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새 정력제로 멸종위기…1억마리서 95% 줄어

조홍섭 2015. 06. 16
조회수 35614 추천수 1

핀란드~연해주까지 분포 초거대 집단, 북미 나그네비둘기 멸종 경로 뒤따르나

중국 동부 이동로 따라 기업형 밀렵 성행, 몸에 좋은 '참새'라며 부유층 고급요리로

 

trapped_China_Nov2012_Huang Qiusheng.jpg » 2012년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밀렵꾼으로부터 압수한 검은머리촉새 1600마리가 새장 안에 들어있다. 사진=황치성, <보전생물학>
 
섬이나 좁은 서식지에만 분포하는 동물이 멸종에 가장 취약하다. 그런데 대륙 전체에 분포하는 초대형 집단도 산업적 포획 앞에는 무너진다.
 
1800년대 북아메리카에 30억 마리가 서식해 세계에서 가장 많던 새인 나그네비둘기는 몇십년 만에 그렇게 멸종했다. 몇 시간씩 하늘을 어둡게 만들던 거대한 무리의 위치를 전보로 알리고 잡은 비둘기를 철도로 수송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결과였다.
 
검은머리촉새가 유라시아판 나그네비둘기의 운명에 놓일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이 새는 스칸디나비아로부터 러시아 연해주까지 1570만㎢ 면적에 분포해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풍부했다. 1980년대까지 개체수가 1억 마리에 이르렀다.

검은머리촉새.jpg » 검은머리촉새의 번식지(살구색)와 월동지(하늘색). 화살표는 감소 경향. 붉은색은 매우 심한, 주황색은 심한, 초록색은 보통 수준. 그림=캄프 외, <보전생물학>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유럽과 러시아 서부, 중부 시베리아, 일본 등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종의 위기 등급을 2004년 ‘위협 근접’에서 2008년 ‘취약’, 2014년 ‘멸종위기’로 잇따라 격상했다.
 
요하네스 캄프 독일 뮌스터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보전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태가 중국에서 벌어지는 남획 탓이라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감소 규모와 속도는 새들 가운데 전례가 없다. 오직 나그네비둘기에 견줄 만하다.”라고 지적했다.

 

William Butts Mershon.jpg » 나그네비둘기.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많은 새였지만 수십년 동안의 산업적 밀렵 끝에 1914년 신시내티 동물원의 마지막 개체가 숨을 거두면서 멸종했다. 그림=William Butts Mershon,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1980~2013년 사이 검은머리촉새의 84.3~94.7%가 사라졌는데 이는 해마다 개체군의 2%가 포획되고 그 비율이 0.2%씩 늘어난 결과”라고 밝혔다.
 
이 새는 유라시아 각지에서 흩어져 번식한 뒤 동쪽으로 이동해 중국 동부 해안을 따라 동남아로 가 겨울을 난다. 이동과 월동을 할 때 습지나 논의 잠자리에서 큰 무리가 한 데 모이는데 이때 그물로 한꺼번에 사로잡는다.

 

yellow-breasted bunting.jpg » 검은머리촉새의 암컷(왼쪽)과 수컷(오른쪽). 우리나라에는 나그네새로 드물게 도래한다. 사진=Martin Vavřík, 위키미디어 코먼스
 
중국 정부는 1997년 이 새의 식품거래를 금지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중국 광둥성에서만 한 해 100만 마리가 소비된다는 보고도 있다.
 
연구자들은 2013년 검은머리촉새의 이동로를 따라 벌어진 밀렵으로 전체 개체수의 8.6%인 860만 마리가 붙잡혔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동부 해안은 이 새가 피할 수 없는 일종의 병목이다.
 
이 철새는 ‘참새’라는 이름으로 마리당 보통 8~11달러, 비싼 곳에선 30~40달러까지 팔린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 새의 월동지인 타이와 캄보디아 등에서도 밀렵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가난한 주민의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부자들을 위한 고급요리 재료가 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중국에서도 1980년대까지는 일부 주민에 의한 생계형 밀렵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모든 주민이 밀렵에 나서고 업자를 이를 수집하는 판로를 구축하는 등 기업화됐다.
 
‘참새’ 요리의 새의 주 소비층은 고등교육을 받고 소득 수준이 높은 젊은 남성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중국약용동물지>에는 이 새가 발기부전, 권태감, 버섯 해독, 알코올 중독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적혀 있다.
 
경제성장과 함께 가격이 올라도 살 사람은 넘친다. 대량으로 잡은 새를 수송하기 위한 기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중국에서 멸종위기에 놓인 새의 53.5%에서 식용이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trapped%20YBB_China_Nov2012_Huang%20Qiusheng%20(4)_s.jpg » 당국에 압수된 밀렵된 검은머리촉새들. 몸에 좋은 '참새'로 알려지면서 교육 받은 고소득 젊은층이 주 소비층이다. 사진=황치성
 
국제 조류보호단체인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의 심바 찬 선임 보전 담당자는 “검은머리촉새의 감소추세를 역전시키려면 사람들에게 야생동물 식용이 초래할 결과를 교육해야 한다. 또 법 집행을 더욱 강화하고 보고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라고 이 단체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논문은 “이처럼 풍부했던 종이 붕괴하면 막대한 양의 해충을 조절하는 등의 생태계 서비스가 중단돼 큰 피해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라고 경고했다.
 
검은머리촉새는 우리나라에서는 나그네새로 드물게 발견되며,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ohannes Kamp et. al., Global population collapse in a superabundant migratory bird and illegal trapping in China, Conservation Biology, Volume 00, No. 0, 1.11, DOI: 10.1111/cobi.12537
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cobi.12537/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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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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