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단풍시기 점점 늦어진다

이은주 2018. 10. 02
조회수 4271 추천수 0

기온 1도 상승에 단풍나무 4일, 은행나무 6일 늦어져

8~10월 기온이 단풍시기 결정…올 단풍 늦어질 듯


c2.jpg » 나무는 봄에는 꽃으로 가을엔 단풍으로 두 번 피어난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2017년 11월 2일 촬영한 모습이다. 전현주 객원기자


올해 여름은 무척 더웠다. 가을철 단풍 시기는 어떻게 될까? 빨라질까 늦어질까? 10월을 앞둔 요즘 시내 은행나무의 잎은 벌써 일부 노랗게 변해가고 있다. 봄이 되면 봄꽃을 찾아서 봄꽃구경을, 가을이 되면 예쁜 단풍을 찾아 전국 명산으로 단풍구경을 떠난다. 이렇게 식물이 계절에 따라 나타내는 여러 가지 현상. 즉 식물의 발아와 개화, 단풍, 낙엽 현상을 ‘식물계절학‘이라 한다. 가을철 단풍 시기는 어떻게 결정되며 단풍 시작일은 기후변화에 반응해서 어떻게 변할까?


단풍은 주로 녹색 나뭇잎이 가을이 되어 광합성을 하던 엽록소를 분해해서 나무 체내로 재흡수하고 대신 잎에 남아 있던 붉은색과 노란색을 띠는 크산토필,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아닌 같은 색소가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단풍 시작 시기를 결정하는 요인 중에서 광주기(낮의 길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을이 되어 광주기가 감소하게 되면 광합성 활동이 줄어들어 엽록소 생성이 중지되고 조금씩 분해되면서 녹색 엽록소에 가려졌던 다른 노란 색소 및 붉은 색소가 나타나면서 단풍이 든다. 


c1.jpg » 서울 강북구 도선사의 단풍나무. 엽록소가 사라지고 안토시아닌 색소가 남아 붉게 보인다. 지난해 11월 12일 모습이다. 김성광 기자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광주기 외에도 기온이 단풍 시작 시기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 광주기와 기온의 영향을 고려했을 때, 기후변화에 따라 단풍 시작 시기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데, 실제로 온난화에 의해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의 온대림에서 단풍 시작 시기가 늦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관측소 지점별로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의 관측 표준목을 지정해서 시각적으로 단풍 시작일을 관측하고 있다. 단풍 시작일을 관측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최근까지 두 나무의 단풍 시작일을 연속해서 관측하고 있는 관측소는 8곳 (춘천, 서울, 충주, 대전, 전주, 광주, 남원, 구미)이며 각각 관측소의 단풍 시작일과 기온자료를 분석해 보았다.


단풍 시작 시기가 기온에 영향을 받는 기간은 단풍이 시작되기 전인 8월부터 10월까지의 기온변화가 단풍 시작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8개 지점 평균적으로는 늦여름부터 가을철까지(8월 27일~10월 18일)의 기온변화와 가장 연관이 높았다. 즉 단풍 들기 한, 두 달 전후의 기온이 가장 중요하다.


c3.jpg » 경기도 가평군 남이섬의 은행나무 낙엽.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약 6일 늦게 낙엽이 진다. 김진수 기자


주목할 만한 것은 1997년과 1998년 전후하여 평균적으로 단풍 시작일이 4~7일 정도 늦어지는데 이는 앞서 가을철 단풍 시작 시기가 온난화에 반응하여 점차 늦어진다는 외국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보였다. 다만 이전 연구들에서 보지 못한 결과인, 1997년과 1998년 사이에 단풍 시작일과 기온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 원인으로 대기환경의 변화나 관측방법의 변경 등 많은 추측을 할 수 있겠으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우리나라 전반적으로(8지점 평균), 기온변화에 대한 단풍 시작일은 단풍나무에서는 기온 1도 상승에 약 4일, 은행나무에서는 약 5.7일씩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점별로 살펴볼 경우 각 나무에 대한 민감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즉 기온 상승에 따라 단풍나무보다 은행나무의 단풍 시작일이 더 많이 늦어짐을 보여주었다. 


이것을 통해 기온변화에 따른 단풍 시작일은 나무 종마다 특성에 따라 반응도가 차이가 남을 보여준다. 또한 은행나무는 단일 종으로서 영양번식을 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자라더라도 유전자 구성이 거의 동일하지만, 지역에 따라 단풍 시작일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그 원인은 은행나무가 심겨 있는 토양 및 주변 환경조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512-1.jpg » 서울 양재천의 메타세쿼이어 가로수 단풍. 전현주 객원기자


우리는 기후변화가 가을철 단풍 시기에 영향을 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올해처럼 늦여름과 가을철 기온이 올라가면 도시 주변이나 전국 산에서 볼 수 있는 단풍나무와 은행나무의 단풍 시작일은 점차 늦어지고 늦가을까지 단풍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공해연구회 운영위원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최근기사 목록

  • 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

    조홍섭 | 2018. 10. 12

    펭귄, 다랑어, 뱀장어, 해삼…다양한 포식자가 먹어칼로리 낮지만 쉽게 잡고 소화 잘돼…’보릿고개’ 식량보름달물해파리만 잔뜩 걸린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민은 ‘바다는 비어가고 해파리가 그 자리를 채운다’고 한탄한다. 남획과 수질오염 등으로 물...

  • 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

    조홍섭 | 2018. 10. 11

    아래턱에 펠리컨 닮은 자루 풍선처럼 부풀려 사냥태평양과 대서양서 잇따라 살아있는 모습 촬영 성공온대와 열대바다에서 가끔 어선에 잡히는 풍선장어는 수수께끼의 심해어이다. 75㎝ 길이의 몸은 길쭉한 뱀장어이지만 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 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

    조홍섭 | 2018. 10. 11

    이대 팀, 3년 간 첫 전국조사 결과북부와 남부 서식지 분단, 멸종 재촉전국서 울음 확인 2510마리뿐, “논 지켜야”우리나라에는 두 종의 청개구리가 산다. 흔한 청개구리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에 널리 분포하며 낮 동안 ...

  • 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조홍섭 | 2018. 10. 02

    하루 2마리씩 구피 사냥, 닷새 동안 이어져척추동물 중 새 이어 물고기도 먹이 목록에체온을 높이려고 농로나 등산로에서 나와 아침 햇살을 쬐는 사마귀가 많이 눈에 띈다. 커다란 집게발을 가지런히 앞에 모으고 뒷발로 선 이런 모습을 보고 서...

  • 생물농축 오염으로 범고래가 위험하다생물농축 오염으로 범고래가 위험하다

    조홍섭 | 2018. 10. 01

    일본·영국 등 산업화 지역 바다선 다음 세대 안에 사라질 위험사용금지 40년 됐지만 축적 증가일로…모유 통해 자식 전달도40년 전 사용이 금지된 난분해 유기화합물질이 아직도 세계 범고래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