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생태 재앙' 치유 나선다

조홍섭 2012. 04. 03
조회수 21676 추천수 0

김정은 체제 이후 첫 국제 회의 '산림 및 경관 회복 토론회' 열어…8개국 14명 북한 둘러봐

한반도 긴장 속 과학 통한 협력 돌파구 기대, "북한 전문가 초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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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회복에 관한 국제회의가 지난 7~9일 평양에서 한-미 키 리졸브 군사훈련이 한창인 가운데 열렸다. 사진=류종궈.

 

“강변에서 새를 거의 보지 못했고 새 소리도 안 들렸다. 섬뜩할 정도로 조용했다.”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해 농촌을 둘러본 생태복원 기업인 바이오해비타츠의 대표인 케이트 바우어스는 지난 23일 생태복원 블로그 <라이좀>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그는 “토양 침식과 퇴적, 서식지 파괴가 광범위했고 이 때문에 많은 하천 유역이 생태적으로 생명이 없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3월 7~9일 평양 인민궁전에서 산림 및 경관 회복에 관한 국제 토론회를 열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이 한창 벌어지는 와중에 열린 이 국제회의에는 중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캐나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에서 14명의 산림, 토양, 농업 전문가가 참석했고 북한에서는 110명의 과학자와 정부 관계자 등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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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묘장을 답사한 참가자들. 사진=류종궈.

 

특히 행사 참가자들은 평양에서 일정을 마치고 이틀 동안 협동농장과 양묘장 등을 답사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첫 국제회의가 환경복원을 주제로 한 것임은 북한이 무엇을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사이언스>는 지난 23일치 ‘환경 질병 치유에 나선 북한’이란 제목의 뉴스에서 외부로 그 실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의 ‘생태 재앙’ 실태가 이번에 방북한 전문가들의 눈에 제한적으로나마 드러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홍수로 치명타를 입은 하천 주변에서 발견한 것은 심각한 토양 침식과 강을 질식시키듯 쌓인 퇴적물, 그리고 강변까지 바짝 개발한 농경지 등이었다. 마거릿 팔머 미국 매릴랜드 대 전국 사회환경통합센터 소장은  “농민들은 하천에서 쳐낸 퇴적물을 소 달구지에 실어내 척박한 농지의 비료로 쓰고 있었다”며 “상황은 아주 아주 절망적”이라고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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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까지 농지개발이 이뤄진 모습. 사진=류종궈. 

 

이번 국제회의는 북한의 평양 국제 새 기술 경제 정부 센터와 중국의 환경교육보급계획 그리고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공동 주최로 열렸다. <사이언스>를 발행하는 미국 과학진흥협회는 28일 노먼 뉴레이터 미국 과학진흥협회 과학외교센터 수석 자문관의 말을 따 ‘이번 회의가 매우 건설적이고 흥미로웠다’며 “놀라운” 심포지엄이라고 평가하고 “한반도의 긴장 속에서도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뉴레이터는 미국 과학외교의 선구자로 꼽히며 냉전시대 때 중국과 소련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선 인물로 2009년 이후 3번째로 북한을 방문했다.
 

이번 회의 참가자들은 북한 과학자 초청 훈련 등 북한과의 교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리처드 하디만 이스라엘 예루살렘 교수는 “지식에 목말라 하는 아주 똑똑한 과학자들을 만났다”며 “그들은 무언가 시급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잘 깨닫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국무성은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강행할 경우 과학 협력은 여러 달 공전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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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외곽 산림이 황폐해진 위성 사진. 사진=구글 지도.

 

북한은 전후 황폐화한 국토의 녹화에 나서 1990년대까지 국토의 3분의 2에서 녹화를 마쳤지만 곧이어 닥친 가뭄과 홍수, 기근으로 심각한 산림 파괴를 겪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2011년 세계산림현황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산림은 지난 20년 동안 매년 12만 7000㏊꼴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해마다 3월2일을 식수절로 정해 대대적인 나무 심기를 독려하고 있다. 또 2009년에는 200만㏊의 산림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생태계 치유에 나섰다. 바우어스는 북한 국토의 절반을 녹화하는 데 약 46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회의 참가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목재용으로는 주로 일본잎갈나무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밤나무를 심고, 비탈에는 비타민 시가 풍부한 열매인 초크베리가 열리는 아로니아를 많이 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땔감용 아까시나무 사이에 옥수수와 밀을 함께 심는 농업도 시행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식목과 관련해 묘목의 현지 생존율과 토양 비옥도가 낮고 물이 부족한 것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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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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