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에 사는 물뱀이 게를 통째로 먹는 법

조홍섭 2018. 04. 04
조회수 14271 추천수 1
뺨으로 펄에 누른 뒤 다리 떼고 삼켜, 위장 두껍고 질겨
큰 게는 탈피 때 노려, 껍데기 굳기 전 20분 노려 공격 

c0.jpg » 탈피 직후 아직 껍데기가 굳지 않은 동안을 노려 습격한 물뱀. 브루스 제이니 외 ‘린네 학회 생물학 저널’ 제공

물뱀은 대개 물고기를 사냥한다. 그러나 홍수림(맹그로브)과 넓은 갯벌이 펼쳐진 곳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이곳에 사는 수많은 게를 잡을 수 있다면 신천지가 열릴 것이다.

실제로 동남아의 일부 물뱀은 게와 새우 등 다리가 10개 달린 갑각류인 십각류를 전문적으로 잡아먹는 종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맛 좋고 영양분 풍부한 십각류를 먹는 일은 만만치 않다. 동작이 빠르고 강력한 집게로 저항한다. 작은 뱀이라면 큰 게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 게를 잡았다 해도 날카로운 가시와 집게로 버티는 게를 어떻게 삼킬 것인가. 뱀은 바늘처럼 예리한 이가 있지만 씹는 능력은 없다.

Yamatoosagani_07h9903c.jpg » 게들이 갯벌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생산성 높은 맹그로브 생태계의 주역이다. 동남아 갯벌에서 물뱀의 주요 먹이 가운데 하나다. 야마토 오사가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브루스 제이니 미국 신시내티대 파충류 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갯벌에 서식하는 게와 딱총새우를 전문으로 잡아먹는 물뱀 3종을 대상으로 실험해 이들의 사냥 방법을 밝혔다. ‘린네 학회 생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일반적인 먹이와 전혀 다른 집게발 갑각류를 사냥하기 위해 이 뱀들은 독을 전혀 쓰지 않고 매우 독특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게를 단단한 껍질째 삼키는 물뱀(학명 Fordonia leucobalia)은 머리를 몽둥이처럼 사용한다. 보통 뱀은 사냥할 때 입을 벌려 송곳니로 먹이를 물지만 이 뱀은 입을 다문 채 머리로 잽싼 게를 내리친다. 이어 뺨으로 놀란 게를 갯벌에 눌러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한 뒤 몸으로 눌러 다리를 떼어낸 뒤 옆에서부터 삼킨다.

연구자들은 “이 게의 위장은 저항하는 게로부터 손상을 피하기 위해 너무 두껍고 질겨 해부가 힘들 정도”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상처를 입지 않고 위험한 먹이를 처리하는 적응에는 성공했지만 이 뱀이 먹을 수 있는 게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다. 큰 게의 딱딱한 껍데기는 크고 위험해 삼키기 힘들다.

맹그로브 갯벌에 사는 다른 물뱀(학명 Gerarda prevostiana)은 이 문제를 해결해, 자신이 삼킬 수 있는 크기보다 4배나 큰 게를 사냥한다. 비법은 완력이나 민첩성이 아닌 기회를 놓치지 않는 능력이다. 어린 게는 성장하면서 게딱지보다 커지면 탈피를 한다. 말랑말랑한 몸이 옛 껍데기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껍데기가 굳을 때까지 기다린다. 게에 치명적인 이 시간은 약 45분이고, 이 기회를 노려 사냥하려는 뱀에게 ‘기회의 창’은 20분 정도만 열려있다. 연구자들은 “탈피 과정에 분비되는 화학물질을 단서로 취약한 상태의 게를 찾아내는 것 같다”고 논문에 적었다.

탈피 직후의 게를 만나면 이 뱀은 상대를 뺨으로 펄에 누른 뒤 몸으로 고리를 만들어 게의 몸을 감은 뒤 입으로 물어뜯어 큰 게를 잘게 찢어 삼킨다.

큰 소리를 내며 저항하는 딱총새우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물뱀(Cantoria violacea)도 상대를 몸으로 눌러 갯벌에 고정한 뒤 꼬리부터 삼킨다.

c2-1.jpg » 물고기를 사냥하는 물뱀의 이(위)는 게를 사냥하는 게의 이보다 길고 촘촘하다. 브루스 제이니 외 ‘린네 학회 생물학 저널’ 제공

연구에 참여한 해럴드 보리스 미국 필드박물관 생물학자는 “맹그로브는 극히 생산성이 높은 생태계이다. 게는 그곳에서 연중 많은 수를 유지한다. 만일 뱀이 게를 먹는 문제를 해결한다면 이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건 멋진 일이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ruce Jayne et al, How big is too big? Using crustacean-eating snakes (Homalopsidae) to test how anatomy and behaviour affect prey size and feeding performance, Bi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2018, XX, 1–15. https://doi.org/10.1093/biolinnean/bly00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꿀벌은 편애, 말벌은 증오? 1%가 낳은 ‘편견’꿀벌은 편애, 말벌은 증오? 1%가 낳은 ‘편견’

    조홍섭 | 2018. 10. 16

    녹지·공원 늘면서 급증…도심선 파리가 주 먹이, 사체 청소도생태계 건강 입증, 병해충 막는 기능도…피해 줄이는 관리 필요우리나라에서 사람에게 가장 큰 신체적 손해를 끼치는 동물은 말벌일 가능성이 크다. 반려동물 급증과 함께 개 물림 사고...

  • 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

    조홍섭 | 2018. 10. 12

    펭귄, 다랑어, 뱀장어, 해삼…다양한 포식자가 먹어칼로리 낮지만 쉽게 잡고 소화 잘돼…’보릿고개’ 식량보름달물해파리만 잔뜩 걸린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민은 ‘바다는 비어가고 해파리가 그 자리를 채운다’고 한탄한다. 남획과 수질오염 등으로 물...

  • 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

    조홍섭 | 2018. 10. 11

    아래턱에 펠리컨 닮은 자루 풍선처럼 부풀려 사냥태평양과 대서양서 잇따라 살아있는 모습 촬영 성공온대와 열대바다에서 가끔 어선에 잡히는 풍선장어는 수수께끼의 심해어이다. 75㎝ 길이의 몸은 길쭉한 뱀장어이지만 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 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

    조홍섭 | 2018. 10. 11

    이대 팀, 3년 간 첫 전국조사 결과북부와 남부 서식지 분단, 멸종 재촉전국서 울음 확인 2510마리뿐, “논 지켜야”우리나라에는 두 종의 청개구리가 산다. 흔한 청개구리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에 널리 분포하며 낮 동안 ...

  • 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조홍섭 | 2018. 10. 02

    하루 2마리씩 구피 사냥, 닷새 동안 이어져척추동물 중 새 이어 물고기도 먹이 목록에체온을 높이려고 농로나 등산로에서 나와 아침 햇살을 쬐는 사마귀가 많이 눈에 띈다. 커다란 집게발을 가지런히 앞에 모으고 뒷발로 선 이런 모습을 보고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