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도 임신은 괴로워

조홍섭 2011.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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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불러 저항력 증가, 최고 속도 절반으로 떨어져

범고래 등 천적이나 참치선단 그물에 붙잡힐 확률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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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병코돌고래의 모습. 사진=손 노렌. 

 

물살을 가르며 쏜살같이 헤엄치는 돌고래의 체형은 저항을 최소화하는 전형적인 유선형이다. 하지만 임신을 해 아랫배가 불룩해지면 돌고래의 이런 몸매는 깨지고 만다.
 

돌고래의 임신이 헤엄치는 능력에 어떤 부담을 가져오는지를 관찰한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손 노렌 미국 캘리포니아 대 산타 크루즈 캠퍼스 해양학연구소 박사 등 연구자들은 임신 말기인 병코돌고래 2마리를 관찰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실험 생물학> 최근호에 발표했다.
 

12개월에 이르는 임신기간이 막바지에 이르면 돌고래의 아랫배는 눈에 띄게 불러 오고 유영속도도 현저히 떨어진다. 마치 자동차 지붕에 짐을 싣고 달릴 때처럼 흐름에 소용돌이가 생겨 진행 방향과 반대쪽으로 잡아끄는 저항이 생기는 것이다.
 

연구진이 측정한 결과 저항의 크기는 임신하지 않았을 때보다 2배 가량 늘어났다. 그 결과 임신 말기의 돌고래가 낼 수 있는 최고속력은 시속 13㎞였는데, 이는 임신하지 않은 돌고래가 낼 수 있는 속력인 시속 22㎞의 절반 가량에 그친다.
 

평균 속도의 감소폭은 62%로 최고 속도 감소폭 44%보다 작았지만, 생존과 직결되는 건 최고속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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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와 함게 헤엄치는 돌고래 암컷. 사진=파라즈 메이어, 위키미디아 커먼스. 

 

병코돌고래의 주요 천적은 범고래, 뱀상어, 백상어, 그리고 사람(참치 그물) 등이다. 범고래는 시속 14~30㎞의 속력으로 헤엄칠 수 있으며 임신 말기의 병코돌고래는 범고래의 추격을 뿌리치기 힘들게 된다.
 

임신한 돌고래의 유영능력이 떨어지는 근본 원인은 저항의 증가이지만, 아랫배가 불러 오면서 추진력을 내는 주요 부위인 꼬리지느러미 움직임이 둔화되는 탓도 있다. 임신한 돌고래는 꼬리를 상하로 치는 폭이 13% 줄어들며, 이를 보상하기 위해 더 자주 꼬리를 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이 수영 방식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임신과 함께 늘어나는 지방층도 부담이 된다. 먹이를 잡기 위해서는 잠수를 해야 하는데 늘어난 지방층이 부력을 높여 잠수하는데 추가로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임신한 돌고래는 어획에 취약해진다. 동태평양 참치 선단은 대규모 그물을 쳐 참치를 잡는데, 재빨리 달아나지 못하는 돌고래가 부수어획으로 잡히기 쉬워진다.
 

노렌은 “참치 어선의 추격에서 만삭의 돌고래는 뒤로 쳐지기 마련”이라며 “돌고래는 큰 무리에서 보호를 받고 협동적으로 먹이를 잡기 때문에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무리를 다시 찾기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참치 어선이 부수어획으로 돌고래 등을 잡는 것을 고발한 그린피스의 유튜브 동영상


■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Noren, S. R., Redfern, J. V. and Edwards, E. F. (2011). Pregnancy is a drag: hydrodynamics, kinematics and performance in pre- and postparturition bottlenose dolphins (Tursiops truncatus). J.
Exp. Biol. 214, 4151-415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11월 29일 오전 11시29분 동영상 추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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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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