 로비치 미국 지질자원연구소 박사는 조지아대 보도자료에서 “거북은 사막, 습지, 담수, 해양 생태계의 건강을 돕는다. 이들의 감소는 사람을 포함한 다른 생물 종에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을지라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거북 보전을 촉구했다. 

플라스틱, 새로운 위협

바닷물 속에서 오래 머문 플라스틱과 해조류를 거북은 잘 구별하지 못한다. 특히 표면이나 연안 가까이에서 먹이활동을 주로 하는 경험 없는 어린 거북은 취약하다. 

브리타 데니스 오스트레일리아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TRO) 박사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검시 보고서 등을 검토한 결과 200조각 이상의 플라스틱을 삼킨 거북은 대부분 죽고, 14조각 이상은 사망률이 절반 이상, 한 조각이라도 삼킨 거북의 사망률은 22%에 이른다고 밝혔다. 거북의 소화관 특성상 한 번 삼킨 플라스틱 조각은 게워내지 못해 장관 안에 머물면서 소화관을 막거나 손상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effery E. Lovich et al, Where Have All the Turtles Gone, and Why Does It Matter?, BioScience XX: 1–11, doi:10.1093/biosci/biy095

Chris Wilcox et al, A quantitative analysis linking sea turtle mortality and plastic debris ingestion, Scientific Reports, (2018) 8:12536 DOI:10.1038/s41598-018-30038-z 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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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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