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무리 길 이동, 나이 들수록 더 정확

조홍섭 2013. 09. 03
조회수 27699 추천수 0

아메리카흰두루미 실증 자료, 나이 든 개체 포함하면 최단경로 이탈 34% 감소

경험자는 이정표와 지형 기억…1년생 애송이 경로 이탈 심해

 

cr3.jpg » 어린 아메리카흰두루미를 초경량 비행기를 이용해 비행 훈련을 시키는 민간단체 '이동 작전' 미국 지부 대원. 사진=조 더프, 이동 작전 미국 지부

 

1996년 개봉된 따뜻한 가족영화 <아름다운 비행>에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방황하던 소녀가 알에서 깬 캐나다기러기의 ‘엄마’가 되고, 이들이 초경량 비행기를 따라 비행하도록 훈련시켜 2000㎞ 떨어진 월동지로 성공적으로 이동시키는 이야기가 나온다. 캐럴 발라드 감독의 이 영화 원작은 실제로 경비행기를 이용해 야생 거위를 이동시킨 사례를 토대로 했다.
 

야생 새들은 알에서 깨어나오자마자 처음 본 상대를 따른다. 이런 각인효과를 이용해 초경량 항공기를 엄마로 인식하게 한 뒤 장거리 이동 방법을 가르치려는 시도가 1990년대 들어 미국과 캐나다에서 캐나다기러기, 고니, 아메리카흰두루미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아메리카흰두루미는 1940년대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야생에서 25마리 미만이 살아남았다가 현재 간신히 250마리로 불어난 멸종위기종이다.
 

cr1.jpg »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하는 이동하는 아메리카흰두루미. 개체별로 상세한 비행정보가 확보돼 있다. 사진=조 더프, 이주 작전 미국 지부

 

미국 정부와 시민단체는 유일한 야생집단인 캐나다 북서부와 미국 텍사스 해안을 오가는 아메리카흰두루미 무리에 더해 미국 동부에 위스콘신주와 플로리다 사이를 오가며 번식과 월동을 하는 새 집단을 복원하기로 했다. 핵심 수단은 <아름다운 비행>에서 쓴 초경량 비행기였다.
 

2001년부터 인공 부화한 두루미에게 초경령 비행기를 따라 비행하는 훈련을 시켰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동부 지역에 100마리 이상의 두루미가 복원됐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성과도 나오고 있다. 두루미마다 위성수신장치를 부착했기 때문에 개별적 이동경로를 매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cr4.jpg » 초경량 비행기의 인도로 비행하는 어린 아메리카흰두루미 무리. 사진=히더 레이, 이동 작전 미국 지부

 

미국 매릴랜드 대 연구진이 지난 8년 동안 이렇게 얻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렸는데,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아메리카흰두루미가 연례 이동을 할 때 얼마나 나이 많은 연장자와 함께 비행하느냐가 이동 성공에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어린 두루미는 처음 항공기 도움으로 이동을 한 뒤로는 다른 두루미와 섞여 자발적으로 이동을 했다. 그런데 나이 많은 두루미와 함께 비행하지 않은 한 살짜리 두루미는 평균 직선 이동경로에서 97㎞ 이탈했지만 나이 든 두루미와 함께 갔을 때는 그 거리가 64㎞로 줄었다. 이동 수행능력이 34%나 커진 것이다.

 

특히 한 살짜리 애송이끼리만 비행했을 때는 이탈이 심해 네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150㎞ 이상 먼 거리를 헤맨 것으로 나타났다.
 

cr2.jpg » 초경량 항공기와 함께 이동하는 아메리카흰두루미 무리. 사진=조 더프, 이동 작전 미국 지부

 

무리의 성공적인 이동에는 최연장자 나이가 몇이냐가 가장 중요했는데, 최연장자의 나이가 한 살 많을수록 이탈거리는 4.2㎞ 줄었다. 두루미는 나이를 먹을수록 사회적 학습을 통해 경관에 대한 공간적 기억을 늘려나가, 눈에 띄는 이정표와 대규모 지형에 대한 정보를 축적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 나이 든 개체는 강풍 등 이상기상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능력은 5살까지 계속 늘어나다가 이후엔 그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연구에서 두루미의 이동 능력은 장기간의 사회적 학습에 좌우될 뿐 성별 등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리의 크기도 이동 능력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많은 개체가 비행하면 더 합리적인 비행 경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F1_large.jpg » 아메리카흰두루미 동부 집단의 이동 경로. 가위표는 번식지, 십자는 월동지. 원은 색깔별로 집단의 최연장자 나이를 표시한다(오른쪽 범례 참고). 나이 많은 개체가 포함돼 있을수록 최단경로에서 이탈하는 거리가 짧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림=뮐러, <사이언스>

 

연구에 참여한 사라 콘버스 미국 지질조사국 동물학자는 매릴랜드 대 보도자료에서 “이 새들의 행동은 수천년에 걸쳐 진화해 왔다. 우리는 두루미들이 그 세월 동안 축적해 온 지식, 곧 문화를 복원하려고 한다. 두루미들은 번식에 문제를 안고 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조금 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homas Mueller, Social Learning of Migratory Performance. Science 30 August 2013: Vol. 341 no. 6149 pp. 999-1002, DOI: 10.1126/science.123713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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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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