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 지도자 아닌 다수결로 정하는 개코원숭이

조홍섭 2015. 06. 19
조회수 34511 추천수 0

100마리 올리브개코원숭이 무리가 흩어지지 않는 비결은 '발 다수결'

"지도자 지휘보다 평등한 규칙 따르는 쪽이 갈등 줄여 진화적 이득"

 

baboon_ROB NELSON2.jpg » 올리브개코원숭이 무리.최고 100마리까지 넓은 지역을 이동하며 먹이를 찾지만 무리가 흩어지지 않는 비결은 다수결이다. 사진=ROB NELSON

 

올리브개코원숭이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개코원숭이로, 다수의 암컷과 수컷 몇 마리로 안정된 집단을 이룬다. 100마리에 이르는 무리를 형성해 매일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다양하고 멀리 퍼져 있는 먹이를 구한다.
 
그런데 이 원숭이들은 어떻게 흩어지지 않은 채 무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누가 어떻게 무리의 이동을 결정하는지를 알려면 수많은 원숭이의 움직임을 동시에 관찰해야 해 지금까지는 연구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성능이 향상된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해 국제 연구자들이 케냐 음팔라 연구센터에서 올리브원숭이 25마리에 위성위치추적(GPS) 장치를 부착해 이들의 움직임을 동시에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두 주일 동안 원숭이 무리의 위치 정보를 초 단위로 기록한 2000만개의 지피에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과학저널 <사이언스> 19일치에 실렸다.

 

baboon_Rob Nelson3.jpg » 연구진이 케냐 현지 연구센터에서 개코원숭이에 부착할 위성추적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ROB NELSON
 
올리브개코원숭이는 위계질서가 엄격하다. 먹이를 먹거나 짝짓기는 우두머리가 독차지한다. 당연히 이동에 관한 결정도 우두머리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연구결과는 달랐다. 이 원숭이들은 놀랍게도 매우 민주적으로 어디로 갈지를 결정했다. 지도자가 아니라 각 개별 원숭이가 무리를 이끌었다.

 

baboon1.jpg » 개코원숭이가 이동하는 모습을 케냐 원주민이 바라보고 있다. 누가 먼저 어느 쪽으로 무리를 이끄는지는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ROB NELSON
 
원숭이들은 물고기, 새, 곤충 무리가 움직일 때처럼 아주 단순한 원칙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칙은 매우 단순했다. 원숭이 한 마리가 무리에서 벗어났을 때 옆에 있는 원숭이는 이 원숭이를 따라간다. 만일 따라가지 않는다면 첫째 원숭이가 무리로 돌아온다.
 
이런 상호작용이 누적되어 무리의 이동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는 다수결이다. 무리의 다수가 가는 길로 따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무리가 두 방향으로 나뉘어, 마치 집단의 의견이 둘로 나뉜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연구자들은 2가지 대응책을 발견했다.

 

baboon.jpg » 무리가 둘로 나뉘었을 때 각 개코원숭이가 정하는 이동 방향. 그림=스트란부르크-세쉬킨 외, <사이언스>
 
먼저, 둘로 나뉜 무리가 너무 벌어지지 않을 때는 두 무리 사이로 경로를 잡는 타협책을 택한다. 그러나 두 무리가 90도 이상의 각도로 벌어진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어떤 경로를 택하든 결과는 다수가 있는 쪽으로 무리가 다시 모인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복잡하고 계층화된 사회에서도 단순한 규칙에 기반한 민주적인 집단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을 올리브개코원숭이 연구에서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는 보도자료에서 “이 연구는 단순하고 평등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진화적 이득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위성추적기술 발달로) 10년 전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연구가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riana Strandburg-Peshkin et. al., Shared decision-making drives collective movement in wild baboons, Science, 19 June 2015, Vol 348 Issue 6241, pp. 1358~1361. 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aaa509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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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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