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 반반 홍관조가 수컷을 만났을 때

조홍섭 2015. 0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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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부터 부리, 볏까지 암·수 형태 절반씩, 자연상태 행동 1년여 관찰
닭, 나비, 게 등에서 암수 한 몸 출현…돌연변이 아닌 발생과정 이상 탓

 
Brian D. Peer and Robert W. Motz.jpg » 수컷(사진의 오른쪽)과 암컷 절반씩으로 이뤄진 홍관조. 사진=브라이언 피어  
 
몸 한가운데를 기준으로 정확하게 왼쪽은 수컷 오른쪽은 암컷인 동물이 있다. 생물학자들이 ‘좌우 암수 한 몸’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나비와 같은 곤충, 게 등 갑각류, 그리고 새들에서 드물게 관찰된다. 이들은 암수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암수 한 몸이 나타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half.jpg » 암컷과 수컷이 절반씩 다른 형태를 보이는 암수 한 몸 나비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새들 가운데는 닭을 비롯해 콩새, 금화조, 홍관조 등에서 이런 현상이 보고돼 있다. 닭은 1만 마리 가운데 한 마리꼴로 나타난다.
 
이 현상을 두고 처음엔 몸 반쪽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조사해 보니 몸의 반쪽은 세포까지 암컷이고 나머지 반은 수컷이었다.

 

_47452649_chickenshalfandhalf.jpg » 수탉과 암탉이 반씩 나타난 닭의 암수 한 몸 개체. 사진=로슬린연구소
 
이제까지 새들의 암수 한 몸 개체는 사육장 안이거나 자연에서 일시적으로 관찰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브라이언 피어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대 교수 등은 자연 상태에서 1년 넘게 암수 한 몸 홍관조를 관찰했다. 과학저널 <윌슨 조류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이 홍관조가 다른 수컷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48일에 걸쳐 관찰한 기록을 보고했다.
 
이 새는 암수 한 몸의 다른 새와 마찬가지로 왼쪽이 수컷이었다. 몸 왼쪽은 수컷의 선명한 붉은빛, 오른쪽은 칙칙한 갈색으로 마치 장식용 인형 모습이었다. 볏과 부리까지도 정확히 절반씩 암수의 특질을 나타냈다.
 
번식기가 임박한 홍관새는 암수가 짝을 짓고 다른 수컷과 영역다툼을 벌이곤 한다. 그러나 이 새는 다른 암컷이나 수컷과 짝을 짓지도 않고 수컷의 울음소리를 녹음해 들려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024px-Heteropteryx_dilatata_0034b_L_D.jpg » 마치 암컷과 수컷을 반으로 나눠 합쳐놓은 것 같은 말레이시아 열대우림에 사는 곤충인 '정글 님프' 암수 한몸 개체.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포유류는 수정란이 발생할 때 호르몬이 세포에 특정 성별에 맞는 방식으로 분화하도록 지시한다. 그러나 새들은 처음부터 암수 세포가 고정돼 둘이 섞이면 두 성징이 모두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생 초기에 세포 하나에서 성염색체를 제대로 분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양쪽 성을 모두 갖춘 조직이 생긴다는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eer, Brian D.,Motz, Robert W.,Observations of a Bilateral Gynandromorph Northern Cardinal (Cardinalis cardinalis), Wilson Journal of Ornithology. Dec2014, Vol. 126 Issue 4, p778-781. 4p., DOI:10.1676/14-025.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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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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