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홍학 출현, 카자흐스탄서 5천㎞ 날아왔나?

조홍섭 2017. 08. 28
조회수 13154 추천수 0
원래 아열대 서식…서울동물원 등서 “도망 개체 없다”
중국 베이징 등서도 종종 출현, 어린 개체 길 잃었을 가능성

f2.jpg » 25일 새만금 간척지에서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이 촬영한 홍학. 날개를 펼치자 덮깃이 붉게 보이고 아랫 날개 덮깃이 유난히 붉은 색이어서 눈길을 끈다.

열대나 아열대 지방의 염습지에서나 볼 수 있는 홍학이 서해안 새만금 간척지에 나타났다. 사육지에서 탈출한 개체가 아니라면, 홍학이 우리나라에서 야생 상태로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홍학 서식지가 5000여㎞ 떨어진 카자흐스탄이어서 이 홍학이 어떻게, 왜 우리나라에 오게 됐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f1.jpg » 홍학은 붉은부리갈매기가 휴식을 취하는 곳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앉아 있을 때 윗몸 깃털이 희게 보이고 세번째 날개 깃이 밖으로 삐죽져나와 붉게 보인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25일 새만금 간척지의 물이 고인 곳에서 홍학 한 마리가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목격하고 사진을 촬영했다고 28일 밝혔다. 윤 씨는 “흰뺨검둥오리와 갈매기 휴식지에서 홍학 한 마리가 특유의 구부러지고 두툼한 부리를 좌우로 흔들며 물속에서 먹이를 걸러내고 있었다”며 “1시간 정도 먹이를 먹고 20여분 간 휴식을 취하며 깃털을 다듬는 정상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f3.jpg » 홍학이 구부러진 두툼한 부리를 좌우로 흔들며 물속의 플랑크톤, 갑각류,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있다.
 
윤씨는 또 “이 홍학이 인기척에 아주 민감하고 잘 날아다녀 사람에 적응한 개체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해부터 홍학이 나타난다는 제보를 접하고 추적해 오던 참이었다.

f5.jpg » 새만금 간척지 상공을 날아가는 홍학. 동물원 등에서 사육하는 개체는 대개 날개 깃을 잘라 멀리 날지 못한다.

송세연 서울동물원 홍학 사육사도 “지난해부터 홍학 한 마리가 보인다는 제보를 받고 점검해 보았지만, 서울동물원과 다른 동물원 상당수에서도 도피 개체는 없었다”며 “지난해에는 어린 개체였는데 올해는 다 자란 개체라는 점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육하는 홍학은 대개 날개 깃을 잘라 멀리 날지 못한다며 발견된 홍학이 도피 개체일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c87a9743_e589afe69cac.jpg » 2015년 12월 30일 중국 베이징 인근 사헤 저수지에서 발견된 홍학. 아직 붉은 깃이 나지 않은 어린 개체이다.자오 치

중국에서도 최근 홍학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베이징탐조협회는 1990년대 이후 홍학 관찰횟수가 34회에 이르며 가장 최근에는 2015년 12월 베이징 웨뉴강에 나타났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주로 어린 새가 겨울 동안 관찰되는 것이 특징이다.


f8.jpg » 홍학의 분포 지역. 세계에 6종이 있으며 이 가운데 4종은 아메리카 대륙에 분포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큰홍학의 번식지는 카스피해와 카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등으로 번식지와 월동지 사이를 무리 지어 이동한다. 
 
f6.jpg » 공사가 진행중인 새만금 갯벌에서 흰뺨검둥오리와 함께 먹이를 찾는 홍학.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처음 겨울을 맞은 어린 새는 월동지로 이동하다 탈진하거나 쉬다가 무리에서 이탈해 미조가 되곤 한다”며 “기후변화가 이런 서식지 변동을 일으키는지는 앞으로 계속 관찰하면서 연구해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글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crane517@hanmail.net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현상금’ 붙은 귀신고래, 연어 그물에 걸려 사라질라‘현상금’ 붙은 귀신고래, 연어 그물에 걸려 사라질라

    조홍섭 | 2018. 11. 15

    핵심 서식지 사할린 북동부에 대형 정치망 400틀 설치전체 200마리 “위험 매우 커”…19%가 한번 이상 그물 걸려 귀신고래는 이름만큼이나 이야기가 많이 얽혀있는 고래다. 무엇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08년 “사진으로 찍으면 500만원, 그물에...

  • 5m 거대 철갑상어, 양쯔강서 댐 건설로 멸종 위기5m 거대 철갑상어, 양쯔강서 댐 건설로 멸종 위기

    조홍섭 | 2018. 11. 13

    한국 등 동아시아 살던 세계 최대 철갑상어, 성체 156마리 남아유일 번식지 양쯔강 서식지 감소·수온 상승…“10∼20년 안 멸종”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자라는 민물고기는 잉어나 메기가 아니라 철갑상어다. 최대 5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이 ...

  • 북극이 도요새의 거대한 ‘덫’이 되고 있다북극이 도요새의 거대한 ‘덫’이 되고 있다

    조홍섭 | 2018. 11. 12

    70년 동안 둥지 포식률 3배 증가…수천㎞ 날아와 위험 자초하는 셈레밍 등 설치류 먹이 급감하자 여우 등 포식자, 새 둥지로 눈 돌려새만금 갯벌에서 볼 수 있던 넓적부리도요는 지구에 생존한 개체가 400마리 정도인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

  • 개는 정말 말귀를 알아들을까개는 정말 말귀를 알아들을까

    조홍섭 | 2018. 11. 09

    단어 1천개 이상 구분하는 ‘천재’ 개도개 두뇌 연구 결과 단어 처리 뇌 영역 확인‘개는 나의 명령을 곧잘, 그것도 다른 개들보다 훨씬 잘 알아듣는다.’ 개 주인의 4분의 1은 자신의 반려견이 남의 개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는다는 조사 ...

  • 연어가 나무를 살찌운다, 사체 던지기 20년 실험연어가 나무를 살찌운다, 사체 던지기 20년 실험

    조홍섭 | 2018. 11. 09

    알래스카 개울에서 한쪽 둑으로만 21만 마리 던져건너편 나무보다 성장 빠르고 잎에서 바다 기원 확인하천 최상류는 물이 맑지만 많은 생물이 살지는 못한다. 영양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질소와 인 등 생물이 번성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분은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