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칫밥' 무당거미 수컷, 치명적 사랑

윤순영 2011. 10. 18
조회수 96937 추천수 0

왜소한 수컷, 암컷이 먹이 먹는 틈을 타 짝짓기

암컷이 탈피하는 기회 노리거나, 제 다리 내주는 비상수단도 동원

 

갈거밋과의 무당갈거미(또는 무당거미)는 공원이나 정원에서 흔히 보는 화려한 거미이다. 요즘 무당갈거미는 한창 산란기를 맞아 나무나 건물벽, 처마 등에 알을 낳고 있다. 먹이인 곤충이 사라지면서 무당갈거미는 오로지 알집을 잘 숨기고 지키느라 먹지도 못하고 추위와 싸우며 죽음을 맞게 된다. 화려한 무당거미의 모습과 거미줄에 가려 왜소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수컷의 존재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름이 저물 무렵 수컷은 목숨을 건 짝짓기에 나선다. 엄청난 크기와 식욕을 지닌 위대한 암컷의 입을 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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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짧은꽃등에가 거미줄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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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갈거미 암컷의 배 옆 무늬. 무당벌레, 무당개구리처럼 원색의 화려한 반점이나 줄무늬를 지닌 동물에 '무당'이란 접두어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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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갈거미의 쓰레기 통. 먹고 난 곤충의 잔해를 버리지 않고 거미줄에 걸어놓는 이유는 천적인 새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산란을 위하여 무당갈거미의 식욕이 왕성하다. 낙엽이 떨어져 그물에 붙어도 달려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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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걸린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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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윗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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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이 감도는 거미줄

 

늦가을로 접어드는 시기를 알고서 처마 밑이나 활엽수 나뭇잎 나무껍질 틈 사이에 건강한 알을 낳기 위해서다. 국화꽃이 핀 작은 화단에 무당갈거미의 덫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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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갈거미가 거미줄을 펴놓은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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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을 뿜어내는 실젖.

 

나비, 벌, 꽃등에, 잠자리를 비롯해 온갖 곤충들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꽃으로 몰려든다는 것을 알아차린 무당 갈거미는 원형 입체 그물망을 만들어 한번 걸리면 좀처럼 빠져나가기가 힘들게 덫을 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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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본 이중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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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삼중으로 친 그물은 그물 정중앙에 자리잡은 거미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고 그물을 지탱하는 구실을 한다.

 

먹이가 걸려들면 진동을 감지해 빠른 속도로 달려가 먹이가 수십 가닥의 거미줄을 한꺼번에 펼쳐 먹이를 재빨리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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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걸린 네발나비가 빠져나오려 몸부림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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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발나비를 제압하는 무당갈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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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로 먹이를 감고 있다.



그물의 기둥 거미줄은 매우 단단하고 탄력이 적어 위협을 느낄 때 그 줄을 타고 올라가거나 내려가 풀잎사이나 나뭇가지에 숨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그물을 고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먹이가 걸려드는 부드럽고 끈끈한 그물과는 물성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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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느껴 기둥줄을 타고 도망가는 무당갈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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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잎 뒤로 숨어버린 무당갈거미.

 

다급한 위기 상황이면 몸에서 순식간에 줄을 뽑아 땅으로  쏜살같이 곤두박질쳐 풀숲으로 몸을 숨긴다.

 

왜소한 수컷의 가혹한 짝짓기


무당갈거미의 수컷은 같은 종이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매우 빈약하고 작다. 몸 길이는 6~10㎜ 정도로 20~30㎜인 암컷의 절반 크기에도 미치지 못 한다. 또 암컷은 노랑 빨강 검은색 연두색의 화려한 무늬를 가지고 있지만 수컷은 밋밋한 갈색으로 눈에 띄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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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갈거미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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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과 너무 달라 다른 종으로 착각하기 쉬운 무당갈거미 암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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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갈거미 암컷 뒷 배면

 

수컷은 먹이를 사냥할 그물을 따로 치지 않고 암컷이 만들어 놓은 거미줄에서 눈치를 살피며 눈칫밥을 먹으며 산다. 자칫 배고픈 암컷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족 보전을 위해 수컷은 기꺼이 목숨을 바치며 교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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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를 위해 먹이를 먹고 있는 암컷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수컷 무당갈거미(위).

 

수컷은 암컷의 눈치를 살피다 먹이를 먹고 있는 틈을 노리거나 먹이를 다 먹고 포만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암컷과 교미를 한다. 수컷은 이밖에도 짝짓기를 위해 여러 전략을 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영보 농업과학기술원 박사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수컷은 암컷이 탈피를 마치자마자 달려들어 짝짓기를 하거나 아예 제 다리를 몇 개 떼어주어 암컷이 이것을 먹는 동안 짝짓기를 하기도 한다. 이 박사는 "왜 수컷은 다리 한 두개가 없을까, 심지어는 4개가 없는 것도 있어 궁금했는데 그 까닭을 알고 행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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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이 없는 틈을 타 먹이를 훔쳐 먹는 수컷 무당갈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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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의 배 뒷면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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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의 배 끝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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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의 앞 다리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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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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